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HSBC가 외환은행을 63억 달러(지분 51.02% 약 5조9000억 원)에 론스타로부터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동안 인수호가 1조원 차이로 물건너 가는듯 싶던 HSBC와 론스타가 깜작협상에 성공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SBC와 론스타가 금융감독당국의 사실상 ‘협상 자제’ 경고를 무시하고 '배짱 계약'을 맺은 것은 참여정부의 임기말 상황을 고려해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을 두지말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것이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HSBC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3억1700만 달러(한화 약 5조9376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만8045원으로 내년 1월31일까지 인수절차를 마치되 이 시한을 넘기면 추가로 1억33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주식취득 승인을 위한 정식 신청서가 내년 1월 31일까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되지 못하는 경우 론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내년 4월 30일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거래가 성사되면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주당 4245원씩 총 1조3833억 원에 인수한 론스타는 그동안의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4년여만에 약 5조3000여 억 원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 HSBC가 ‘강공’에 나선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향후 법원 판결과 금융감독당국의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환은행 부실이 부풀려져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각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관련자 3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또한 검찰은 또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배후로 지목된 론스타 본사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등 경영진 2명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사실상 올 1월부터 시작됐지만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 이들 재판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와 23부 심리로 진행중인데 올해 안에 1심 재판이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1심에서 비록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론스타 측의 항소가 확실시됨에 따라 2심 재판 결과와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받으려면 최소 2∼3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금감위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은 파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원 판결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해도 어차피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는 것. 결국 유죄든, 무죄든 지분은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계약에 무리는 없다는 것이 론스타와 HSBC의 계산이다. 결국 HSBC가 금융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론스타가 주가조작 1심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HSBC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제일은행 등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줄곧 보수적이고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론스타의 유죄 판결’에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고 론스타가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금융감독당국은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 강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자연스럽게 HSBC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된다.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완료 기한을 내년 4월 30일까지로 못박은 것도 현재 진척 중인 론스타 주가조작 1심 사건 진행 상황을 볼 때 적어도 그때까지는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마다 편차는 다소 있지만 통상 중대형 사건의 경우 하급심에서 증인 소환에 문제가 없거나 특별한 감정이 필요하지 않으면 1년 정도 소요된다. 3월 말 시작한 론스타 주가조작 공판은 여느 사건처럼 한달에 두 차례 정도 순조롭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HSBC의 이번 인수 발표를 론스타 확정 판결까지는 외환은행 인수 심사는 없다는 정부 당국의 논리와 이에 따른 눈치와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국내 은행의 어정쩡한 입장을 적절히 활용해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론스타 판결 전까지는 어떤 인수 심사도 없다”고 못을 박고 있지만 반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는 승인 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죄 확정이 나면 론스타는 6개월 내에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때 지분 매각 기일과 지분 물량만 규정될 뿐 매각 대상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에 론스타는 기존에 매각 계약이 체결된 HSBC에 팔면 된다. 이에 따라 HSBC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할 경우 그동안 명분으로 삼던 법원 판결이 확정됐고, DBS와 달리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HSBC의 인수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국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론스타가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론스타 의도대로 외환은행을 매각하게 되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이다. 물론 주가조작 사건이 무죄로 판결 나면 검찰이 항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이 경우 내년 4월 이후로 재판이 길어지기 때문에 인수 계약은 무산되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과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등 두가지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기소된 불법 매각 사건은 배임 사건의 특성상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하고 장기적인 법리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에 1심 재판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항소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무죄가 나면 검찰이 항소할 것이고, 유죄가 나면 피고인 측이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매각 사건이 계약 완료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장기화하더라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론스타의 불법 매각 공모가 밝혀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천 무효되지 않는 한 현재 진행중인 인수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 결국 론스타 주가 조작 사건만 내년 4월 말까지 유죄로 판결 확정된다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4일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론스타 측 인사들과 해외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합의한 것은 대한민국과 국회·감사원·검찰·금융당국·시민단체를 모독하는 행위”이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3월 국회 법사위에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특별조치 촉구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6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 조차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에 론스타의 1차 분할매각과 2차 잔여지분 매각계약이 이뤄졌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사위의 결의안과 함께 외환은행 재매각 중지명령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감사원의 최종 감사결과와 검찰의 수사결과, 증선위의 외환카드주식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해당 여부 판단 근거 등을 포함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즉각 발표해야 한다”며 “법을 준수한다고 하면서 줄곧 법을 위반하고 있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론스타 관련자들과 함께 즉각 입국해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창용 기자> ======박스====== 한국외환은행 주식인수 계약의 주요 내용 ● 총 인수가격-3조 4천억 원 및 미화 27억 달러 (총액 약 63억1700만 달러)론스타가 보유중인 여러 외화에 대한 헤지와 최종 원화 노출잔액(exposure)를 고려, 원화와 미화의 조합으로 가격 산정. ● 2008년 1월 31일 경과 후 인수 완료시, 1억3300만 달러 추가 지급. 인수대금 전체에 대하여 미 달러화로 최종 결제 주당 인수가격 주당 18,045원·2008년 1월 31일 경과 후 인수 완료시, 주당 380원 추가 지급배당. ● HSBC가 주주로 등록되기 전 기준일에 따라 배당이 이루어지면 지분율에 비례하여 인수가격 감액. ● 최종종료 예정일 2008년 4월 30일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 가능. ● 인수대상 주식-LSF-KEB Holding SCA 가 보유한 329,042,672 주 (51.02%). ● 주요 해지사유- 2008년 1월 31일까지 HSBC가 주식취득 승인을 위한 정식 신청서를 금감위에 제출하지 못하면, 론스타에 의한 계약해지 가능. ●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장-HSBC는 일반 소액 주주들에 대한 공개매수를 실시하지 않음·한국외환은행의 한국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을 유지. ● 한국수출입은행의 Drag/Tag 권리-론스타는 수출입은행에게 보유 외환은행의 주식을 HSBC에게 매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가 있으나, HSBC는 그 권리의 행사를 요청하지 않을 예정임·금감위에 대한 정식 승인신청서 제출일 10일전까지 수출입은행은 Tag-Along 권리(HSBC에게 자신이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매수를 요구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 ● Tag-Along권리 행사에 따른 수출입은행 보유 주식의 매수에 대해서는 론스타 지분의 매수와 동일한 거래조건이 적용됨. ● 거래 종결을 위한 선결조건-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인허가. ● 외환은행에 부정적인 변경이 발생하지 않을 것·합의된 외환은행의 경영 전략이 변경되지 않을 것. ● 영업정지 등 외환은행 운영에 대한 법적 제약이 발생하지 않을 것. ● 추가 실사계약 체결 후 40일간 HSBC는 외환은행에 대한 추가 실사 시행. 실사기간 후 5일 내에 HSBC에 의한 계약해지 가능. ● 보증-계약상 LSF-KEB Holding SCA이 부담하는 금전적 의무에 대하여 Lone Star Fund IV (US) LP 및 Lone Star Fund IV (Bermuda) LP가 보증을 제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