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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입학 시즌 교복 공동구매 열풍

20만원 넘는 교복값 줄이기 위해 학부모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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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호 ⁄ 2008.02.25 16:18:46

바야흐로 입학의 계절이 왔다. 곳곳에서 교복 값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나, 아이들을 새 학교에 들여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학부모들은 20만원을 호가하는 교복 값에 허리가 휜다. 통계청의 연간 가계수지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구의 평균 교육비 지출이 10%나 상승하면서 살림 형편이 빠듯한 학부모들을 압박하고 있다. 교육물가도 전년도 대비 6.0% 올랐고, 2.5%인 평균 소비자 물가 증가율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교육물가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교복 값의 인상률도 남자 학생복이 2.8%, 여자 학생복이 3.7% 상승해, 이 또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처럼,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가계 교육비 지출 상승으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학부모들에게 입학 시즌마다 돌아오는 교복 값은 여전히 가계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복 공동구매 운동, 서울 중심으로 확산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학부모들이 교복을 공동구매해서 교복 값 부담을 줄여보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역내 전체 중고등학교 가운데 40.3%가 교복을 공동구매하여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지역도 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충남 교육청이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면, 최근 도내 299개의 교복착용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복 공동구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학교 46개교, 고교 34개교 등 모두 80개 학교가 공동구매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54개의 학교는 현재 공동구매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 또한 지난해 신학기의 교복 공동구매 학교 수 7개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결과이다. 충남의 주요 도시인 천안 지역 학교들의 교복 공동구매 운동은 중학교를 중심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천안지회에 따르면, 교복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있는 중학교는 26개교 가운데 10곳이다. 19개 고교 가운데는 4곳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열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구 지역에서도 학부모들의 공동구매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 의하면, 교복 미착용 학교인 3개교를 제외한 대구시내 204개 중고등학교 가운데 66개교가 교복을 이미 공동구매했거나, 앞으로 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교복을 공동구매한 학교가 16개교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학부모들의 공동구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업체 담합으로 어려움 겪기도 교복 공동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부모와 교육청에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공동구매를 성사시키기까지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 내 일선 학교에서 교복업체에 공동구매 입찰을 하더라도 업체측에서 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계약되는 가격은 한 벌에 보통 15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판매가에서 약 10만원 정도 인하되는 가격이다. 개별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많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공동구매를 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교복 공동입찰이 반가울 리가 없다. 그래서 교복 업체가 한정돼 있는 일선 지역에서는 공동입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원 지역이나 경남 지역으로 갈수록 공동구매는 성사되기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공동구매 성사율은 9% 안팎이었으며, 경남 지역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동해 지역에는 메이저 4개 교복업체의 대리점만 있다. 예비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각 대리점에 공동구매 입찰을 붙였지만, 업체들 모두 이를 무시하는 분위기이다. 교복 대리점들 간의 담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로 입찰에 부쳤을 때 한 업체에서 입찰에 응했으나, 다른 업체들의 방해로 무산됐다. 그 업체 사장은 입찰에 나설 경우 타 업체들이 텃세를 부려 지역에서 장사를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응찰을 철회했다고 한다. 동해시 북평고등학교에서는 메이저 업체들이 전부 공동입찰을 거부해 서울에 있는 중소업체에까지 줄을 대 공동구매 계약을 했다. 신입생 28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학부모회 박모씨는 “업체들이 스스로 가격 거품을 빼지 않으면 엄마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하복부터는 동해시의 모든 학교와 함께 공동구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 봉림중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들의 교묘한 방해로 우여곡절 끝에 한 벌에 23만∼25만원에 이르는 교복값을 낮춰 공동구매하는데 성공했다. 배경희 봉림중 교복추진위원장은 “지난해에 처음 공동구매를 추진했는데,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학부모를 상대로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공동구매하는 교복의 질이 나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애먹었다”고 토로했다. 학교 쪽의 태도도 불만스러웠다. 배 위원장은 “안내문 발송, 입찰 장소 대여 등 학교가 협조를 해주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협조 시급 주요 교복 제조업체 및 판매업체의 가격담합 행위와 공동구매 방해 등과 같은 횡포도 문제지만, 학교를 비롯한 교육 당국의 협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자사의 교복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학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도 많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유의하고, 규정에 맞지 않거나 변형된 교복을 공급할 경우 해당 업체에 반품 또는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등 학교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또한,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할 경우 교복착용 시기를 조정하거나,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 행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들의 교복 공동구매를 돕기 위한 교복 공동구매 매뉴얼을 제작하는 것도 교복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이희정 사무처장은 “교복의 공동구매는 교복을 싸게 사는 1차적 효과를 넘어서, 교복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업체들의 횡포를 막아 교복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뜻이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 공동구매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 학부모회 관계자는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업체간의 가격 편차를 줄일 수 있으며, 가격대도 전국교복협회의 공동구매 단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면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업체들의 담합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복 공동구매 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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