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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고객돈’으로 금융계열사 통해 그룹지배 강화

환상형 출자 해소 않고 되레 늘려..공정위 지배구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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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호 ⁄ 2007.09.10 10:31:57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에 뚜렷한 개선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던 참여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낸 일부 재벌그룹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유지배 괴리도나 의결권 승수로 분석해 본 재벌들의 지배구조 평점은 지난해에 비해 제자리 걸음하거나 더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은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공개’자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재벌들 ‘고객돈’으로 지배 강화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총수가 존재하는 4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개는 1개 이상 금융·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4개 기업집단은 산하에 거느린 29개 금융 계열사를 통해 86개의 다른 계열사에 1조7567억 원(액면기준)을 출자해놓고 있다. 외견상 출자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4765억 원이나 줄었고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타 계열사 지분율도 지난해 12.45%에서 10.93%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카드가 지난해 9월 2조5천억 원에 육박하던 자본금을 4965억 원으로 대폭 감자하면서 발생한 ‘착시’현상으로, 실제 변화는 찾기 어렵다. 특히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삼성·현대차 등 11개 재벌 가운데 7곳이 금융·보험계열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 중에서도 에버랜드(삼성카드 25.64%), 삼성전자(삼성생명 6.28%, 삼성화재 1.09%), 삼성물산(삼성생명 4.66%, 삼성투신 0.27%) 등 금융사들이 최고 핵심기업에 대거 출자해놓은 삼성그룹을 비롯, 한화그룹(한화증권이 한화에 2.25% 출자), 동부그룹(동부건설에 동부생명 8.17%, 동부화재 11.86%) 등은 그룹 주력기업 지배권의 주축이 금융 계열사의 출자 지분이다. 이들 금융 계열사의 자산 대부분이 고객자금임을 감안하면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 유지에 고객돈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에 재벌들이 할 말은 없는 셈이다. ■총수 ‘쥐꼬리 지분’지배도 그대로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미미한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형태 역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43개 총수있는 재벌그룹의 전체 지분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의결권없는 주식 포함)은 4.90%로 지난해(5.05%)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총수의 지분이 0.04%포인트 높아졌지만 대신 일가의 지분이 0.19% 줄어든 탓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11개만 떼어놓고 보면 이 비율은 더욱 초라해진다. 이들 11개 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은 3.45%로 43개 그룹의 평균보다 훨씬 낮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보다 0.22%포인트 하락해 감소폭도 더 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그룹 계열사내 지분은 고작 0.31%, 이재용 전무 등 일가를 포함한 지분율은 0.81%로 전체 재벌그룹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았고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직접 보유한 지분은 0.82%, 일가를 합해도 1.50%에 불과했다. 특히 43개 재벌 가운데 태영그룹은 총수의 지분이 아예 없었고 LS그룹(0.06%), 두산그룹(0.21%) 등은 총수의 지분율이 가장 낮은 재벌로 꼽혔다. 이에 비해 규모가 작은 재벌은 총수나 일가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 태평양의 경우 서경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3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심 신춘호 회장 일가가 27.43%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총수 일가의 실제 보유 지분율과 이들 지분을 포함해 총수가 지배하는 임원, 비영리법인, 계열사의 출자분을 합한 의결지분율의 격차인 소유지배괴리도는 31.28%포인트로 지난해보다 0.73%포인트 상승했다. 법적 지배지분과 사실상 지배지분 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지배권(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의결권 승수 역시 43개 전체 재벌을 놓고보면 지난해 6.71배에서 올해 6.68배로 미미하나마 하락했지만 11개 출자총액규제 대상 재벌들은 7.47배에서 7.54배로 오히려 상승했다. ■논란속 공익법인 41개, 98개 계열사 출자 재정경제부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공익법인의 동일기업 주식출연, 취득제한 기준을 현행 5%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놔 재벌계 비영리법인들이 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재경부는 “시대가 달라졌고 한국만큼 공익법인의 취득제한을 강하게 둔 곳이 없다”는 점을 개정 이유로 내세웠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0일 성명에서 “공익법인을 안정주주로 활용해 총수 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실제 재벌계 공익법인들은 지금도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총수없는 곳 포함) 가운데 41개 재벌그룹이 모두 100개의 공익법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41개 공익법인이 모두 9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경우 공익법인들이 보유한 지분이 0.25%,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0.2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법이 예정대로 개정된다면 재벌들은 크게 높아진 한도와 재단으로의 추가 출자를 통해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 논평, 개선의 여지 찾아볼 수 없는 재벌의 낡은 지배구조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 2007년 대규모기업집단의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43개)의 경우, 총수일가는 4.90%의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 지분(44.22%) 등을 통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참여정부가 임기동안 추진해왔던 재벌개혁 정책이 그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성과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올해 잇따른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출총제와 지주회사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어 재벌의 지배구조는 더욱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기존의 사전적 재벌 규제제도의 무력화에 따른 위험성을 직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중대표소송·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등 사후적 규율장치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공익법인을 이용하여 세금 없는 경영권의 대물림을 허용하는 상증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나오기 전까지 처리를 유보할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표>참조),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하게도, 개선의 증거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소유지배 괴리도나 의결권승수로 측정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의 후진성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는 것은, 오늘 발표된 2007년 4월 기준 자료는 2006년 말 12월 자료를 토대로 제정되었기에 올해 잇따른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출총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지주회사제도가 형해화된 효과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와 국회는 올해 초 출총제의 적용대상을 자산규모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25%에서 40%로 대폭 완화시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한도를 상향조정(100% → 200%)하고, 자회사 지분요건을 완화(상장 자회사 30% → 20%; 비상장 자회사 50% → 40%)하며, 손자회사의 사업관련성 요건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계열사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재벌의 문제점은 향후 더욱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처럼 재벌의 요구사항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반면, 사전적 규제 완화에 따른 규율 공백의 위험성을 보완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벌의 로비에 밀려 계속 후퇴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 한편,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특히 작년에 비해 총수일가 지분과 계열회사 지분은 각각 0.22%p, 1.48%p 감소한 반면, 기타 지분(임직원, 자사주, 공익법인)은 0.48%p 증가했다. 이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편으로 재벌총수에게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자사주나 공익법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유인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는 공익법인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익법인의 동일기업 지분취득 한도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상증법 개정안이 명분과 달리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부문화 확산보다는 재벌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부는 관련 상증법 개정안 제출을 유보하고, 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 <조창용 기자> ===============박스1===================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신당의 ‘순환출자 금지’발의에 좌불안석 대선앞둔 제스처, 소급적용 독소조항에 어이없다 반응 삼성·현대자동차그룹 등 재벌의 ‘환상(고리)형 순환출자’를 강제로 해소토록 하고, 대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하는 방안이 대통합민주신당 일부 의원들에 의해 추진된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이미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폐기한 방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이계안 의원은 지난 3일 동료의원 14명과 함께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그룹에 대해 환상형 순환출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유사 지주회사(사실상의 지주회사) 개념을 새로 도입, 그룹내 핵심기업을 지주회사로 간주함으로써 순환출자를 원천 금지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정안은 A사가 B사에 출자하고 B사가 C사에 출자한 뒤 C사가 A사에 지분을 갖는 이른바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안을 담고 있다. 아울러 ‘사실상의 지주회사’ 개념을 새로 도입해 그룹 내 핵심기업을 지주회사로 간주, 방사형과 피라미드형 순환출자를 원천 금지하도록 했다. 장래에 발생하는 출자에 대해서뿐 아니라 현재 출자돼 있는 지분에까지 소급 적용해 일정 기간 내에 처분토록 하는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는 기업은 우선 5년 동안 매년 출자지분의 20%씩 단계적으로 의결권에 제한을 받게 된다. 그 뒤 5년에 걸쳐 20%씩 나눠 강제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무조건 끊도록 해놨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기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대규모기업집단시책을 통해 순환출자에 대해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일부 의원들이 같은 쟁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한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 시기에 적은 자본을 가지고 대규모 신규 사업을 하기 위해서 계열사 출자를 통해 재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경영권까지 확보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그같은 출자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순환출자구조를 ‘절대악’으로 단정하고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지나친 ‘기업 죽이기’라는 얘기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100조원이라고 했을 때 삼성전자의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를 지키면서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조건을 넘기려면 최소한 10조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주회사의 50%를 소유하기 위해 5조원의 자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차등의결권이나 의결권 상한제 등을 통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한국에서 순환출자된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한다면 한국의 우량 기업들이 적대적 M&A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공 자본이라는 것은 분식 회계와는 다른 것으로 이미 재무제표 등으로 모두 공시되는 정보이며 의결권 문제도 미국의 경우 순환출자는 없다 하여도 의결권을 10배나 주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등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며 “잠재적 폐해 가능성만으로 사전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스2=================== 공정위, 소유지배괴리도·의결권 승수의 의의 소유지배괴리도는 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 간 차이이며 의결권 승수는 의결지분율과 소유지분율 간 비율을 말한다. 소유지분율은 총수(일가)가 계열회사에 대하여 직접 보유하고 있는 지분으로서 총수 및 총수 친족지분의 합이다. 의결지분율은 총수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으로서 총수·친족·임원·비영리법인·계열회사 지분의 합이다. 소유지배괴리도는 총수(일가)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지분보다 얼마나 많은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의결권 승수는 몇 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동양·SK그룹 소유지배구조 최악 우리나라 주요그룹 가운데 ‘의결권 승수’가 가장 높은 곳은 동양그룹으로 무려 15.80배에 달했으며, SK그룹이 15.56배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12배에 불과해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결권만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C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1.19배였다. 의결권 승수는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지분이 직접 소유한 지분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개 높을수록 소유지배구조가 왜곡된 것으로 본다. 동양그룹과 SK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환상(고리)형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으면 통상 의결권 승수가 높게 나오는데, 동양그룹과 SK그룹도 이런 경우였다. 삼성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8.1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LG그룹은 6.8배, 현대차그룹은 5.8배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1배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결권만 쥐고 있다는 뜻이다. KCC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1.2배에 머물렀다. 효성그룹과 교보생명보험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4배에 그쳤고, 태평양 역시 1.5배에 머물며 소유지배구조의 양호함을 보였다. 한편 계열사들 끼리 지분을 순환출자해 가공의 자본을 만드는 ‘고리(환상)형 출자구조’가 총수가 있는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가운데 LG·GS·금호아시아나 3곳을 제외한 7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11위 그룹인 두산이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위해 올해 5월 순환출자를 해소했고, 3위인 SK도 지주회사방식으로 해소를 준비하고 있어 고리형 순환출자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 집단들의 의결권 승수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의 실적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것일 뿐, 의결권 승수 자체가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며 “시장의 건전한 경쟁환경을 조성ㆍ감시 해야 하는 공정위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며 국민들에게 왜곡된 기업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머나먼 재벌개혁 한국 경제는 재벌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공개’ 자료는 이런 근본적 의문을 다시금 던지게 한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참여정부에서도 재벌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결국 무위로 끝난 듯하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집단 43곳의 총수 일가 지분은 4.90%로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계열사나 공익법인 등을 동원한 총수의 지배력은 조금도 줄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좀더 높아졌다.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은 더 심하다. 총수 일가의 지분은 3.45%에 불과하다. 거대 재벌인 삼성은 총수 일가 지분이 0.81%, 에스케이는 1.50%에 그친다. 이런 수치만 보면 결코 총수의 기업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이들은 황제적 지위를 누린다. 심지어 재벌 계열사 중 60% 가량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다. 물론 재벌의 이런 모습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재벌가의 불법·편법 경영권 세습, 재벌 횡포 탓에 새로운 기업이 쉬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풍토 등 그릇된 재벌 소유지배구조로 말미암아 빚어지는 폐해를 굳이 다시 열거할 것도 없다. 중요한 건 조금이나마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느냐인데, 그렇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친재벌적 기류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의 무한 확장을 그나마 억제하던 금융-산업 분리 원칙이나 출자총액제한 등 핵심 재벌정책조차 형해화할 지 모를 처지에 놓여 있다. 14개 재벌 29개 금융·보험사가 86개 계열회사에 1조7567억 원을 출자하고 있는 등 지금도 재벌은 금융계열사에 맡겨진 고객 돈을 쌈짓돈처럼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쓰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금산 분리나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공공연히 들먹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회에는 금산 분리 원칙을 폐지하자는 3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금산 분리의 단계적 완화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정권 무렵에는 ‘삼성은행’이 탄생하고 다른 재벌들도 은행권에 진출하면서, 한국 경제가 산업과 금융을 함께 장악한 재벌에 의해 명운이 좌우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무엇이 한국 경제가 지속할 수 있는 길인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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