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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노동당 분열 ‘초읽기’ 진보세력 공중분해되나

‘일심회 안건’ 부결로 NL-PD 극한대립 민노당 창당 8년만에 분당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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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8:06:44

민주노동당의 양대 계파인 자주파(NL)와 평등파(PD)가 서로의 이해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주파는 3일 온건 평등파인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출한 당 혁신안을 부결시켰다. 심상정 대표는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일심회 관계자 제명 안건을 상정했으나, 자주파 대의원들이 이 안건을 삭제하는 수정동의안을 발의해 다수로 밀어붙여 가결시켰다. ■ 심상정의 ‘친북’ 탈색 이는 심상정 대표가 대선 이후 패배 분위기에 젖어 있는 당을 쇄신하기 위해 추진한 ‘당 혁신안’의 주요 골자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열린 당대회의 인사말에서 “우리 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이대로의 민노당은 안된다는 최후의 통첩을 받았다”며 변화의 당위성을 밝힌 바 있다. 심상정 대표는 민노당이 지지세력을 잃은 궁극적인 이유를 다수세력인 자주파의 ‘종북주의’를 위시한 이념 편향적 성향에서 찾았다. 당의 전력이 자주파에서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등 이념투쟁에 치우치다 보니 비정규직 문제 등 현실과 맞닿아 있는 해결에 미흡했던 점을 짚어낸 것이다. 그래서 심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소집 이후로 본격적 ‘친북’ 탈색 작업에 들어갔다.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안건은 친북탈피를 위한 당 개혁안의 핵심이다.

■ 당대회 직전부터 신경전 ‘불꽃’ 실상 자주파의 원안 반대는 예상돼 왔던 바다. 심상정 대표는 두 일심회 관계자를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당에서 퇴출할 의사를 보인 반면, 자주파는 “진보정당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제명한다는 것은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심 대표의 안건을 부결시키거나 수정 통과하려는 의도를 내비쳐 왔다. 이를 감지한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원안이 부결되면 비대위를 당론으로 불신임하는 것으로 보고 지도부 사퇴를 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대회 전부터 두 계파간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와지고 있었다. 강경 자주파는 ‘비대위는 최기영·이정훈 당원 제명안을 철회하고, 당을 파괴하는 신당 추진세력을 징계하라’는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에 반한 평등파는 ‘종북주의와의 동거는 진보정당의 사망 선고’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며, 일부 강경한 당원들은 현장에서 탈당의사를 공표하기도 했다. ■ 평등파 눈물어린 호소에도 ‘일심회 안건’ 부결 결국, 자주파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번 당대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일심회 관련자 제명 원안을 부결시켰다. 비대위와 당내 ‘평등파’는 대회 내내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을 주창했지만, ‘양심의 자유’와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자주파의 반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반대하는 자주파 대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이 쓰레기 국가보안법에 굴복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발했고, 비대위의 탈당을 협박으로 규정해 원안통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펴기도 했다. 한 당내 평등파 대의원이 “민중과 노동자와 함께 가야 한다. 두 동지를 제명한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눈물어린 호소를 했으나, 이 또한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마지막 카드였던 배수진에도 원안통과를 얻어내지 못한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위원장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심 대표측은 이번 ‘일심회 안건’이 통과되지 않은 것은 혁신안 자체에 대한 부결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대위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총사퇴하면 당내에 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 등 강경 평등파 인사들이 탈당해서 신당을 꾸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때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의원을 따르는 온건 평등파도 대거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민노당은 이 ‘진리’를 증거하듯이 갈등의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주파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의 제명을 국가보안법 문제, 사상과 진보의 양심과 연관시켜 절대 양보하지 못할 문제로 보고 있다. 강경 평등파도 자주파의 이념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로 규정해, 일심회 관련자 제명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유연성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8년 전의 민주노동당 탄생은 국내 진보세력의 통합과 협력으로 평가되는 의미 깊은 사건이었다. 진보세력의 국회 입성으로 국내 노동자들과 서민들은 사회의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이들이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분열을 거듭한다면 오는 4월 총선도, 국민들이 진보에 걸고 있는 희망도 물거품이 될 것은 당연지사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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