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정부의 통합식별번호 사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리비전A 서비스를 식별번호 ‘019’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식별번호 브랜드화를 막기위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에 관해서는 예외없이 010 번호를 부여키로 한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리비전A는 LG텔레콤이 타사의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에 맞서 개발한 서비스로 CDMA 기반의 EV-DO에서 진보한 2.5세대 서비스다.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LG텔레콤은 2세대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2.5세대 기술인 만큼 기존 019식별번호를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했고, 경쟁업체는 사실상 3세대 기술이기 때문에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에 따라 010을 써야한다고 맞서왔다. 010 식별번호는 지난 2004년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막고 후발주자들의 시장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정부는 신규번호 가입자와 번호변경 가입자, 3세대 휴대폰 가입자에 관해서는 예외없이 010 번호를 부여해왔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010 번호통합은 후발사업자가 자리를 잡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취지를 LG텔레콤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통합식별번호에 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세칙 개정 전까지 ‘019’ 등 기존 번호를 사용하는 내용의 이용약관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10일 결정했다. 세칙변경 절차를 고려하면 2~3개월 후에는 010 번호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010번호 통합정책의 틀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LG텔레콤의 리비전A 서비스도 010번호를 써야 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소비자의 불편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번호 통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010번호 통합정책은 정부가 복잡한 이동전화번호 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4년 도입했다. LG텔레콤은 그동안 자사의 3G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종전에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019 등 ‘01X’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그러나 “011, 016, 109와 같은 01X 정책은 당장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010으로 모든 번호를 통합할 때까지 허용할 것”이라며 “LG텔레콤 이용자가 010으로 번호를 옮기더라도 01X 번호로도 수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이 3G 서비스의 번호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하면서 그동안 ‘우군’을 자처했던 SK텔레콤의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불투명하게 됐다. 현안으로 대두된 이동전화 요금과 관련해서는 ‘망내 할인’과 같은 요금 경쟁 촉진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사회적 약자인 노인·청소년·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시장기능과 관련 없이 요금을 내려줄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이 외에 요금 인하와 관련, 망내 할인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후발사업자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 요금 경쟁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망내 할인’이란 같은 이동통신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간 통화료를 할인해 주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망내 할인이 도입될 경우 매출 규모가 적은 데다 통화료가 저렴한 LG텔레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텔레콤의 이 같은 조치는 번호관리세칙이라는 ‘원칙론’을 앞세워 정통부와 경쟁사인 KTF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텔레콤(032640)은 오는 11일부터 영상전화 등 고속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리비전A’CDMA2000 1x EV-DO Rev.A) 단말기 판매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 LG텔레콤은 기존 가입자가 ‘리비전A’ 단말기를 구입하면 별도의 가입이나 요금제 변경없이 최대 3.1Mpbs 전송속도의 리비전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별번호의 경우 ‘010’으로 바꿀 필요 없이 종전에 쓰던 ‘019 등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날 유영환 정통부 장관이 밝힌 “리비전A 서비스도 010 번호통합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LG텔레콤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현행 번호관리세칙이 자리잡고 있다. 번호관리세칙은 010 번호를 부여하는 대상을 2GHz의 IMT-2000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주파수 대역(1.8GHz)에서 서비스 하는 ‘리비전A’는 ‘010’ 번호통합 대상이 아니라는 게 LG텔레콤의 논리다. LG텔레콤은 또 ‘리비전A’에 ‘010’ 번호를 부여하겠다면, SK텔레콤(017670)의 ‘준’이나 KTF(032390)의 ‘핌’에도 ‘010’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준’이나 ‘핌’모두 기존 2G 기술이 한단계 발전한 기술이기 때문에 자사의 ‘리비전A’에만 ‘010’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LG텔레콤 정책협력실장 한양희 상무는 “리비전A는 기존 EV-DO에서 단지 진화한 서비스”라며 “‘EV-DO 리비전.0’부터 ‘010’ 번호를 부여한다는 전제 하에 번호통합 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F는 준이나 핌은 번호 통합 정책 이전에 나온 서비스라며 LG텔레콤의 논리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LG텔레콤은 이번 ‘리비전A’ 서비스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 등 32개 시를 시작으로 오는 10월말까지 전국 84개 시에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영상통화를 지원하는 휴대폰은 LG전자·삼성전자가 각각 개발한 2종을 필두로 연말까지 5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