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당’, ‘도로열린우리당’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며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발부터 망신을 연달아 자초하며 신당의 이미지를 구기고 있다. 물론 3김청산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스스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을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헌신짝 버리듯 탈당해 중도개혁신당, 통합민주당, 제3지대파 등 열린우리당 흔적지우기에 나섰다가 정작 민주당을 끌어안는 데 실패하고 열린우리당과 합치며 대통합의 의미는 퇴색되고 갈등요소는 내포한 채 억지춘향 격으로 창당해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통합신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유사당명이라며 당명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당해 결국 법원으로부터 약칭 사용금지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민주신당에서 ‘신(新)’이라는 단어는 새로이 탄생한 정당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명칭에 있어 핵심이 되는 중요부분은 ‘민주’라며 민주당과 민주신당은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창당 이전부터 민주당이 독자정당을 유지하겠다고 밝힐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일정과 당명선택의 어려움을 겪으며 서둘러 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으로부터는 신당은 덩치만 크지 국어도 못하고 산수도 못하는 당, 국가운영은 커녕 경선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당, 기본 능력이 없는 당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 경선관리 신뢰성 크게 실추, 강금실 “이렇게 무사안일해서야” 대통합신당은 또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공개과정에서 순위가 뒤바뀌는 사태까지 발생해 당의 ‘경선 관리능력’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며 김덕규 경선위원장과 이목희 집행위원장이 중도하차했다. 이에따라 전체 경선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책임자 문책, 재검표 문제 등 가장 기본적인 경선관리의 신뢰성 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순위가 4위에서 5위로 발표됐던 유시민 후보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고, 당이 망신을 당한 것도 맞다”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경선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경선 전과정에 대한 당내 감사가 필요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승 대신 박빙의 승리를 한 손학규 후보도 각 후보의 1순위와 2순위 득표수는 물론이고 특정지역의 과대,과소 표집상황까지 모두 밝혀야 한다며 경선관리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뒤 극도로 말을 아껴온 강금실 전 법무장관마저 보다 못해 무사안일한 태도로는 국민고통을 치유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당 지도부와 신당 출범이전과 창당 이전부터 활동해온 국민경선준비위원회 기존 의원들 간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경선위원회는 순위발표 오류와 수정에 대해 당 대표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대화 대표 비서실장은 “경선위에서 오충일 대표에게 순위와 득표율 발표, 순위 수정 등에 대한 보고조차 없었다”면서 “이 정도면 신뢰성이 떨어지고 관리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순위정정 지도부에 보고조차 않해, 막나가는 이목희, “지도부에 월권 따질 것” 경선위원회 구 집행부도 겉으로는 문책을 수용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양길승 최고위원을 경선위원장에 임명하자 반발하고 있다. 경선위는 경선관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긴 했지만 당 지도부의 후임 인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책임자인 자신만 물러나도 되는데 김덕규·김호진 공동경선위원장까지 사퇴할 필요가 있느냐고 한 뒤 “그간 예비경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권한 밖의 행동을 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경선관리 책임에 대한 안이함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동안 신당의 창당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말을 아껴온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당이 만들어지고 예비경선이 치러지기까지 어언 두 달간의 신당의 행보는 말그대로 ‘당신들의 정치’였다”면서 “왜 우리는 어떠한 심정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인지 설득력도,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행복을 선사하겠다는 메시지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꿈을 주겠다며 출발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연말 대선까지 사과만 하다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눈여겨볼 일이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