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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 대선전쟁만큼이나 치열한 미국 대선

이라크 전쟁, 핵 개발, FTA 등 다뤄야할 과제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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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호 ⁄ 2007.12.17 15:35:20

여러 논란을 등에 업으며 우리나라 17대 대선은 많은 관심 속에 그 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2008년 치러질 미국 대선 열기도 뜨겁다. 미국과 한국 대선의 닮은 꼴, ‘첫 대통령’ 이번 미국 대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미국 역사상 ‘첫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힐러리와 오바마. 만약 힐러리가 된다면 사상 처음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또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면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 뿐인가. 빌 리처드슨이 되면 ‘첫 히스패닉 대통령’이 되고, 허커비가 되면 ‘첫 성직자 출신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대선 후보도 같은 면모가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첫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당선 되면 ‘첫 언론인 출신 대통령’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이라크 전쟁 이슈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한편, 미국 대선은 공화, 민주 주자들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한 작전전략 짜내기에 혈안인 모습이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소신을 펼치고 지지를 호소한다. TV 토론회, 타운홀 미팅, 가두유세, 기자회견, 서적 출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안고 있는 현안들은 무엇이며 이에 대하여 후보들은 어디에 서 있을까? 코리안 저널의 한 기자는 ‘61%’ 아랍계 미국인들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라크전’을 꼽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아랍계미국인협회(AAI)의 여론조사 결과이고, 아랍계가 이라크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미국인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다. 거의 매일 나오는 미군 사상자, 이라크 사태의 혼미,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 등 이라크전과 연계된 문제가 미국인들의 일상에 밀접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대선의 최대 핫 이슈는 역시 이라크전이다. 공화당 선두주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노선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이라크전에 ‘절대 찬성’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지사 등은 기본적으론 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지만, 후세인 제거 후 이라크정정이 불안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대체로 이라크전에 인상을 찌푸린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잘못된 정보탓으로 돌렸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나는 애당초 전쟁에 반대했다”며 클린턴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철군과 관련해 공화당 후보들은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민주당은 철군을 주장하면서도 그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인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데니스 쿠시니치 하원의원 등은 ‘즉각 철수’를 주장하는 반면, 클린턴, 오바마 등 나머지 후보들은 ‘신중한 철군’을 지지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도 공화당과 민주당 이견 이라크전과 나란히 가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공화당 후보들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러와의 전쟁 수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도 이 이슈에 있어서는 공화당 후보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부분적 성공작’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다수 민주당 후보들은 이것이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며 부시 행정부가 미국민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어 실정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 이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는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더 위험해졌다면서 “알카에다 소탕과 빈 라덴 체포에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군사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이란 핵 문제도 후보들간 이견을 낳는다. 이란이 ‘평화적 핵개발’을 되풀이 강조해도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전초’라며 불신을 드러내면서 ‘중동의 화약고’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 후보들은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의 경우 군사행동을 최후수단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반도, 북한핵 문제는 후보들 사이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6자회담이나 북미협상의 진척에 따라 언제든 둘출할 잠복 이슈임엔 틀림없다. ■대다수 후보, 부시정부의 경제 정책 비판 유권자들과 후보들에게서 경제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경제는 이라크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서 이라크 전쟁보다도 훨씬 강력한 파괴력으로 대선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사실 먹고 사는 일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는 없다. 특히 경제가 삐그덕거리면서 이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유권자들에겐 경제문제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만큼 ‘믿을만한 지도자’도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신용경색 등 위기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는 가운데 대선주자들도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일반 노동자들의 재정적 안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오바마도 부시 행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에드워즈는 부자들을 위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에 대해 공화당 후보들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대전제에서 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낙관적 관측 내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원칙적으로 비준에 동의한다. 그러나 클린턴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이 부유층에게 돌아갔을 뿐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었다”며 FTA의 잠정보류를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으로선 FTA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하는 노조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은 “미 자동차 산업을 저해하고 중산층 일자리를 빼앗아 결국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선 전까지는 이 이슈가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불법 이민자 해결도 수면 위로 떠올라 이민의 나라 미국이 이민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불법이민자 문제가 부각된다. 이미 개혁이민법안이 부결됐고,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전방위 단속이 실시되고 있으며, 국경지역에서는 순찰이 강화되고,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각종 혜택을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매케인은 자신이 공동제안한 개혁이민법안 좌초로 설 땅을 잃었고, 롬니는 불법이민에 대해 원래 강경론자여서 미국땅에 불법으로 온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인 입장이다. 그는 ‘범죄자들’을 봐줄 수 없다는 원칙론이다. 대다수 후보들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불법이민을 원천봉쇄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지사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오히려 멕시코와 외교관계만 껄끄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꾸준히 주목을 받아온 지구온난화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의 환경문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상영 이후 급부상했다. 고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만들 만큼 지구온난화 문제는 지구촌이 다루어야 할 현안인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으로선 냉담할 수 없는 일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지구온난화 논란이 다소 과장됐다고 믿고 있는 반면, 민주당 주자들은 코앞에 닥친 일로 여기고 있다. 공화당의 매케인과 민주당의 오바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며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낙태 문제도 찬성과 반대 입장 골 깊어 낙태는 식상하기까지 한 정치공방의 단골 메뉴다. 매년 100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후보들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매케인,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주자들은 대다수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줄리아니는 낙태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입장이다. 줄리아니는 “여성 본인과 의사, 가족, 그리고 그가 믿는 신이 결정할 문제”라며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다. 줄리아니는 부분낙태를 금지하고 미성년자의 낙태시 부모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낙태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 공화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줄리아니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전국 규모의 낙태반대단체인 ‘전국생명수호위원회’의 지지를 라이벌 톰슨에게 빼앗겼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이 낙태권을 지지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낙태와 비슷한 맥락의 줄기세포연구 이슈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은 ‘반대’가 주류다. 알츠하이머 등 불치, 난치병 치료를 통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당연히 시도돼야 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게 찬성논리다. 이와 달리 당뇨, 질병치료를 위해 인간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고 인륜에도 어긋나는 초서러눈 게 반대 논리다. ■1500만명이 혜택 못받는 의료개혁 초미의 관심사 또한, 의료개혁에서 자유로운 대선후보는 없다. 1500만 명이 의료보험 없이 위태위태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내놓는 해결책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공화당 후보들은 “현재 미국의 의료제도가 세계 최고”라며 부분적인 손질을 가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은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특히 클린턴은 남편이 대통령 재임시 의료개혁을 추진했던 경험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정치권과 맞싸울 의료개혁의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동성결혼도 뜨거운 감자로 타오르고 있다. 더욱이 보수성향이 강한 아이오와주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동성애 결혼은 매사추세츠주에서만 허용된다. 캘리포니아주는 파트너십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버몬트, 코네티컷, 뉴저지주등은 결혼은 아니지만 결혼한 부부와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는 시민결합(civil union)으로 칭한다. 물론 대부분의 지역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아이오와주는 대선일정에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도 동성결혼 이슈와 관련한 득표전략에 신경을 쓰고 있다. 클린턴은 ‘시민결합’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들 부부를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특히 롬니, 샘 브라운백이 반대 깃발을 맨 앞에서 들고 있다. 미국도 교육엔 남다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교육개혁을 대선의 핫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해 금융회사 선 아메리카 설립자 엘리 브로드와 손잡고 교육 광고 캠페인에 60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것은 교육의 질 향상 없인 부강한 미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당신은 어떻게 학교교육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광고를 통해 대선주자들에게 던졌다. 어느 나라나 교육문제는 중요하면서도 “바로 이거다”할 만한 방안을 찾기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대선후보들도 구체적으로 정면대응하기 주저하는 이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게이츠와 브로드의 소명의식으로 어떤 형태로든 교육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처지다. ■한명당 1정 지니는 총기소지 문제는 ‘계륵’ 총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는 미국. 그래서 총기규제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사상최악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흘러나오는 캠퍼스 총기사건, 갱 총격사건 등으로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에는 모두 2억정의 총기가 유통되고 있다. 주민 한명당 1정 꼴이다. 이는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인 34%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 간혹 어린이들이 오발사고로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총을 모두 없애라고 외치면 ‘쇠귀에 경읽기’. 수정헌법 2조에 ‘무기소지는 국민의 권리로 침해받을 수 없다’고 박혀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미국인의 정서에 총기소지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대선후보들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기를 꺼리는 눈치다. 클린턴, 줄리아니, 오바마 정도가 그나마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총기협회의 로비에 대항하며 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도 지난 90년 고어 후보가 총기규제를 크게 흔들었다가 표를 대거 잃은 점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뜨거운 논쟁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만약, 대선 임박해서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염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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