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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유가 95달러 넘으면 세계경제 충격

내년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신용경색 때문에 나쁜건 확실, 이외 지역은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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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호 ⁄ 2007.10.22 18:18:10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한 결과 18일 현재 텍사스산 중질유가 장중 배럴당 88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국제유가 수준은 배럴당 90~95달러 이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배럴당 88달러의 유가 수준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 급등이 이어질 경우 경제적 충격이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가 평균 5%의 성장을 유지한다면 평균 90~95달러 수준이 경제적 충격에 대한 임계치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 연구원은 “이미 유가는 명목과 실질 유가 수준으로 오일 쇼크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기 때문에 유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높아졌다”며 “이를 감안할 때 90~95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상승할 때 경제 영향이 74년 1차 오일쇼크 수준을 넘어서고 2차 오일쇼크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유가 상승 배경 중 하나는 유동성 증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가 당장 임계치에 이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것을 우려하며 선제적으로 자율적인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유가상승→세계 원자재 부국의 경기 호조→이들 국가의 투자 확대→기타 국가의 경기 호조로 이어지는 오일 머니의 선순환이 진행되고 있어 유가 상승 충격을 실물 경제가 흡수할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경제와 유가는 상호 상승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지속된다면 국제유가도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세계 경제와 유가는 속도를 맞춰가며 2002년부터 지속해왔던 상호 상승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공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이전 전망치인 5.2%보다 낮지만 지나치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가가 배럴당 88달러에 육박한 것은 쉽게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1980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발한 이후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시 고유가는 선진국에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배럴당 88달러는 이슬람 혁명 당시보다 더 높은 것이 아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다면 실질 가치 면에서 이전의 기록을 경신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터키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아마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진국에서의 유가 및 재고 하락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 수요일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여름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않아 향후 5년간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유가가 달러화로 매겨지다 보니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가의 정확한 가치가 계산이 안 된다. 달러는 최근 3년간 30% 가량 가치가 절하됐다. 그만큼 실질 유가도 떨어진 것이다. 유가를 유로나 위안화 또는 파운드화로 결제한다면 국제유가는 아직 사상 최고치에 한참 미달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고 거기에다 달러 약세까지 환산하면 유가가 120~130달러 정도는 가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 베이스로는 유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달러 약세는 더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신용 경색에다 고유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유가 상승으로 미국 이외에는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정책 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 부실 여파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 주식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 경제가 주택시장 냉각에 따른 여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경제 전문가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결국은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경고음을 냈다. 소비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동차 시장에선 이미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 자동차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도요타자동차마저도 지난달에는 판매가 0.6%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은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뉴욕타임스는 16일 투자은행인 ‘프리드먼·빌링스·램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 불이행 비율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까지 5.77%였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 불이행 비율이 8월에는 8.05%로 급증했다. 지난해 8월의 채무 불이행 비율인 5.36%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 상당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앞으로 2, 3개월 안에 금리 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또다시 높게 조정되면 채무 불이행 비율은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월가 출신인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관치(官治)금융’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최대 1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하는 데 막후 조정 역할을 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IMF는 17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주택시장발(發) 경기 침체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미국이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IMF는 7월까지만 해도 ‘미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일각에선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에서 해외자본의 유출이 이어지면 가뜩이나 약세를 보여 온 달러화 가치는 더 추락하고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도 높아져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안과 함께 국제유가도 계속 치솟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7일(한국 시간) 미 재무부 통계를 인용해 올해 8월 해외 투자가들의 미국 내 각종 유가 증권(주식·채권 등) 순매도액이 1630억 달러(약 150조 원)로 월별 기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해외자본이 탈(脫)미국 행렬에 나선 것은 달러화 약세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IMF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주택 경기의 급격한 하락에 따라 경기 침체 위험도 커졌다”며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IMF가 7월에 내놓은 2007년 2.0%, 2008년 2.8%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9%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2%에서 내년 4.8%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또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4.8%에서 내년에는 4.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올해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7월의 전망치보다는 각각 0.4%포인트와 0.2%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은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상하는 5.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한편 16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02달러 오른 78.5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같은 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48달러 오른 배럴당 87.61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BP캐피털사(社)의 분 피켄스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연내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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