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경찰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최근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의 불법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곧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 수법·규모로 보아 인터넷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 될 예정이다. 경찰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정보 도용 730만명, 부정사용 5000만건 이상’이라는 중간보고가 나왔다. 특히 KT 등은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고객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통신업계의 공룡기업들 뒷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들의 정보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KT의 고객정보 유출은 KT가 도덕적 아노미 상태에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 단체는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등 경찰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통신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KT가 이번 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자회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무단 가입 때문이다. KT는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 중 일부에 대해 무단으로 자회사 포털 사이트인 메가패스(www.magapass.net)에 가입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 2004년부터 메가패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되지 않은 초고속인터넷 사용자에 대해 사전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생성,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에 대해 KT 측은 매가패스 미가입 고객에 대한 무단 가입은 인정하지만 고객정보를 다른 업체에 넘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경찰 중간수사 발표와 함께 지난 2005년 사업을 중단한 KT의 소디스 사업에 대해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휴업체와 마케팅 정보로 활용하는 소디스 사업을 중단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KT는 지난 2004년부터 시내가입자 개인정보 임대사업에 나서기로 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고객들의 임대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KT의 소디스 사업은 지난 2005년 정통부가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시 정통부는 소디스 사업에 대해 어떤 목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제3자에게 제공했을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따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경품을 앞세워 본인 동의를 받은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 위법적 사항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소디스(SODIS) 사업을 통해 240여 만 명의 고객으로부터 포괄적 동의만 받고 개인정보를 제3의 회사에 임대하려 한 KT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KT도 이후 사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소디스에 대한 논란은 잠잠해졌다. 하지만‘KT소디스(www.sodis.co. kr)’ 인터넷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등 고객정보를 이용한 뒷돈 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 기자가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신규회원 가입은 할 수 없지만 기존 고객들의 정보 수정 등 일부 서비스는 이뤄지고 있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뜨는 팝업 창에는 ‘가입절차를 보완하기 위해 소디스 가입을 당분간 중단하지만 기존 회원에 대한 정보조회, 변경, 탈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의 재확인대상 고객들은 재확인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도 떠 있다. 사이트에는 KT 계열사의 사이트가 등록돼 있고 가입절차 공지사항에도 유선전화 대표전화인 ‘100번’이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KT가 소디스 사업 중단을 발표한 이후에도 2년이 지나도록 관련 사이트를 파행 운영하면서 폐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KT가 기존 가입 고객 정보을 이용, 장사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KT 관계자는 “소디스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중단한 상태” 라며 “관련 사이트가 그대로 있는 것은 알아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KT의 고객정보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고객정보 관리에 대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KT 간부와 직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5개월간 내부 전산망을 통해 유선전화 가입자 중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 22만여명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빼돌린 혐의다. 또 일부 간부는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빼돌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직원과 협력업체 등을 동원, 무단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가정 내 가전제품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현장 직원들이 소지한 소형 단말기에 고객들의 가전제품 정보 등을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급, 고객 동의 없이 정보를 모았다. KT 등 국내 통신업체의 개인정보 무단 도용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사건의 최초 원인 제공자인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인 KT와 하나로텔레콤 등의 불법적인 고객정보 유출에 대해 피해 소비자와 함께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은 건너야 할 산이 많다. 최근 공개된 중간 수사 자료에는 피해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 대략적인 피해자 수 뿐이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자신의 정보 유출로 유무형의 피해를 입어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통신업체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아 담당 직원의 사법 처리와 징계에 머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때문에 통신업체들이 계속되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미흡한 제도적 장치 때문이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고객들이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고객정보유출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메가패스 무단 가입은 고객들에게 메가패스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잘못된 것이다” 며 “시민단체들의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은 없고 향후 소송이 시작되면 법률적 검토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가 국내 통신업체들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피해자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통신업체의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 피해자와 업체 간 첫 법정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통신업계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경찰 조사만 보더라도 통신업체들이 회사차원의 조직적인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다” 며 “특정 시점 이후의 가입한 모든 고객이 정보가 도용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위원은 당장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 위원은 “지금 최종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경찰이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지는 않을 것 아니냐” 며 “피해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집단 소송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녹색소비자연대는 피해사실을 확인한 고객들의 소송을 중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며 “경찰과 정통부가 나서 고객정보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문형 김보라미 변호사는 “소송은 고객 동의 없이 자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시킨 사례와 정보 유출, 고객정보 판매 등 3가지가 될 것이다” 며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KT의 경우에는 2004년 이후 2년간 가입된 사실만 입증되면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9월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