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 직장인 박불만 씨는 얼마 전 대출문의로 은행을 방문했다가 불만을 터뜨렸다.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 은행을 방문했지만, 한참 동안 기다리다 결국 상담도 제대로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가뜩이나 수수료도 높고 예금금리도 그다지 높지 않아 이용하기 싫어지는데 대출 상담까지 힘들게 받아야 한다”며 현 은행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 2 - 직장인 나금융 씨는 은행 창구에 발길을 끊은 지가 한참 됐다. 몇 년 전 인터넷 은행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회사나 집에서 편리한 시간에 접속 가능한 인터넷 뱅킹이나 폰 뱅킹을 통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와 높은 예ㆍ적금 이율은 나금융 씨를 더욱 만족스럽게 한다. 나 씨는 “인터넷 은행을 통해 은행 거래내역은 물론 대출 가능한 금액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은행을 찾을 일이 없다”며 “무엇보다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수수료와 예적금의 높은 이자 덕분에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기 전·후의 직장인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중 하나인 인터넷 은행 설립 추진을 새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여 국내에서도 머지 않아 인터넷 은행 시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2007년 2분기)에 따르면, 인터넷 뱅킹 이용자들이 국민의 절반을 넘어섰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온라인에서 영업하는 은행의 신회성이 일반 은행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확대된 결과로 보이며, 인터넷 은행 설립을 현실화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무점포 대출ㆍ예금 업무 국내 2000년대 시도했지만 자금부족에 ‘흐지부지’ 인터넷 전문은행이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곳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브이뱅크컨설팅이 SK,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처시스템 등의 벤처기업 23개사와 공동 출자로 ‘브이뱅크’라는 인터넷 은행 설립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법 문제와 자금 확보 문제가 맞물려 무산됐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국내에서 1호점도 개설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HSBC다이렉트가 인터넷 전문은행은 아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한창 영업 중이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폰뱅킹과 같은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고객들이 365일 24시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무점포 운영으로 인건비 및 운영비용을 하여 고객들에게 하루를 맡겨도 연 5%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 역시 금융실명법에 의해 계좌를 처음 개설할할 때, 직접적인 대면하여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인터넷 전문은행 올해 개설은 힘들 듯 규제ㆍ수익성ㆍ경영자 능력 등 치밀한 검증 거쳐야 그렇다면 인터넷 전문은행 국내 1호점 개설은 언제일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가수 김종서 노래 제목처럼 ‘지금은 알 수 없어’이다.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이 전혀 없으며, 또 은행법 규제개선은 물론 자금 확보, 수익성 제고, 경영자 능력검증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한 모든 검토를 마치게 된다면 적어도 올해 안에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성기철 서기관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인터넷 전문은행 시행은) 은행법 개정과 경영자의 수익성, 안정성 등을 검토한다면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선 설립여건부터 살펴보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준을 전국 영업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지방 영업은 250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산업자본에 대해서는 총 보유지분을 4% 이내로 제한하는 등 일반 은행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실명제법이다. 인터넷 은행은 말 그대로 무점포로 온라인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계좌 개설시 창구에서 본인 확인절차가 필요한 현행 규정을 인터넷 은행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 2000년대 브이뱅크가 흐지부지된 사례가 지금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현재 은행법은 오프라인 기준으로 제정되어 있어 감독당국의 치밀한 분석도 요구된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의 온라인 은행법 완화 혹은 변경이 필요한 상태다. ■ 선진 인터넷 은행은 어떻게 운영되나 인터넷 전문은행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3개 국가다. 우선 미국은 지난 1995년 8월 세계 최초로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SFNB)를 설립했다. 이후 30여개의 인터넷 은행이 설립됐지만, 대부분 통폐합돼 현재 12개 은행만 영업 중이다. 이 은행들은 예금·대출(모기지론) 등을 비롯해 보험상품판매, 주식매매중개 등 일반은행과 유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 인지도가 높아 대부분 흑자를 내고 있다. 영국에서는 에그 뱅크, 스마일 뱅크, 카훗 뱅크 등 3개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푸르덴셜 뱅킹이라 불렸던 에그 은행은 영국의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 자회사로서 지난 1998년 10월 인터넷 은행으로 설립되었다. 저축과 신용 카드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브랜드 경험, 틈새 마케팅, 개성, 합리적인 가격 정책 등으로 고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에그 은행은 영국 더비의 본사를 비롯하여 런던, 더들리, 프랑스에 2,000명의 종업원이 있으며, 2002년 11월 프랑스의 첫 해외지점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지사를 넓혀나가 현재 360만명(2005년)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 10월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인 재팬넷 뱅크가 설립됐고, 이후 소니 뱅크와 e뱅크가 각각 2001년 6월과 7월에 차례로 개설됐다. 이 은행들은 설립 초기에는 3년 내 흑자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모두 실패했고, 재팬넷 뱅크만 유일하게 지난 2004년에 흑자를 냈다. 재팬넷 뱅크는 기존 은행과 다른 수익구조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으로,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 및 수수료 등을 제공하는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은행이 개업 초기부터 강조한 것은 편리하고 저렴한 결제 서비스이며, 이를 수익화하기 위해 계좌수의 증가와 고객 1인당 이용횟수 확대를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재팬넷 뱅크의 고객 1인당 평균 이체건수는 도시은행의 연 3건에 비해 월 3건이며, 인터넷 쇼핑이나 옥션의 결제는 물론, 온라인 증권 등 제휴 금융기관과의 자금이체 서비스에도 이용되고 있다. 소니 뱅크는 제조업체 소니사가 출자해 설립했으며,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1년 6월 11일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현재는 대출 및 기타 금융 업무를 온라인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 시중은행 반응…겉은 ‘시큰둥’ 속은 ‘전전긍긍’ 국내 시중은행들의 반응을 보면, 겉으로는 ‘시큰둥’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고객 자금이 CMA로 대거 이동할 때도 언론이나 방송에서 은행 위기론을 내세웠을 뿐 정작 은행 내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대체적으로 이번(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직접 인터넷 은행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쉽게 말해서‘자존심’ 상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속은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단 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자체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또 새 정부가 구상하는 인터넷 은행의 개념이 명확치 않은데다, 법 개정안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CMA에 이미 타격을 받은 터라, 앞으로 인터넷 은행이 설립될 때 닥칠 새로운 충격파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은 대기업과 제2금융권이다. 그룹 계열사들간에 유통되는 자금에 대해서만도 자체적으로 지급결제를 처리하게 될 경우 어마 어마한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유통업체와 통신사들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회사나 유통회사는 기존의 거래고객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업에 대한 경험부족과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승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