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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마트의 야심찬 PL실험 제조업체 기반부터 흔들어

제조업체에 원가공개 강요, 결제일은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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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호 ⁄ 2007.11.12 16:40:48

신세계 이마트가 세계 유래가 없는 PL(Private Label)제품 확대를 통한 가격혁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동원F&B를 비롯한 국내제조 업체들의 반응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입장에 처해 있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이마트는 부사장급 본부장과 100여 명의 직원으로 다음 달 초 신상품개발본부를 출범시켜 PL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원가 산정 정보를 넘겨받아 가격을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대신 이마트를 통한 판로를 보장하고, 브랜드 홍보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PL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체에 원가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상당수 업체가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며 “신상품개발본부가 생산기획, 원부자재 소싱작업에 직접 관여해서 원가 구조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상품개발본부는 단순히 상품을 매입하는 상품본부와 달리 시장 조사, 상품기획 및 개발 , 생산 관리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제조업체가 만들어 놓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할인점이 상품 기획과 개발을 직접 하겠다는 것. 생산 과정도 직·간접적으로 감독해 사실상 위탁 생산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이런 이마트의 원가인하 드라이브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제조업체의 영업기반인 원가구조마저 이마트가 좌지우지 하면 제조기반부터 붕괴됩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마트의 세계최초 실험인 ‘가격혁명’은 제조업체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다음제품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가 없게 되고 궁극적으로 기반을 잃고 붕괴될까 불안에 휘싸여 있다. 이마트에 PL을 납품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아직 뭐가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켜볼 뿐입니다. 유래가 없는 첫 시도 아닙니까?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죠”라며 불안해 했다. ■단가 40% 낮추면 그 부담 누가 떠안나 대형마트 가격 인하, 사회 전체에 부담 전가< /b> 신세계이마트가 자사 브랜드, 이른바 PL상품을 대폭 늘려 소비자들에게 최대 40%까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나서 대형 할인마트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살인적인 마진 축소에 반발하고 있지만 언론은 이마트의 실험을 유통 혁명으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언론의 이런 반응은 언뜻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형 할인마트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보는 게 더 맞다. 대형마트는 유통 마진을 축소할 생각이 없고 결국 단가 인하의 부담은 결국 중소 제조업체들과 장기적으로는 가계에 전가되게 마련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당장은 값싼 물건을 살 수 있지만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은 그동안 평균 25%의 수수료를 내는데다 각종 장려금과 파견사원 비용 부담, 재고 떠넘기기 등 대형마트의 횡포에 시달려왔다. 심한 경우 매출의 50%에 이르는 금액을 대형마트에 넘겨준다고 할 정도다. 가뜩이나 PL상품이 확대되면 이런 불평등한 거래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마트가 PL상품의 하나로 내놓은 즉석밥 ‘왕후의 밥’은 CJ의 ‘햇반’보다 40% 가까이 싸다. 그런데 ‘왕후의 밥’은 CJ의 경쟁회사인 동원F&B에서 만들고 이마트의 상표를 붙여 내놓은 제품이다. 후발주자인 동원F&B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이 늘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인 CJ와 동원F&B의 사례는 일부분일 뿐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훨씬 더 열악한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예 매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PL제품이 늘어나면서 PL이 아닌 제품들까지 비슷한 수준의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대형마트와 중소 제조업체의 공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안티 월마트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할인마트의 횡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 월마트에 납품하는 중국의 폴로 셔츠 생산공장 노동자들은 최악의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가 주도하는 이런 세계적인 양극화를 월마타이제이션(월마트화)이라고도 한다. 유니한국협의회 최정식 사무국장은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내세운 대형마트의 무차별 가격파괴가 중소 제조업체의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에게 값싼 물건을 공급하고 대형 할인마트의 매출과 이익을 늘려주는 대신 분배의 불균형과 양극화를 더욱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다. 언론은 오히려 대형 할인마트의 가격파괴를 적극 독려해 왔다. 중소 제조업체보다 대형마트가 더 중요한 광고주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지 않을까. ■이마트 PL대금결제는 ‘영업비밀’… NB제품 결제는 통상 60일 어음< /b>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PL제조업체별로 담당 바이어를 두고 원가확정, 발주를 책임지게 하고 있으며 납품대금결제는 제품별로 제품 개별 계약조건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결제기간은 영업비밀이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같은 경우 납품즉시 계산서를 끊고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는데 비해 이마트의 경우 원가는 인하하면서 결제는 계약조건에 따라 마음대로 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겉으로는 불이익 때문에 눈치를 보며 말은 못하지만 이마트의 이런 이중적인 정책에 속으로 불만을 표했다.

■제조업체 효자상품마저 잃을 판< /b> 신세계 이마트가 2차 3차 가격할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PL제품 확대로 제조업체들의 전략적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PL제품 납품을 통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매출이 부진하던 상품이 PL제품이 되면서 판매가 급신장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들은 또다른 PL제품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원은 이마트가 참치캔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오뚜기나 3위업체인 사조참치 등과 새로운 참치캔 PL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긴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참치캔 세계 1위 업체인 스타키스트사와 PL제품을 출시했다가 국내 입맛에 맞지 않아 제품을 철수한 적이 있다. 동원의 한 관계자는 “참치캔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경쟁PL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크게 염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라면·즉석밥·콜라 등도 이마트에서는 시장점유율 역전현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이마트에서 세제인 ‘이마트 한스푼’이 가장 많이 팔리며 PL제품의 덕을 보았지만, 올해 인수한 코카콜라가 PL제품인 이마트 콜라에게 이마트에서 패배하고 있어 고민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제품들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PL상품을 납품하든 하지 않든 모든 제조업체들이 고민에 휩싸이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생필품의 가격을 대폭 낮췄다는 평가와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이중 평가 속에서 유통업계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식품공업협회, 이마트發 가격파괴에 ‘뒷짐’만… 점차 대응 수위 낮아져… 업계 대변 단체 역할에 의문 제기 < /b> 국내 식품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식품공업협회가 이마트발(發) ‘가격파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관련업계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PL 상품 확대에 나서며 식품제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식품공업협회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공업협회는 당초 대형할인점들의 움직임에 대해 시장조사 및 업계와의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으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정해진 방침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이마트의 가격파괴 발표 후 주요 식품업체에 의견을 듣거나 실태를 파악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품공업협회가 진정 식품업체를 대변하는 단체가 맞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가격 파괴 선언 후 식품공업협회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며 “지금 상태에선 협회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업체가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지 하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문제와 관련해 식품공업협회가 연구용역을 맡길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며 “하지만 연구용역의 경우 빨라야 석 달 정도 돼야 결과가 나와 지금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앞서 식품공업협회는 지난 2004년 만두파동 당시 직접 대응을 자제한다는 명목으로 변변한 해명서조차 내놓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 PL상품 무리한 가격파괴 제조업체 생존권‘흔들’ 괘씸죄 무서워 고통감내 서로 윈윈하는 방법 찾아야 < /b> 이마트의 PL상품은 할인점 전체를 단숨에 가격파괴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할인점에 생필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은 또 어떠한가. 이마트發 가격파괴전이 터진 뒤 안테나를 곧추세우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럼 제조업체들이 할인점 가격파괴형 상품에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독자브랜드의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실제 코카콜라 등 이름만 대면 금세 알 수 있는 톱 브랜드들이 이마트 PL상품에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이마트에 맞서 가격파괴 상품 개발에 팔소매를 걷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가격파괴 영업과 관련, 할인점을 탓할 제조업체는 없다. 가격을 최고 40%까지 낮춘 가격파괴형 독자상품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인적인 고물가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소비자에게 단비 같은 존재라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독자브랜드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제조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잘하면 독자브랜드가 장기 불황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할인점들이 가격파괴를 이유로 무리하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일각에선 할인점과 제조업체 간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독자브랜드 상품은 광고나 판촉비가 소요되지 않는 만큼 일반 상품보다 낮은 납품가 요구는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조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식품업체인 A사는 할인점의 낮은 납품가 요구가 문제가 많다고 한다. 대놓고 말할 순 없지만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납품업체를 목조르기 하는 인상이 짙다는 것이다. 심지어 생산비를 무시한 낮은 납품가 요구를 비수에 비유하는 곳도 있다. 비수를 맞고도 괘씸죄에 걸릴까봐 고통을 표현할 수 없는 게 납품업체의 현실이란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온도차가 뚜렷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유통과 제조는 자전거의 앞·뒷바퀴처럼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틈 나는 대로 상생경영을 주창한 것도 이 같은 관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이젠 서로 눈높이를 맞출 때다. 소비재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독자브랜드도 이 같은 상생경영의 초심에서 바라본다면 소비자와 유통업체, 제조업체 등 3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게다.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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