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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4대 원로 정치인 예방, ‘외연 굳히기 가동’

김영삼·전두환·김대중·김종필 만나 신고식 치러… 원로들, “박 후보 사람들 끌어안고 더욱더 정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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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호 ⁄ 2007.09.03 13:28:21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후보당선 직후에도 줄곧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제 세력들과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왔다. 안정적 집권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정파를 초월하는 ‘정치연대’는 물론이며 건전한 시민사회세력들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당선후 10여 일이 지난 지금도 여러 진통들을 겪고 있긴 하지만 당내 1차 과제인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짓고 이제 서서히 당 밖 우군 확보에도 작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 “근소한 차로 승리한 건 어려운 상황에선 되려 약으로 작용될 것” 이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우선 지난달 21일을 시작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29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날 오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30일에는 김종필 전 총재 등 전직 대통령과 당 원로들을 차례로 예방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신고식을 치렀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1.5%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며 “큰 격차로 이겼으면 오만해질 수 있고 정작 본선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약이 된 것”이라고 말해 이 후보에게 더욱더 정진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우리의 목표는 정권 교체인 만큼 배전의 노력을 다하자”라며 본인 스스로도 이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김영삼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알려진 박종웅 전 의원을 통해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사실상 이 후보를 지키기로 다짐해 ‘이명박 쏠림’은 예고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6월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 “민주계 본류가 힘을 모아서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해 뛰는데 앞장설 것”이라며 “내 선택은 개인의 선택일 뿐 아니라 그동안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투쟁해 왔던 민주계 동지들의 결집된 의사”라고 강조했었다. ■ “박 측 사람들 밉더라도 껴안아 주라” 이어 지난달 29일 오전에는 연희동에 자택을 두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보니 진짜 민주주의를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지만,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다른 당 사람들이 몰라도 되는 문제들이 불거져 힘든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이명박 후보의)경선 상대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잘 화합하도록 하라”면서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도 루아얄 쪽 사람을 많이 쓰는 것 같던데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박 전 대표 측 사람들이 밉더라도 껴안아 주라”고 주문해 일부에서는 화합을 요하는 발언인지에 대해 석연찮다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이날 두 사람은 경선을 비롯해 경제, 사회통합 문제 등을 논의하고 이밖에도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합의에 대해서도 ‘잘된 일’이라며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한쪽 치우치지 말라 vs 내가 알아서 한다” 한편 같은날 오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가시돋힌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맞서 범여권의 대통합을 역설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북핵과 남북관계 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의견을 함께했지만, 대선 정국에 대한 입장차가 도드라졌다. 이 후보가 “각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만큼 한나라당도 도와달라”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이 후보가 또 “호남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우회적으로 호남의 범여권 지지를 비판하자,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호남은 영남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건 각하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말미에 이 후보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하겠다”고만 말했다. 남북문제를 두고는 김 전 대통령이 “통일은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독일도 지금까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충고했고, 이후보는 “핵문제 해결이 남북문제를 푸는 첫 단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민감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정권교체 통해 새로운 국가 만들어 달라” 반면, 지난달 30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자신을 찾아온 이 후보에게 전날(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데 대해 “잘했다. 느낌이 있겠지…”라고 말해 이 후보를 격려했다. 김 전 총재는 이날 청구동 자택을 예방한 이 후보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필요한 이야기는 했다”고 말하자 “보도에서 보고 듣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꾸 관여를 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총재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김 전 대통령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김 전 총재는 또 이 후보가 “총재님이 늘 염려해주셔서”라고 사례하자 “염려는, 좋은 나라가 돼야 될테니까 이렇게 뒤에 물러앉아 있는 사람이라도 걱정이 안되느냐, 너무 노골적으로는 안했지만...”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재는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꼭 대승을 해서 소신껏 나라를 위해 봉사를 좀 해주고 지도를 해줘야겠다”면서 “나는 평생 묵묵히 내 조국에 내 나름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면서 생각해 왔는데 그런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때가 보통 때와 다르지 않으냐. 굉장히 어려운 때가 돼서...”라고 언급하자 김 전 총재는 “세상이 어렵지 않을 때가 있느냐. 어려울수록 지도자가 지도자다운 그런 지도를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쉬운 일이 없다”고 격려했다. 김 전 총재는 또 “쉽게들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십여 명씩 한 당에서 후보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과거에는 그런일이 없었는데, 대통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한 뒤 “한나라당은 무게 있게 당에서 의사들을 결정하고 선택했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서 여러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재는 이후 약 50분간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박 전 대표 캠프가 이 후보를 공격한 점을 거론하면서 “경선과정에서 캠프가 지나치더라. 그래도 차원이 다른 위치니 모두 포용하라”고 주문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또 “(경선과정에서) 후보가 잘 웃고 넘기더라. 소이부답(笑而不答 : 웃음으로써 답을 대신함)하라”면서 “신변을 조심하고 정권교체해서 새로운 국가질서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가 이 후보의 예방에 대해 약속을 연기한 걸 두고, 일부에서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떠도는 소문은 ‘이 후보가 당선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간 데 대한 불만이다’ 혹은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이 후보 쪽에서 좀 섭섭하게 했다’ 등등 이런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진 건 아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염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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