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를 봐라, 가관이다. 김영삼(YS)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틀린 것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쪽에서 나와서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 (노무현 대통령, 8월31일) “40여 일 동안 조용해서 나라가 편안해지나 했는데…우리당을 문닫게 한 장본인이 노 대통령 아닌가, 제발 대선판에서 한발 비껴서라”(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 9월2일) 노무현 대통령과 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다시 전면전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과 손학규 후보의 대결은 작년 10월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행보를 시작한 이후 이번이 3번째다. 지난 달 31일 노 대통령이 손 후보와 손 후보 지지에 나선 386의원을 겨냥해 일침을 가하자 이번에는 손 후보가 이달 초 반격, 3라운드를 시작한 것이다. 대선 본경선이 시작된데다 도덕성이나 명분, 원칙을 중시하는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손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며 범여권의 유력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보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만들지는 못해도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노 대통령이 손학규 사냥에 본격 나서자 대통령을 향해 먼저 비수를 겨눌 만큼 배짱과 맷집의 손학규 후보도 한치 양보없이 생명을 건 일전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한국 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에서 “요즘 정치를 봐라. 가관”이라며 “김영삼(YS)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틀린 것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쪽에서 나와서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 YS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으냐”고 손 후보와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한 386출신 의원들을 한꺼번에 비난한 바 있다. 이에대해 손 후보는 2일 작심하고 노 대통령은 물론 친노후보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손학규 후보가 노 대통령과 친노후보를 향해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예비후보는 2일 “노 대통령은 대선 판에서 한발 비켜서달라”며 “열린우리당을 문닫게 한 장본인이 노 대통령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이제 당원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 입을 닫고 가만있으라고 했다. 손 후보는 이날 여의도 남중빌딩 캠프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끼면 낄수록 이명박 후보가 올라가고 신당후보는 내려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0여 일 동안 조용해서 나라가 편안해 지나 했더니 또 무슨 말씀을 하느냐,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에만 전념해서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데 전념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힐난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가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대선지원용이라면 필요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대선에 도움 주겠다는 생각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사양한다. 영어로 ‘노 쌩큐(No, Thank you)’”라며 “노 대통령이 제발 대선과 관련한 일체의 발언을 삼가고, 대신 공장에 찾아가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 후보는 자신의 핸디캡인 정체성을 거론하는 경쟁관계인 친노 후보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이해찬 후보는 “손 전지사는 부동산 정책이 아직도 한나라당 식 사고에서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정통성과 적통성 따지는 이분들은 도무지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대선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삭이나 줍고 부스러기나 챙기려는 사람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3월 손 후보의 탈당 직후 벌인 2라운드에서 노 대통령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손 후보는 3월19일 당내에서 이명박·박근혜 등 빅2에 밀리며 승산이 희박해지자 한나라당 탈당명분으로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겠다”며 노 대통령을 걸고 넘어졌다. 노 대통령은 다음날인 3월 20일 청와대 국무회에서 “탈당을 하든, 입당을 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며,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맹렬히 비난했다. 손 후보는 이에대해 “민주당을 탈당해 새 당을 만든 분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냐”며 “내가 말하는 무능한 진보는 노 대통령이 그 대표로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극복대상”이라고 맞받아쳤다. 손 후보는 지난해 10월26일 “노 대통령은 거의 송장, 시체가 다 돼있는데 비판해서 뭐하느냐”고 고강도로 비난하자 청와대는 곧바로 다음날 “대통령을 폄훼해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려는 습관적인 행태”라며 “결국 이런 방식이 성공하지도 또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지도 못했다는게 우리 정치사의 교훈”이라고 반격했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 탈당의 변에서도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겠다”며 노 대통령을 자극했다. 노 대통령은 연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당한 공격에는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며 그것이 제 태도다. 대선에 관계없이 내일이 선거라도 부당하게 공격당하면 반드시 해명할 거다. 여야 관계없다. 그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역설한 바 있다. 손 후보가 여론지지도에 힘입어 청와대에 맞서고 있지만 청와대의 공세를 버텨내고 본경선을 뚫고 최종 주자로 나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