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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銀 실사 강행 배경…대선본격화 전 매각승인요청위해

외국자본에 우호 대통령 당선되면 내년 1월 승인가능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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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호 ⁄ 2007.09.10 13:31:15

외환은행은 “다음 주 초부터 본격적인 현장실사를 실시키로 HSBC와 협의를 마쳤다”며 “HSBC가 실사를 40일간 진행키로 한 만큼 10월20일께면 실사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5일 밝혔다.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주인 론스타와 HSBC 간 본계약이 이미 체결된 후 실사가 진행되는 것인 만큼 핵심 기업정보 이외에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요청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도 HSBC의 실사에 대해 반대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HSBC는 실사 후 5일 이내 론스타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는 있지만 그간 외환은행에 대한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혀온 만큼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선 HSBC가 실사를 마치면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금감위에 매각 승인 요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SBC는 대선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정치권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이르면 내달 말, 늦어도 11월 초께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인수 승인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선 ‘법원 판결 이전에 매각 승인 검토는 어렵다’는 당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약을 맺은 만큼 매각 승인을 뒤로 미룰 이유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대선 일정과 맞물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선 주자들이 여론을 감안, 론스타펀드 등 외국계자본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발언을 할 경우 불똥이 HSBC에도 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당국자들이 검토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무언의 압박’카드가 될 수도 있다. 금융계에선 또 HSBC가 시한으로 내년 1월 말과 4월 말을 정한 것이 금융감독 당국과 법원의 동향 뿐 아니라 정치권 판세를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자본에 우호적이거나 반감이 덜한 대선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르면 내년 1월 말, 늦어도 취임 이후인 내년 4월 말께는 승인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시한이 론스타펀드의 설정기한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외환은행 지분 6.25%를 HSBC에 매각할 지에 대해 “HSBC와 론스타펀드 간 매매계약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증시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론스타와 같은 주당 1만8025원에 외환은행 지분 6.25%를 HSBC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를 갖고 있다. 만약 수출입은행이 태그 얼롱 권리를 행사한다면 약 5000억원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금융계에선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국민은행과 론스타 간 계약 때 이 권리를 행사한 만큼 이번에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때마침 HSBC 서울지점에 대해 감독당국의 정기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HSBC 일각에서도 “이해가 안간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 외신은 “신중하기로 소문난 HSBC가 매우 이례적인(highly unusual) 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복잡한 수읽기를 거친 전략’‘사전 언질설’등 HSBC가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 대한 추론은 늘어간다. 우선 금융권의 한 인사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 보니 이례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HSBC는 승산이 낮은 게임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HSBC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거부감이 있더라도 합리적으로 풀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거부 사유인 ‘법원 판결 전 불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끝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승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HSBC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재판의 쟁점은 엄밀히 말해 이번 매매와 관련이 없다”며 “이번 인수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론스타가 아닌 HSBC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강행이 금융당국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에도 다른 해석이 있다. 우선 계약서 상의 인수 신청 시한을 2008년 1월31일로 잡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HSBC와 론스타가 한 계약은 본계약으로 언제든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신청까지 5개월의 여유를 둔 것이다. 신청 전 감독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동의를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감독당국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예의를 갖춰’인수를 추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계약 유효기간을 길게 잡은 데는 연말 대선 이후 누가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시한 전에 1심 판결이 우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등도 깔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스아시아는 올 연말 대선이 (HSBC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친기업적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과거 정책과의 단절을 시도할 수 있고,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용인해 국제 금융계에 우호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HSBC가 이처럼 판단했더라도 ‘승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HSBC적’승산은 높다고 볼 수 있더라도 감독당국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결격사유 등이 적발되는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는 실질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HSBC가 뭔가 ‘언질’을 받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감독당국 윗선, 즉 청와대 등의 언질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HSBC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SBC라는 조직은 확실한 게 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HSBC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HSBC가 론스타와 배타적 협상권을 갖고 실사를 하는 데 일정한 비용을 지급했을 것”이라며 “HSBC가 비용이나 여러 가지 리스크를 무릅쓰고 승산이 낮은 싸움에 나섰을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물론 HSBC가 ‘언질’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에 대한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확인이 어려운 얘기고,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으로 일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누가 다시 ‘관여’를 할 생각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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