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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李-鄭, 다른 경제관으로 날 선 칼 빼들고 ‘격돌’

‘금산분리…, 교육’ 등 첨예한 대립 고수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만남, ‘어색한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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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호 ⁄ 2007.10.22 18:11:32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각 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조우(遭遇)한 자리에서 대선정국의 최대 아젠다로 부상한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두 후보 간 경제 정책 차별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후보와 정 후보는 1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마련된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각각 20분의 강연과 10분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기조연설을 통해 각자의 경제관과 차기정부의 정책기조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정책대결’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세계일류국가의 꿈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정 후보는 ‘차별없는 성장, 평화의 아시아 시대를 향하여’라는 주제를 연설해 ‘진검 승부’를 펼쳤다. 먼저 기조연설을 한 이 후보는 “성장의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한 고도성장을 제시했다. 반면, 정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관을 겨냥해 “저는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를 거부한다”면서 중소기업 육성, 남북 경협 등을 통한 차별 없는 성장을 강조하는 등 이 후보의 ‘신발전체제론’에 정면 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역으로 “경제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라며 정 후보의 경제 경험 부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대립은 단순히 개별적인 정책공약 차원을 넘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경제운용에 대한 철학, 이념성향의 현격한 차이를 이면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정국 내내 뜨거운 쟁점으로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 MB, 집권하면 금산분리 완화, 일자리 창출 강조< /b> 이 후보는 기조연설을 통해 특히, “금융선진화가 성장의 활약”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 육성에 대한 기존의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산분리 논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추어 너무나 경직된 금산분리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산업자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는 없고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금산분리정책의 점진적 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또한, “낮은 경제성장률, 투자 부진, 성장동력의 불확실성, 일자리의 불안정성, 양극화의 심화, 고령화의 급진전 등 문제는 쌓이고 있는데 해결책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도약하는 것이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이어 “1987년이 민주화에서 이정표를 만들었듯이 2008년 우리는 새로운 정부와 함께 선진화의 새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며 “‘2008년 신발전체제’를 통한 세계일류국가의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양극화를 수반하는 성장이 아니라, 양극화를 해소하는 성장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고도성장을 할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경쟁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생산성 맞춤형 복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의 3가지를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교육의 수월성 강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하향평준화 정책으로는 더 이상 인재 양성도 교육 선진화도 어렵다”면서도 교육양극화라는 비판을 의식해 “잘 아시다시피 세계 유수의 사립학교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받는 대신 정원의 일정비율을 저소득층의 우수한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친시장 친경제 지도자가 나와 파란불이 켜져야 투자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서 “(집권 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 연설 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있느냐’는 방청객의 질문에 이 후보는 “지식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실은 과거 성장비율만큼 고용이 증대하지는 않았다. 결국 저성장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중산층의 비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답했다. ■ 개인의 특·적성에 맞는 교육 필요< /b> 또한, ‘장학금 제도에 관련해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원이나 과외도 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에게 장학금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지 않은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평준화 하면서도 우수한 사람이 우수한 교육 받을 수 있는 나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수능시험 과목이 너무 많다. 최소한 역사와 국어는 배워야겠지만 음악하는 학생에게 무슨 수학공부냐.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말해 개인의 특·적성에 맞는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 鄭, “금산 분리 원칙 지켜야”< /b> 이 후보에 이어 기조연설을 하게 된 정 후보도 “우리 사회는 새로운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며 이 후보와 같은 뜻을 보이긴 했지만 이 후보가 주장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정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는 “여러분은 어떤 세계화를 원하십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만능주의를 원하십니까”라고 방청객들에게 질문한 뒤 “저는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를 거부한다”고 표명했다. 정 후보는 이어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세계적인 금융 강국인 영국과 미국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는 특정 재벌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후보는 또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다”며 “다시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 자본주의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대한민국이 ‘차별 없는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한 전략으로 ▶중소기업 강국 ▶신성장 동력 육성 ▶대륙경제시대 ▶내수 시장 활성화 ▶유연안정성 성장 등을 제시했다.

이날 정 후보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정경쟁의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정통 시장경제”라며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는 특정 재벌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 운하 대신 항공우주산업 강국 만들자< /b> 정 후보는 또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를 겨냥해 “운하를 파는 대신 항공우주산업 강국을 만들고 2025년까지 달나라에 과학탐사기지를 설치하겠다”면서 운하는 수나라·당나라 이후 새로 판 적이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환경파괴적인 토목프로젝트라고 이 후보에게 맹공을 가했다. 이외에도 정 후보는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재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동일노동 동일처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개선되어야 한다”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 鄭, 수능·논술·내신 해방되는 교육정책 펼쳐< /b> 연설 후 정 후보에게 방청객이 교육정책에 대해 질문하자 “중고등학생들을 죽음의 트라이앵글인 수능·논술·내신에서 해방시키겠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제 교육정책은 한당 야당후보가 갖고 있는 교육 양극화와 차별화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야당 후보의 교육정책은 고교 입시의 부활이고, 고교 평준화의 해체”라고 강조했다. ■ 대선 후보 이 후 첫 만남, ‘어색’< /b> 이 후보와 정 후보는 이날 마련된 행사 자리에서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만남을 가졌다. 기조연설을 마치고 들어오는 이 후보가 다음 순번으로 예정된 연설을 위해 들어서던 정 후보에게 먼저 “반갑습니다. 나중에 봅시다”라고 인사하자 정 후보는 “건강 조심하십시오”라고 화답, 오랜만의 만남이라 어색한 순간이 연출됐다. 한편, 두 후보가 덕담을 주고받는 불과 10여 초 남짓 동안 기자들이 몰리면서 정 후보가 카메라에 부딪힐 뻔한 장면이 연출되는 등 이 후보와 정 후보의 첫 조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 이·정 후보, 연설 모습 ‘극과극’< /b> 각각 30분씩 주어진 이번 기조연설동안 두 사람의 시선과 말투, 손짓은 사뭇 달랐다. 이 후보는 손을 연설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준비한 연설문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며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21분 만에 기조연설을 끝냈다. 반면, 정 후보는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손짓으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해외 지식인이 참여한 행사임을 고려, 서두에 영어로 10여 문장을 말하기도하고, 연설문에 없는 얘기까지 하며 28분동안 기조연설을 이끌어 나갔다. <염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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