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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호남 민심 잡아라 ‘西進 정책’

경선서 TK지고서도 호남 강세로 승리… 호남서 한나라당 지지율 25.2%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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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호 ⁄ 2007.09.03 13:26:32

‘필승’을 자신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외연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을 ‘전략 요충지’로 설정하고, 이념적으로는 중도층까지 지지층으로 흡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후보는 8월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데 이어, 30~31일에는 지리산에서 의원·당협위원장 화합 워크숍을 개최하며 ‘서진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충청과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후보는 서울과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는 후보로, 외연확대를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충청도 지금은 반여(反與)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이재오 최고위원은 경선 직후 “외연 확대에 관심을 갖겠다”고 선언하며 뉴라이트 등 시민단체 인사들과 접촉 중이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등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대위 발족과 동시에 시민사회단체나 외부 명망가 등을 하나로 묶는 국민운동본부 형태의 외곽기구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기점은 무엇보다 ‘호남 민심’을 얼마만큼 얻는가에 달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도 이 후보는 절대적 강세인 서울과 호남권에서의 높은 지지율로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 취약지역인 호남에서 두 자릿수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매우 ‘선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나라당에게는 민자당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영남당’의 굴레를 벗지 못하던 한나라당은 이번 경선 결과를 놓고 지역적 역학구도의 변화에 물꼬를 튼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TK(대구·경북)에서 지고도 경선에서 이겼다는 점은 과거 한나라당의 ‘관습화’된 경선 결과를 뒤엎은 점이다. 한나라당은 민자당 때부터 당대표와 대선후보 선출을 할 때 TK에서 이긴 사람이 무조건 이겨왔다.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 대표를 맡았던 서청원·최병렬·강재섭 등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명박의 당선은 TK에서 지고 최초로 승리한 사람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와 같은 정서적 지역주의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나라 호남서 지지율 상승…‘동토에 꽃 피나’ 특히,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상승추세인 반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은 호남에서도 ‘대세론’ 형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 8월 문화일보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7월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에 불과했지만 8월12일에는 12.8%, 22일에는 15.6%라는 두 자릿수의 지지도를 얻었다. 한나라당 경선 직후인 지난달 21일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조사에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25.2%로, 민주신당의 16.1%와 민주당의 23.1%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는 조순형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서는 민주당(23.1%)이 2위였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이동해 창당한 민주신당은 16.1%로 3위에 그쳤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경쟁했던 양강 구도가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신당이 경쟁하는 3당구도로 바뀐 셈이다. 호남 지역민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36%)가 정동영(14.7%), 손학규(7.6%) 등 범여권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섰다. 최근 호남 지역의 표심은 역대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에게 90%대의 절대적 지지를 보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이런 이유는 범여권이 어렵게 경선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러한 여론 조사에 대해 “한나라당에 대해 꽁꽁 얼어있었던 호남인들의 마음이 녹았고, 굳게 닫혀있던 호남인들의 마음이 열린 것”이라며 “동토에 꽃이 핀 것”이라고 평했다. 나 대변인은 “이러한 쾌거는 그동안 호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지난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12%의 지지와 대선후보 광주 합동연설회 때 보내주신 지지에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지지율은 국민의 의식이 이제 지역주의에 기대고 매달리는 정치인들의 의식수준을 뛰어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더 이상 지역대결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로 한층 고무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영 최고위원은 R&R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1987년 이후 20년만에 처음 있는 상승세”라고 강조했다. 박계동 전력기획본부장은 광주·전남 지역민의 51%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고 응답한 <전남일보>의 조사결과를 전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당 기능과 색깔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이념적 패러다임에서도 중도실용으로 와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기능면에서 국민경선에서 보여준 것처럼 호남에서도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아직은 한나라당이 호남 민심을 얻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구 제1사무부총장은 “호남의 여론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를 한나라당이 쓰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라며 “이것을 빼달라는 것이 호남의 요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에 대해 프라이드가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오히려 한나라당이 앞으로 잘할 수 있는 비전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 범여권 “한나라와 이명박 지지율 상승은 ‘반짝 효과’”주장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전국 단위 조사여서 호남지역 표본수가 적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한나라당 지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받아들였다. 유 대변인은 이러한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전당대회나 경선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 ‘컨벤션 효과’와 편승 쏠림 현상을 뜻하는 ‘밴드웨건 효과’,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경제 이미지 선점 효과’등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청년 실업률 1위(광주)와 재정자립도에서 꼴찌 1(전남), 2위(전북)를 다투는 호남의 어려운 경제 현실 때문에 경제 이미지를 선점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지지도로 표출되고 있지만 본선에서 본격적으로 이 후보의 능력이 검증받게 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권은 범여권 후보가 정해지면 결국 호남표가 여권쪽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호남의 분열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대선에서 호남표의 분열을 막기 위해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호남이 예전과 같은 ‘텃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낮다. 최근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나 대선 예비주자 조순형 의원 등의 ‘탈(脫) DJ 선언’에 비추어 호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갖는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퇴색된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후보는 자신이 호남 지역에서도 지지도 1위라는 점을 들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호남 민심 공략을 위해 우선 민주당과의 연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합당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연대를 구축할 예정이며, 합당이 어려울 경우 정책 연대 등 ‘실리적 연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나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 등 호남권 주요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서부벨트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봐야 하는 문제라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온 충청권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위해 범여권 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국민중심당과의 적극 연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심대평 국중당 대표 뿐 아니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의 연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여권이 지지부진하고 민주신당과 민주당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이 과거와 다른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호남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은 한나라당의 경선 효과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이 대세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호남이 여권의 ‘텃밭’이 되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보통 총선은 회고투표, 대선은 ‘전망투표’ 경향을 보이지만, 이번 대선은 ‘회고투표’의 성격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지난 10년간 여권에 대한 평가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회고투표의 성격이 강해진다면, 이 후보로서는 호남에서 한층 유리할 수 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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