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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대운하 따위를 주장하는 후보를 원하지 않는다”

[대담 전문]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김종인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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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호 ⁄ 2007.09.03 13:36:35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대선 행보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도 눈에 띈다. 특히 오 대표는 지난 2002년의 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언론의 대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 전 한국여론조사연구소장이 문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 후보는 원혜영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과 이계안 의원, 그리고 김종인 민주당 의원과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문 후보가 그동안 정치권에 한 발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선 후보 중에서는 천정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공공연하게 “문국현과 천정배의 개혁 블록”을 말하고 다닌다. 네티즌들 역시 문 후보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는 어쩌면 ‘이미 감동 받을 준비가 돼 있는’ 국민들에게, 그리고 ‘대통합’이라는 그럴 듯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대통령 만들기에만 열중하는 기존 범여권의 행태에 ‘짜증’을 내고 있던 네티즌들에게 문 후보가 일정한 정도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결과다. 문 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예외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독설가이자 어마어마한 안티팬을 거느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문 후보를 향해 “경제계의 노무현”이라는 큼지막한 칭호를 선사한 것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특정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이 문 후보에게 ‘문구라’라는 다소 엉뚱한 별명을 같다 붙인 정도다. 그러나 전 의원이나 특정 예비후보 지지자들은 한 가지를 모르고 있다. 즉, 자신들의 그러한 ‘문국현 죽이기’의 결과는 결국 ‘문국현’이라는 애드벌룬을 하늘 높이 띄워준다는 것을 말이다. 또 그들의 저러한 반응은 문국현 후보에 대한 내적인 두려움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28일 오후 4시 문 후보는 서울 여의도의 국민일보 사옥 12층 서울클럽에서 우리 정치권의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과 “사람 중심 경제로 8% 고성장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날 사회는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고, 오마이뉴스와 뉴시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뷰스앤뉴스 등 기존 언론 외에도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 소속 시민기자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운하는 환경에 대한 재앙으로, 전국을 투기장화해 서민과 토지 없는 젊은이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의 성장론과 저의 성장론은 전혀 질이 다르다”면서 “한나라당이 말하는 것은 잠재성장력 4~5%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지도자의 지도력이나 대운하 등을 통해 잘 하면 7%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문국현 후보와 김종인 민주당 의원 간의 대담 전문. ■“신문에는 대기업이 신입사원 뽑는 것만 나오지 해고하는 숫자는 안 나온다” 홍종학(사회) = 문국현 후보의 대한민국 대논쟁 프로젝트 3탄이다. 주로 성장론에 대해 오늘 얘기해볼까 한다. 지난 23일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 내용에 대해 논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 후보는 지난 23일에 ‘희망 제안’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5일 만에 인터넷 상에서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문국현 = 저희 세대는 산업발전의 혜택을 받은 세대인데, 그 이하는 혜택을 못 받은 세대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폭발적일 줄은 몰랐다. 김종인 = 저는 금년 2월부터 말해 왔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비정상적이다. 집권여당이 국민들에게 전면적인 배척을 받은 사례가 없다. 과연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집권당의 후보가 있는지가 국민들의 관심사다.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니까 그와 비슷한 CEO 후보인 문국현 후보가 내놓은 공약들이 일반 중산층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홍종학 = 한 기사를 보니까 국민은 이미 감동받기 위해 준비돼 있었는데 문국현 후보가 나타나니까 열광한다고 했다. 문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재벌 중심의 가짜 경제’와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를 말했다. 과연 그와 같은 정책을 가지고 고도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문 후보는 한국 경제의 산적한 문제 중 어떤 문제를 중요시 하는가. 문국현 = 사람이 사람대접을 못 받는 게 제일 큰 원인이다. 청년실업자 중 34세 미만이 200만 가깝다. 대기업이 지난 10년 동안 최고 100만을 해고했다. 그것은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해고한 것이다. 이 100만이 조기명퇴나 해고당했다. 그 이후 중소기업에 모든 문제점들이 넘어가버렸다. 중소기업의 위기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의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고 있다. 지식사회로 가야 하는데 역진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중국과 일본에 의해 샌드위치화 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위기로 몰아간다. 이는 사회적 통합에도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홍종학 = 대기업 고용자가 130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문국현 = 신문에는 대기업이 신입사원 뽑는 숫자만 나오지 해고하는 숫자는 안 나온다. 또 자신의 불행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국적 풍토 탓에 개인도 알지 못하고 사회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의존론’을 펴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만 산다는 것은 안 된다. 김종인 = 저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며 모든 부분이 다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당면하는 것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은 경제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의 생활 격차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문제는 실업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일자리가 제대로 안되니까 임금이 벌어지고,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한국경제가 제대로 갈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인구증가율이 둔화됐다. 이른바 ‘자녀 기피층(출산 기피층)’이 생긴 것이고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이렇게 10년을 가면 그때도 지금 같은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단기처방 등의 대증요법식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다. 1993년에 민주정부가 처음 생겼다. 그때 막연하게 경제가 침체하고 성장속도가 침체하니까 신경제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부채구조로 빠졌고, 결국 IMF 사태로 갔다. 다음에 집권할 분들이 성장과 투자 일변도로 간다면 경제에 해롭다. 이번 대선은 경제가 가장 큰 이슈다. 더구나 한나라당 후보가 경제 대통령 자처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어서 상대 후보 역시 경제 전문가가 나와야 하는데, 자칫하면 ‘어설픈 치료 남발’도 우려된다. 구조개혁도 필요하고 문국현 후보가 말한 ‘사람 중심의 경제’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현상에서 왜 투자가 제대로 안 일어나는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수익에 대한 전망이 없어서다. 성장만을 위한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니다. 막연하게 성장은 안 된다. 문국현 = 동의한다. 외형만 추구하면 질은 더욱 나빠진다. 일부 후보들이 말하는 고성장 전략은 잘못됐다. ‘요소투입형 성장’이 아닌 육체 근로자를 지식 근로자로 바꾸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패러다임으로는 5% 이상의 성장은 큰 부작용이 온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연간 GDP를 100조 이상 늘려야 한다. 그러면 고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중소기업에 통상고속도로를 내줘야 한다” 홍종학 = 두 분 말씀은 성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 같다. 경제체질을 바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외국에 비해 낮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국현 = 평균 잡아 생산성이 외국에 비해 50%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한 때 외국돈을 빌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직장 내의 지역밀착형 전략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저는 평생학습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홍종학 =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적자본이 우수하다는 것을 자랑해왔는데,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생산성이 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국현 = 대기업은 생산의 장이자, 학습의 장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기업형 학습을 할 체제가 안 돼 있다. 다시 말해, 지식의 무덤과 같은 환경이다. 중소기업의 평생학습 참여율도 2.9%에 불과하다. 반면 대기업은 100%다. 중소기업의 인적자원의 생산성을 배가시켜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이 21%인데, 이를 5%까지만 올려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에 통상고속도로를 내줘야 한다. 홍종학 =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재벌 중심의 성장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경총이나 전경련 등 재계는 이른바 ‘대표 주자’를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국현 = 그런 인식이 종식될 때가 됐다. 과거에는 종합상사법을 통해 대기업이 컸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나 중국 부품으로 바꿨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계도가 50%까지 떨어져 중소기업의 판로가 막히고 있다.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으면, 대기업은 가장 값싼 공급처로 가게 돼 있다. 하도급 비리도 많아서 공정위에만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도 중소기업 위주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종인 = 재벌 개혁이라는 게 대기업을 변동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우리 경제에 기여하려면 60~70년대와 같은 재벌의 형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의 재벌은 압축성장의 결과물이다. 능력 있는 자가 재벌이 된 게 아니고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재벌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이 아닌 영토 확장 부분에서 대기업들이 서로 경쟁했다. 누가 선박엔진을 만들면 다른 회사도 만드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국제경쟁력이 없다. 이런 식의 재벌은 안 된다는 것이다. UR(우르과이 라운드) 당시, 핵심은 우리 상품이 국제와 국내에서 동일한 경쟁을 하자는 것인데, 그걸 못하니까 샌드위치 상황이 돼서 IMF 사태를 겪은 것이다. 과거에는 고도성장을 하면서 한일 무역역조가 늘었는데, 최근에는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데도 무역 역조가 더 늘고 있다. 중간제품이나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부터 무역역조를 해결한다고 정부가 노력해왔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핵심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상품 수출 1위의 비결은 70여 개 정도의 부품 업체다. 이런 식의 경제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문국현 후보의 인간중심의 경제론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는 정부가 자금 공급을 해야만 대기업이 투자를 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투자를 안 한다. 전망이 있는 사업이 없어서다. 한국경제의 하부구조를 탄탄히 하는데 대기업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기업이 경쟁력이 없다. 이런 경제구조에서 우리가 부품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정부가 규제를 하니까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에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분야에 대기업이 덤비면 중소기업은 죽는다. 중소기업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게 원칙이지만, 100m 앞선 사람을 100m 뒤에선 사람이 따라잡을 수는 없다. 정부의 역할은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국현 후보의 ‘사람 중심 경제론’과 ‘중소기업 통상고속도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문국현 = 독일은 무역흑자가 2100억 달러다. 우리는 160억 달러다. 우리랑 인구도 비슷하고, 통일비용도 많이 든 독일이 이런 것은 자국 부품을 쓰기 때문이다. 그 길로 국가가 정책을 바꾸기만 하고, 중기에 대해 현장밀착형 평생학습 체제를 하면 중국이나 국내의 기업에서 저희 유한킴벌리가 재현했듯이, 1년이나 6개월 내에 생산성이 올라간다. ■“낮은 고용률이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 홍종학 =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중기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두 분 말씀의 핵심인 것 같다. 문국현 =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도 자극을 주고 각자의 성장 능력을 높이게 하자는 것이다. 김종인 = 대기업은 지금 독자적으로 생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IMF 이후 그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가면 된다. 문국현 = 대기업은 지식기반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없다. 지식기반의 혜택을 중소기업·중견기업·벤처기업·자영업자에게 줘야 하고, 그들이 다시 이것을 청년실업자 등에게 전달해야 한다. 국가가 그 기반을 깔아주면 된다. 기업이 스스로 하라면 어렵다. 국가가 나서서 대학과 연결해 주고 하면 서로가 선순환이 된다. 독일 수준까지 10년 안에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홍종학 = 일자리의 상당수가 좋은 일자리가 된다는 것인가. 문국현 = 그렇다. 우리나라가 사람이 자산이라고 하는데, 통계를 보면 59%만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은 고용률이 80%다. 다른 나라에 비해 600만 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대기업이 이걸 이용해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 불법 과로를 국제적 기준인 연간 1800 시간으로 내리면 5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전문직 고부가가치를 국산화 하면 500만 개의 일자리가 또 생긴다. 100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비정규직은 줄어든다. ■“정직한 사람이 대통령 돼야 한다” 홍종학 = 과연 그런 성장 방식이 우리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고도성장이 되겠는가 하는 게 오늘 주제다. 문국현 =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가 과거에 7~8% 성장할 때는 전 세계가 2~3% 성장할 때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평균 8% 성장을 하고 있다. 더구나 4~5% 성장도 양극화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밖에 안 되고, 실질 소득이 줄고 있다. 따라서 성장지표상 GDP가 얼마 늘었다는 것은 억지라고 본다. 이것에 대해 국민이 화를 내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김종인 = 저는 고성장론자가 아니다. 거기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투자나 수출이나 소비가 활성화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현재에서 소비가 더 늘어날 요인이 없다. 소득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라고 하는 것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지 않으니까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거다.

다행히 수출이 상당히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것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은 뭐냐. 저는 단기간의 급속한 성장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기반이 없으면 고도성장도 없기 때문이다. 기반이 뭐냐. 정부 지출을 적자예산으로 해서 투자하던 시대는 지났다. 현재의 여건에서 안정적인 상황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잠재성장률을 6~7%까지 올릴 수 있는 처방을 내놓는 게 관건이다. 정부의 통계만 보면 실업률은 매우 안정적인데,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적어도 8%는 넘는다고 본다. 정부에서 통계하는 사람들의 방식은 실업자를 비경제활동 인구로 잡아서 실업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정부 발표대로라면 양극화 등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좀 정직해야 한다. 정직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일반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앞으로 1~2년만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일전에 문국현 후보가 ,일자리 500만 개 창출과 8% 성장을 말하는 걸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할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의 대운하는 환경 뿐 아니라 전국 투기장화 하는 대재앙” 홍종학 = 문국현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비교한 글이 인터넷에 떠 있었다. 경제성장론의 경우, 이명박 후보와 문국현 후보 두 분 다 고도성장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문국현 = 이명박 후보의 성장론과 저의 성장론은 전혀 질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것은 잠재성장력 4~5%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지도자의 지도력이나 대운하 등을 통해 잘 하면 7%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7%를 약속하면 안 되고, 대운하는 환경재앙 뿐 아니라 전국을 투기장화 할 것이다. 이것은 더 큰 재앙이다. 이것은 나라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 열도 개조론’을 폈다가 일본을 망치는 다나까 같은 경제 정책이다. 과거식 패러다임에서 ‘총요소생산성’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에는 창조성이 없다. 총요소생산성은 사람을 중시 할 때 나오는 것이다. 선진국은 총요소생산성이 우리나라보다 거의 2% 가까이 높다. 이것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할 기업이 유한킴벌리나 포스코 등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2000만 명의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GDP 다 합쳐도 900조다. 여기서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서 다시 200조가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넥타이는 1만 원짜리부터 1천만 원까지 있다. 디자인 값이 차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제품은 아직 1천만 원짜리 넥타이의 경지에 가지 못했다. 나머지 기업들이 저부가가치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경제로 점프를 해야 한다. 기반 시설이 필요하고 정부와 대기업과 대학이 함께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전통 산업 전체에 신기술을 접합해야 하는데, 전통 산업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나노기술 등을 이식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지난 20년은 ‘환황해경제권’으로서 유럽에 한 5000억 달러를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수출하고 미국으로 얼마를 수출하는 등이었는데, 지금 동해를 바라보면 아무도 거기를 주목하고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인건비가 싼 곳이 북한이다. 일본이 대북보상금을 낼 게 100억 달러가 있다. 또 미국이 북한을 경제 파트너로 잡아준다면 역동적인 환동해 경제권으로 만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싼 북한의 인건비와 우리의 기업가 정신이 결합할 때, 우리에게는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자원이 우리에게 있다. 이걸 이 시기에 해야지, 북미수교가 내년을 넘어가면 어렵다. 홍종학 = 이명박은 국내지향적인 방식으로 고도성장을 하겠다는 것이고 문국현 후보는 전혀 반대다 김종인 = 요소생산성이 늘어날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면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경제에 재앙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토목사업이나 정부의 투자 등을 통한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라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밑바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창의성을 가지고 활동하기 때문에 이만큼의 성장이 가능한 거다. 그런 사람들이 일하게 해줘야 한다. 거시지표 하나만 가지고 4~5% 성장도 괜찮지 않느냐, 증시가 좋으니까 만족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현실을 보는 눈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현재 돈의 흐름은 글로벌 경제의 흐름 속에서 돈다. 돈이라는 게 과거에는 결제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돈 자체가 상품이 됐다. 돈 스스로가 돈을 버는 것이다. 전 세계의 자본시장은 실물경제와 관계가 없다. 얼마 전에 주가가 2000 포인트가 올라가니까 좋아했는데, 서브프라임 사태 때 200 포인트 빠진 것을 두고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 번 대통령이 될 사람이 제대로 안 뽑히면 우리 경제의 장래가 어렵다고 본다. 순간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일반인들이 볼 때 희망을 가지고 볼 구체적인 안들을 내주셨으면 한다. 문국현 =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게 외국인 직접 투자다. 우리보다도 작은 경제인 터키에도 연간 300억 달러가 들어오는데 우리는 60억 달러다. 대기업들이 외국인 직접 투자의 앞을 가로막고 우리에게는 현금이 200조 있다고 한다. 작년 외국인 직접 투자 실적이 36억 달러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1300억 달러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들어와서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을 쓰고 집권층이 깨끗해야 한다. 직접 투자가 연 30조~40조가 들어와야 한다. 또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갖게 해야 한다. 그들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면 잠재성장력이 죽는다. 보육과 공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분배는커녕 거래의 정의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홍종학 = 성장에는 분배가 따라온다. 김종인 = 요즘 언론에서 ‘성장이 우선이다. 분배를 나중에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분배를 정책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복지라고 하는 것도 체계적으로 해본 적도 없는 나라다. 1977년 7월 1일부터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는데, 그때 상황에서 당시 경제팀이 ‘파이 논쟁’을 했다. ‘파이가 작은데 나눠 먹을 게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저는 ‘의료보험은 투자재원을 깎아먹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성장을 저해한다고 하느냐’고 논쟁을 했다. 다행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시행됐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분배를 할 수 없는데,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성장의 결실을 분배하는 쪽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오늘날 같은 양극화가 심화된다. 햇볕정책을 예로 든다면,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 못하면서 그런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나도 시장원리가 경제운용의 원리가 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인데, 시장의 결과는 비인간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갈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한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을 논쟁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다. 문국현 = 일견 동의한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몫이 이전되고 있다. 공정위를 만들어 ‘하도급 비리 전속 고발권’을 위임했는데, 오히려 고발을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벌과금도 국고로 가는 잘못된 행정이다. 벌과금은 중소기업에게 가야 한다. 공정거래가 일어나야 한다는 전제로 가야 한다. 또 가치를 창조하는 전제가 돼야 한다. 가치를 창조할 일이 무수히 많다. 이런 것을 대기업과 정부와 학계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분배는커녕 거래의 정의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김종인 = 경제학 이론이라는 게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나오는데, 제일 뒤떨어진 게 분배학이다. 최근에 와서 미국의 큰 부호들이 세계 빈민 구출에 기여하려고 하는데, 그런 개개인이 내는 기금으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분배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분배 문제에 대해 재정이라는 방식을 통해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장 메커니즘이 특이해서 아무리 정부가 노력해도 분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문국현 = 분배는커녕 제 몫을 못 찾아먹게끔 하도급 비리가 일어나고 있다. 분배와 투자를 혼동하는 게 있다.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투자가 아니다. 교육투자를 과감히 늘릴 때 공교육 강화는 물론 중기와 보육에도 투자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분배다. 사회적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많은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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