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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내 택배업계 ‘안개 속 혼전’

택배시장 대기업 천하…제2의 춘추전국시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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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8:14:53

2007년 택배시장이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올해는 짐작키 어려운 혼돈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뛰어난 선두기업이 없고 엇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이 경쟁을 펼치는 시장을 두고 흔히 춘추전국시대라 일컫는다. 요즘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장이 바로 택배업계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택배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 수는 60~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출액은 2006년 1조8,9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대로 커졌으며, 올해에는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현대택배, 한진, 대한통운, CJ GLS 등 흔히 ‘빅4’로 불리우는 메이저 4사가 모두 대기업에 넘어갔다. '빅4' 중 가장 최근에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했고, ㈜한진은 한진그룹, 현대택배는 현대그룹, CJ GLS는 CJ그룹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택배업계의 외형적 규모나 물량은 늘었지만 그에 따른 수익률은 받쳐주지 않고 있어, 지나친 요금경쟁의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택배업계는 수익창출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택배업계 M&A 열풍, 출혈 감내 ‘맷집 게임’ 시대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택배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택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갈수록 대기업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소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 동부그룹, 동원그룹에 이어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택배 및 물류업체를 인수했고, 롯데마저 독자적으로 택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의 참여로 택배 빅4가 모두 대기업의 손에 들어간 점은 택배업계에 가장 큰 혼돈을 가져다 줬다. 지난 2006년 제조 유통 그룹인 CJ GLS가 택배업계에서 M&A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국내 택배시장은 재편을 예고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CJ GLS와 삼성물산이 운영하던 HTH택배의 인수 합병은 한진, 대한통운, 현대택배 등 3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누구든지 택배 1위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신세계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가 같은해 11월 독자적인 택배회사인 세덱스를 통해 택배시장에 진출,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가속화됐다. 먼저, 지난해 초 택배시장 재편에 불을 당긴 기업은 유진그룹으로, 로젠택배를 300억원을 들여 전격 인수 하였고, 이후 고려택배에 자본 투자해 운영하던 일반 택배부분을 두산그룹이 직접 맡아 하나로택배로 사명을 바꿔 시장에 진입했다. 같은해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가 중앙그룹의 훼미리택배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진출했다. 뒤를 이어 5월에는 가로수 닷컴이 온라인 전문 택배사인 네덱스를 인수했고, 동원그룹이 KT로지스택배를 인수해 동원택배로 시장에 들어왔으며,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아주그룹의 아주택배를 동원택배가 인수함으로써 무서운 기세로 규모를 키우며 시장 재편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 국내 물류시장의 최대어였던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에게 인수되면서 국내 택배시장의 변화는 그 판도를 짐작키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KGB택배, 옐로우캡택배, 경동택배, 합동택배 등 연간 매출액 300억~500억원 수준인 중견 택배업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들 업체는 1990년대 후반 홈쇼핑과 인터넷 상거래 급성장에 힘입어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대기업 중심의 후발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롯데그룹이 롯데냉동에 합병된 롯데로지스틱스를 통해 택배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타 대기업들의 택배시장 진출설과 중소 택배업체의 향후 생존 가능성 등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택배업에 몰려드는 이유는 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물류 및 택배사업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 활성화로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매년 20~30%씩 급증하고 있고 대기업 자체 물량만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의류 쪽의 두산, 식품 쪽의 동원 등도 자체 물량이 상당한 규모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수익원을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빅4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는데 유진, 동부, 동원, 롯데마저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 이륜차 운송업까지 포함하여 수백개에 달하는 중소형 택배사는 인수 합병되거나 몰락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계열사라면 자체 물량이 있어 버텨낼 수 있다지만, 영세한 중소 택배사의 경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 경쟁에서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새로 진출한 대기업들은 계열 택배사에 자체 물량을 몰아주며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최근 택배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중소 택배사들이 신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을 빼앗기거나 확보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제 택배업계도 누가 얼마나 출혈을 감내하면서 오래 버틸 수 있느냐 하는 맷집 게임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일본의 경우 빅3 업체가 시장의 85%를 차지할 만큼 재편이 이뤄졌듯이, 결국 우리도 향후 2~3년 내에 6~7개 대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택배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물량 8억8천만 박스 31% 증가, 매출 2조3천억원 기록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택배 시장은 대기업 천하로 재편되게 됐다. 물량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택배 사업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7년 국내에서 서비스된 택배물량은 8억 8,370만개로 잠정 집계됐으며, 이 같은 물량은 집계에서 제외된 군소 택배사 물량과 퀵 서비스를 제외한 물량이어서 연간 전체 택배화물은 9억개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에 택배가 도입된 지 15년만에 빅4사의 연간 처리물량은 각각 연간 1억개를 돌파했다. 국내 택배 빅4인 현대택배, 대한통운, 한진, CJ GLS의 물량을 보면, 지난해 현대택배가 1억3,000만박스로 가장 많은 물량을 취급한 가운데 대한통운이 1억2,000만박스, CJ GLS가 1억 1,400만박스, 한진이 1억박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량은 2006년 평균 30%의 성장세와 유사한 31%의 증가율을 보여 2년 연속 30%대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택배물량이 급격히 증가한 까닭은 물량의 80~90%를 차지하는 홈쇼핑이나 오픈마켓 등의 전자 상거래 활성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한 국제특송도 택배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락하는 국내 택배와 비교해 국제특송은 단가도 국내 택배보다 2~3배가량 높아 수익에 큰 몫을 한다. 2006년 택배 총매출은 1조 9,000억원(1개당 평균 단가 2,750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약 2조 3,000억원(1개당 평균 단가 2,600원)에 달해 2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매년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택배업계의 시장규모는 2조2,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대로 커졌으며, 올해에는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성장, 이익은 제자리걸음…업계 수익률 3% 최악 택배업체들의 운영여건은 올해에도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과 2007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택배업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택배업체가 수익성 악화에 따라 더 이상의 시설투자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물동량을 반기별로 분석해 보면, 상반기의 경우 4억 2,500만개, 하반기는 4억 6,000만개가 움직여 45:55의 비율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로 미뤄 볼 때 택배 서비스는 예전과는 다르게 비수기, 성수기 구분 없이 명절 성수기를 제외하고 고른 이용률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택배업계는 물량은 늘고 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외화내빈’ 양상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다시 말해서, 택배업체들의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수익성 제고가 올해 택배업체들의 최대 경영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택배는 지난 3·4분기까지 4,0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9.5%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8억원에서 81억원으로 감소했다. 대한통운도 이 기간 택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7억원이나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억원 가량 느는데 그쳤다. 이처럼 택배업체들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택배사업에 뛰어들면서 물량확보 경쟁이 벌어져 택배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평균 단가는 3~4년 전부터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해 2004년 3,000원 수준이던 단가가 지난해에는 2,500~2,600원선까지 내려갔다. 여기에다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용 상승도 수익성 악화에 한 몫을 해 최악인 상황이다. 문제는 대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과당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 현재 국내 빅4 택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5.8%(2006년 기준)의 절반 규모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택배 단가의 하락에 대해 수익창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저단가 경쟁 속에서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 택배시장은 2~3년내에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예측을 반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택배사업자협의회가 설립되면 이를 중심으로 택배업 관련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 건의하면서 업계 내부의 결속강화로 이어져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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