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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당(朋黨)은 분당(分黨)이라는 악의 씨앗

정당정치의 意義 다시 반추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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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호 ⁄ 2007.09.17 11:45:47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은 우리나라의 당쟁의 시작은 지극히 사소한 개인감정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조선시대 심의겸(沈義謙)과 김효원(金孝元)사이에 발생한 하찮은 감정 대립이 뒷날 사류의 대분열을 폭발시킨 도화선이 된 것이다. 애초에는 김효원이 출세하기 전 권신 윤원형의 사위인 이조민과 친한 사이라 윤원형의 집에서 기숙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심의겸이 무슨 볼일이 있어 윤원형의 집에 갔다가 원형의 사위 방에 김효원의 침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은 내심으로 김효원을 천시하게 되었다. 김효원을 청렴한 선비인 줄 알았던 심의겸이 권신의 집에 드나드는 야비한 인물로 점 찍었던 것이다. 그 후 효원이 과거에 장원하여 문명이 날로 높아져, 당시 이조좌랑 오건(吳健)이 효원을 좌랑으로 추천할 때 이조참의였던 의겸은 전사(前事)를 들어 이를 완강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끝내 효원이 좌랑이 되었는데, 그는 심의겸이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자기 출세의 길을 방해하려 했다며 몹시 심을 원망하고 있는 가운데에, 이번에는 심의겸의 아우 충겸(忠謙)을 이조좌랑으로 추천한 사람이 있는지라 효원은 이를 허락지 않았다. 이것이 양가 불화의 원인이며 분당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세 사람만 모여도 패(牌)를 짓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당시 사류들은 완전히 두 갈래로 나뉘어져 심의겸을 싸고도는 일파를 서인(西人), 김효원을 두호(斗護)하는 일파를 동인(東人)으로 지칭하며 사사건건 서로 반목하고 헐뜯었다. 동인이니 서인이니 하게 된 것은 김의 집이 서울 동편에 있고, 심의 집은 서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 당에서 당이 나뉘고 파에서 파가 갈리었다. 동인 중에서 남인과 북인이 생기고 북인 중에서 대북과 소북이 생기며 기타 여러 세파(細派)로 갈리었다. 그런데 이 분당의 뒤란에는 지연·혈연·학연·세맥(勢脈)·규맥(閨脈)이 얽히고 명분과 실리가 설켜 복잡하게 맥락되어 풀래야 풀 수 없고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수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오죽해야 영조(英祖)는 당쟁에 휘말리어 세자를 오뉴월 염천에 뒤주에 가두어 몸소 자물통을 채워 죽게 하였을까. 이 당쟁은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국가의 멸망도 경원시되는 막바지 정치행각을 서슴지 않는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조선침략 여부를 내사코자 보낸 우리나라 통신사의 복명은 동인인 김성일(金誠一)은 일본의 침략 기미가 없다고 보고하고 남인인 황윤길(黃允吉)은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으로 보고하니 무사안일을 고대하는 정부는 김성일의 보고에 치우쳤다가 임진왜란을 당하여 망국 끝자락까지 갔었던 것이다. 김성일의 오보(誤報) 책임을 물어 그의 처벌이 논의 되었으나 유성룡의 변호로 그것마저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조선(朝鮮)의 당쟁은 시작이 그랬고 경과가 그랬고 종당 또한 이 꼴 이었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자유 민주주의 치하의 정당정치의 판도는 어떠한가. 정당이란 정치이상(理想)의 실현을 위해 정견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에의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단체인 것이다. 그런데 집권 다수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해체되고 『헤쳐 모여』식 판세가 벌어지자 이합집산하는 모양은 국민마저 혼돈케 했다. 이 가운데에는 지연·학연·혈연의 그물이 너울대고, 대선이 코앞에 닥치니 이합집산의 물결은 높이 철렁대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대선후보에 낙선한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후 18일만에 만나 15분간은 공개적으로, 이어 30분은 배석자 없이 단둘이 요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의 『힘을 합치면 정권을 되찾는다』는 협조요청에 박근혜 전 대표의 『당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라는 붕당(朋黨)우려를 하였다는데, 붕당은 분당(分黨)으로 전락하는 기미가 되는 것이다. 정권을 되찾든 되찾지 못하든 정당정치의 기본의의(意義)를 망각하는 정당정치는 반드시 배격되어야 한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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