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05년 12월 냉연철판을 감는 데 쓰이는 핵심부품인 종이슬리브(대롱) 납품과 관련, 형식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해 애초 기술을 개발했던 우수벤처협력업체를 탈락시키고 기준미달의 업체를 합격시킨 뒤 2년째 납품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 모금운동과 선거인단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동기동창이 운영하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상고 총동문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찰기준에 미달하고 특혜낙찰돼 2년 째 종이슬리브를 납품하고 있는 삼영지관(주) 대표인 홍정관 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자 부산상고 53회 졸업생으로 노 대통령과는 동기동창이다. 홍 대표는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출마 때 선거인단 모집에 앞장섰던 인물로 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까지 총동문회 간부로 적극적인 선거홍보와 함께 후원금 모금을 적극 전개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53기 4대 회장으로 1982년부터 1984년까지 회장으로 동문회를 이끌었고 홍 대표는 53기 16대 회장에 선출돼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총동문회 간부로 활동했다. 홍 대표가 동기 회장을 맡은 때는 16대 대선이 치러지던 해여서 부산상고는 총동문회가 노무현 동문 당선을 위한 결의문과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하달했다. 부산상고 동문회는 ‘노무현 동문을 지지하는 결의문’까지 발표하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정했다. 동문회는 각 기수별로 동문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며 당시 후보들 가운데 가장 재정이 취약했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재정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물론 외압에 의존하기 보다는 동문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했다. 당시 동문회는 “모교 제53회 졸업생인 노무현 동문이 나라의 혁신과 사회정의 실현을 외치면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 유력한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고 있음은 우리 동문 전체의 영예이며,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언론보도 등을 보더라도 노풍(盧風)이 불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의 아성인 부산 역시 대선이 임박하면서 정치바람이 불면서 동문회 간 경쟁도 치열했고 부산의 4대 명문고교인 경남고와 부산고, 부산상고와 동래고는 대선의 해를 맞아 새롭게 총동창회장을 새로 뽑고 있었다. 당시 부산고 총동창회장에는 김진재 한나라당 부총재가, 동래고 총동창회장에는 박관용 한나라당 총재권한대행이 각각 선출됐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부산상고 총동문회는 노무현 동문이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정성과 뜻을 결집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우리는 노무현 동문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를 쟁취하도록 합심해 노력한다 ▲우리 전체 동문들은 각 기별 회장단을 중심으로 국민선거인단 2000명 이상 확보하는 데 적극 참여한다 ▲우리 전체 동문들은 노무현 동문의 열악한 재정 사정을 감안하여 각 기별 회장단을 중심으로 재정적 지원에 적극 동참한다 ▲동창회 이사회와 전체 동문들은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노무현 동문이 대통령후보로 선출될 때까지 항상 지켜보며 홍보에 앞장선다고 결의했다. 노풍이 불면서 동문회 활동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면서 3월25일 부산상고 재경동창회(당시회장 이양한 서울시의원)도 서울 빅토리아 호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노무현 고문을 돕기 위한 재경동창회 차원의 행동지침을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동문들은 노풍(盧風)의 확산을 위해 구전홍보로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기수별로 별도의 후원금을 마련해 노 고문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재정 지원 뿐 아니라 서울·경기지역에서 치러지는 민주당의 국민경선에 직접 참여해 지원키로 결의했다. 4월6일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노 고문이 수도권에서도 노풍이 불고 있음이 확인되자 4월10일 저녁 6시30분 부산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부산상고 총동창회 정기총회는 노무현 지지의 정도가 최고조에 달해 행사장 한편엔 ‘100년의 전통, 백양의 자존심, 노무현 동문을 청와대로 보내자’는 현수막까지 내걸었을 정도다. 450여 개 좌석에 900여 명이 몰렸다고 당시 언론은 전했다. 당시 한 언론은 동창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십 년 동창회에 참석해봤지만 그날 같은 열광적 분위기는 본 적이 없었다”며 “평소 400명 참석을 예상하면 그 절반이나 채울까말까 했는데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발 디딜 틈 없이 동문들이 들어차 행사 진행요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10년 선배(43회) 43회 졸업생인 신상우 전 의원을 11대 동창회장으로 뽑았다. 통상 동창회는 기수별로 회장을 선출하지만 이 해만큼은 총동회장의 박안식 전 회장 보다 2회 선배인 신상우 신임총장으로 기수가 역행한 것도 동문회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당시 신임 신상우 동창회장은 노무현 고문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으로 민주당 경선이 치러지기 전 노 고문 지지를 선언한 상태였다. 부산상고 동문들은 이번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공모에 부산·경남 지역에서 수만 명을 모집했으며, 재경동창회와는 별도로 기수별 자금도 갹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수별로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모았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노 고문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초기 출마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허덕이던 노고문 진영에서도 최근 “돈 가뭄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그 배경에는 부산상고동창회와 같은 자발적 후원세력들의 역할이 컸다. 삼영지관은 1973년 설립돼 현재 부산 울주군 등에 2곳의 공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2005년 12월 종이슬리브 납품 경쟁입찰에서 연간매출 규모가 40억 원대에 이르는 종이슬리브 납품건을 낙찰받았다. 종이슬리브는 개당 2만5000원으로 월평균 1만5000개씩 3억7500만원 정도씩 납품되고 있다. 연간으로 40여 억 원어치에 이른다. 당시 포스코는 종이슬리브 기술을 개발하도록 주문해놨던 우수 벤처업체인 (주)오성을 탈락시켰다. 포스코는 오성 측의 기술사양 규격을 제출받아 특허번호만 삭제한 채 자재규격서로 둔갑시킨 뒤 이를 입찰기준으로 제시했다. 입찰기준에는 기술의 핵심인 수분방지를 위한 코팅처리와 덴트(올록볼록한 오점)발생을 위한 마감처리 기술을 제시했지만 낙찰 이후 삼영지관에는 이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고 이중으로 적용했다. 포스코는 삼영지관은 덴트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현재 철강수요업체들로부터 클레임을 계속 받고있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