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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나라당 ‘개혁공천’도로아미타불되나

공천심사위, 당규 따라 부패 전력자 배제 입장…
친박 의원들 항의로 개혁공천 물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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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8:03:26

한나라당의 국회 출마자들에 대한 공천자격 심의권을 쥐고 있는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1월 25일 공천심사위원회의 첫 회의를 하면서 “누가 어느 계파에 속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공정 공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당선될 만한 후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뜻이다. ‘개혁공천’, ‘원칙에 입각한 공천’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주장해오던 구호들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정한 후보 배출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혁 공천’의 구호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천 관련 당규를 이번 공천에 엄격히 적용하느냐, 유연성을 두느냐를 두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연성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 규정 3조에서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공천 부적격자에 대한 기준을 명시한 9조에서는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이 있는 자,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 기타 공직후보로 추천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명백한 사유가 있는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 부패전력 김무성 의원 배제, 친박 의원들 항의 문제는 이 당규에 의해 공천심사 배제대상이 되는 의원 중에 박근혜 전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최고위원이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친박 의원측의 수장으로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공천갈등이 해소된 이후 친이측의 이방호 사무총장과 만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천으로 분열된 계파를 봉합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김무성 최고위원은 1996년에 알선수재 혐의로 벌금형 1,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어 당규 3조에 걸린다. 따라서 1월 29일 공천 관련 당규를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공천심사위의 발표가 그에게 달갑게 들릴 리 없다. 화가 난 김무성 의원은 30일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알선수재 혐의는) 15대 때 있었던 일이고, 16대·17대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며 “정치를 시작한 후 한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는데, 당에서 쫓아내니 이제 당적을 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사실상의 탈당 선언을 했다. 김무성 최고위원 말고도, 공천 관련 당규에 걸려 후보자격을 따지 못하는 인사는 여럿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소통령으로 불린 김현철 씨도 이번에 그의 아버지의 정치적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지역구로 출마할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그는 1997년 IMF 사태의 주범 한보와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6개월간 구속된 바 있다. 그것도 모자라 2006년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다시 구속돼 현재 전과 2범의 오명을 달고 있다. 이번에 재출마를 준비하는 박성범 의원도 2006년 5.31 지방선거 이전에 구청장 후보에게 추천 대가로 명품 코트와 고가의 양주를 받은 혐의(배임 수재)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 공천자격을 잃는다. 부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친이계열 중진 김덕룡 의원과 시의원에게 기부금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김석준 의원도 이번 공천 자격 3조에 걸려 개혁공천의 물갈이 대상이 됐다.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사람이 공직에 있어선 안 된다는 원칙만큼은 온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규에 규정된 대로 부패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는 절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서는 깨끗한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공천을 하거나 오만한 행동을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질책과 표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면서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을 확실히 배제할 원칙임을 밝혔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의 인명진 의원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얘기한 바 있다. ■ 슬슬 흔들리는 당규 3조2항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일면서 한나라당의 개혁공천은 물거품이 될 위기를 보이고 있다. 부정부패로부터 결백해야 한다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당내 계파 싸움으로 인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측근 의원 중 한 명인 김학원 최고위원은 1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무성 의원의 피선거권 박탈 논란과 관련해 “당규로 과오를 문제 삼아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또한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며 목청을 높였다. 반발이 거세자 공천 후보에 대한 당규의 엄격한 적용을 주장해온 친이명박 인사들도 한층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 상황은 더욱 개혁공천과 멀어지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심위 논의 과정 전에 강재섭 대표와 ‘당규 개정은 안된다. 그러나 신청은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의견을 모은 적이 있다”며 “공심위에서는 원칙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당규를 뛰어넘는 해석이 어떻게 가능하느냐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그래서 금고 이상은 안되지만 벌금형은 괜찮다, 벌금형은 받아주자, 이런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재희 최고위원도 이와 관련 “정치가 형식논리에 얽매여 정치논리를 잃어버린다면 사리에 맞지 않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형식적인 당규에 얽매이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당규 개정 등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형오 중진 의원 또한 “공심위에서 고민을 했다고는 하나 김무성 최고위원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며 김무성 의원의 부정부패 관련자 피선거권 박탈에 대한 당규적용 반대주장을 지지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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