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칭병(稱病)’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한국 재벌의 행태와 이들에게 온정적인 한국 사법제도를 대놓고 비판해 자못 파장이 심각하다. FT는 이날 ‘한국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몸이 아픈 것을 핑계로 위기를 모면한 재벌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FT는 일단 2005년 ‘안기부 X파일’사건이 한창일 당시 미국으로 출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5개월만에 귀국하면서 휠체어를 탔고, 귀국 후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고, 결국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것. 이어 쇠파이프까지 동원한 조폭 스타일의 폭력을 사용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휠체어에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고, 역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FT는 “한국 법원은 재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경영을 계속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재벌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 및 정부에 너무 간섭하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어 자못 그 파장이 주목된다. 아무리 국내 대기업들의 문제가 상존한다 하더라도 국내언론이 아닌 외국언론이 이렇게 대놓고 국민정서를 대변 하는듯이 비판수위를 높이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20세기도 아니고 국가위상이 달라진 지금과 개발도상국과 같은 잣대로 한국을 바라보는듯한 외국언론의 시각은 전 근대적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영국은 20세기에 인도 등 아시아 지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탈을 해 온 나라 인가 한번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국내 제일은행을 흡수 합병해 국내진출해 있고 HSBC 은행이 외환은행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은 국내자본을 우습게 보고 사전에 자기 언론을 동원해 기를 꺾자는 심산이다. 금융감독기관을 비롯해 국내언론은 꿀먹은 벙어리 처럼 이런 망발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