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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옛날엔 반품, 이제는 리퍼브로 ‘환골탈태’

제조업체·유통업체·소비자 ‘윈-윈-윈’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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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7:11:44

요즘 국내에서는 냉장고 한 대에 100만 원이 넘는 것들이 많다. 최근 경기도 과천에 사는 주부 이선애(32) 씨는 정상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냉장고를 70만원에 구입했다.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도 아니고 최신형이며 제품 상태도 새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미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바로 ‘리퍼브’ 제품, ‘반품’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반품 의미는 하자 있는 제품으로서 되돌려진 상품을 의미했다. 하지만 반품의 개념이 멀쩡하고 저렴한 상품의 의미로 변해가고 있다. ‘반품’ 하면 흔히 ‘하자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그런데 반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알뜰구매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반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잘 고르기만 하면 멀쩡한 제품을 정상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반품 사이트가 그들로 하여금 쇼핑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리퍼브(refurbished) 상품 또한 반품이나 전시상품, 약간 흠이 있거나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제품, 이월 상품, 단종 상품 등을 새롭게 단장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반값 상품의 알뜰 쇼핑 이미지와 함께 신제품과 중고품 사이의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다. 리퍼브 상품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시장이나 인터넷 전문 사이트도 개설돼 있다. 최근에는 진열된 상품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입한 다음 반품한 상품도 리퍼브 제품으로 불린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으로, 특히 미국은 반품제도가 발달해 반품된 제품을 ‘리퍼브 제품’이라는 이름을 달아 다시 파는 경우가 흔하다. 국내에도 이 리퍼브 제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이 많이 생겨났으며, 리퍼브 제품은 정상 제품보다 적게는 10%에서 70%까지 값이 싸다. 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2월 흠집이 생긴 제품, 전시되었던 제품, 반품된 제품 등을 손질해 싸게 파는 것을 뜻하는 ‘리퍼브(refurb←refurbish)’를 대신할 우리말 순화어로 ‘손질상품’을 선정한바 있다. ■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윈-윈 유통’… 소비자는 싼 값에 구입 반품됐거나 전시된 상품을 싸게 구입하려는 ‘알뜰족’들이 늘면서 이를 중개하는 ‘반품시장’이 뜨고 있다. 약 4~5년 전부터 온라인 유통의 새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반품시장은 유통시장의 20%로 추정되는 반품 제품을 중개해 ‘윈-윈 유통’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재고를 줄이고 처분하기가 수월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싼 값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 대만족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단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이처럼 리퍼브 상품이 제조업체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의 유통시장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거의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가 물품 납품의 전제조건으로 제조업체들에게 반품 및 재고 상품을 떠맡기는 것은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반품이나 재고 상품으로 생기는 손실이 크다는 데에 있다. 포장만 뜯은 후 바로 반품되거나 설치 직후 반품된 상품의 경우 제품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 상품은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제조업체로 다시 돌아가 재포장을 거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이들 상품은 용산 등의 전자상가에서 ‘땡처리’ 형태로 팔려 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이중적인 가격 구조가 형성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정품인 양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퍼브 상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반품된 뒤 외관과 포장을 손질한 리퍼브 제품은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친 만큼 성능이나 외관상 신제품과 차이가 없고, 출시 가격에 비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A/S도 가능하다. 제조업체들도 어차피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밟은 제품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디지털 카메라 생산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유통업체가 반품 상품을 떠넘기다시피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생산된 물량을 적극적으로 소화할 수 있고 비정상적인 유통으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통업체들에 리퍼브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리퍼브 비즈니스를 양지로 끌어낸 것은 역시 인터넷의 힘이다. 리퍼브 상품이 온라인 시장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별도 매장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체 인테리어가 필요한 매장을 설치하는 작업은 업체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나 가격 비교 사이트를 중심으로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는 고객이 늘면서 리퍼브 비즈니스는 탄력을 받고 있다. ■ 과연 믿고 살만한가… 반품 제품 신뢰도가 관건 그러면 리퍼브는 믿고 살 만한 제품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시장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다 정확히, 반송이나 반품이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리퍼브가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반송과 반품의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미국의 경우 반송이나 반품이 매우 빈번하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박스 포장만 뜯고 다시 반품되는 제품도 리퍼브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제품의 결함을 입증해야 반품이 가능한 시장에서는 기계적 결함이 있던 제품이 리퍼브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반품이 복잡했던 과거 국내의 경우는 전시장에 진열되었던 제품이 결함이 덜한 제품이었을 뿐, 대개는 어떤 사연이 있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제품군에 따라 리퍼브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가령 고장이 없는 단순한 제품들은 리퍼브 제품이나 신품이나 차이가 없다. 그리고 복잡한 취향의 소비자가 많고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컴퓨터 관련 제품들도 믿을 만한 리퍼브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미국의 경우, 리퍼브 제품은 정상적인 마케팅 과정의 하나로, 제조사 쪽에서는 창고비용 절감과 반품처리비용의 절감에 높은 기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품률이 매우 높은 시장의 특성상 반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때 의외로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퍼브 제품은 제조사 쪽에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어 주는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리퍼브 제품이 범람해 신품의 구매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리퍼브 출고 관리를 하는 게 정상적이다. ■ 국내 반품규모 2조원대 넘어 유통시장 덩치가 커지면서 반품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내 백화점이나 할인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대형 유통 채널 업계의 국내 반품시장 규모는 2조40억원으로 추정된다. 2006년 반품규모 1조9000억원에 비해 5% 이상 늘었다. 유통·제조업체로서는 반품은 곧 손실이다. 이 같은 수치는 중소 유통 채널을 뺀 수치여서 유통업계는 국내 총 반품 규모가 3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품 상품은 주로 ‘제품 색깔이 사진과 다르다’거나 ‘생각했던 물건이 아니다’는 등 고객의 ‘단순 변심’에 의해 반품된 것들이 대부분으로, 포장을 뜯어 본 정도에 그친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인 성능에 있어서는 새 것과 차이가 없지만 ‘반품’이란 꼬리표 탓에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외관과 포장을 손질한 뒤에 판매된다. 업태별로는 홈쇼핑의 반품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홈쇼핑 업계는 약 10% 가량이 반품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G마켓·인터파크·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도 반품률이 5%를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도 3% 내외로 반품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품이 가장 적은 업태는 대형 백화점들로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주요 반품 품목으로는 홈쇼핑의 경우 청소기, 밥솥 등 소형 가전제품과 먹거리의 반품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보석이나 옷, 대형 가전제품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쇼핑몰은 아무래도 판매하는 제품이 많은 여성의류, 패션 잡화, 남성의류, 스포츠 용품 등에 반품이 많다. 그에 반해, 기존의 요주 반품 제품이었던 가전제품은 점차 줄어들고 모습이다. 백화점, 할인점의 경우 계절에 따른 양상을 보이는데 여름에는 바캉스 용품, 과일, 식품류, 겨울에는 오리털 파카, 난방기 등의 반품이 두드러진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반품 예상 손실비를 판매가에 얹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품률을 대폭 낮추기 위해서는 제조원·원산지·소재·애프터 서비스 등 각종 제품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 어떤 반품 전문 쇼핑몰 있나… 반품 사유와 AS 여부 확인 필수 반품 사이트란 반품된 물건이나 포장지 파손, 진열 상품 등의 이유로 정상가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품을 반 가격에 판매하는 사이트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반품 사이트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품 사이트가 구색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거나 선택의 폭이 적은 게 단점이지만, 몇몇 사이트는 오프라인 매장도 갖추고 있어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 반품닷컴(www.van pum.com)은 반품 전문업체이다. 컴퓨터, 전자, 가구, 생활, 스포츠, 잡화 등을 판매한다. 리퍼브샵(www.refurbshop.co.kr)도 눈길을 끄는 쇼핑몰이다. 컴퓨터, 주방가전, 스포츠레저, 패션, 이미용품 등 이월상품을 판매한다. 빽샵(www.back shop.co.kr)도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등 반품, 리퍼제품, 이월 및 중고상품을 판매한다. 재고몰(www.jaego.co.kr)은 재고상품 전문 쇼핑몰이다. 주방가전, 생활가전, 유아용품, mp3, 디지털 카메라 등을 판매한다. 주연홈쇼핑 반품할인닷컴(www. banpumdc.com)은 재고, 이월 및 건강용품, 홈쇼핑 상품, 옥매트 등을 온라인 판매한다. 이밖에 옥션 반품에서도 생활용품, 디지털 가전, 테스트 상품, 매장 진열 상품 등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기존 전자제품과 의류 등 생활용품 중심에서 유명 브랜드와 명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반품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인터넷 반품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품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제품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자를 숨기거나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지 않으면 또 다시 반품과 교환의 악순환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퍼브샵 남찬규 대표는 “반품시장은 현재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유 중 하나는 안 보고 사는 경우 때문에 소비자들의 충동구매가 한 몫을 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이미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국내도 이제 반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소비자들도 실속구매의 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충분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나 개인이 전문적으로 판매에 나선다면 성공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전망하는 반면 “아직 성장 단계라 위험이 따르기에 사후처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반품 제품을 구입할 때는 반품 사유와 AS 여부 확인이 필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는 ‘리퍼브 제품’은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서도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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