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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호남당’으로 회귀하나

영남권 공천신청 겨우 9명, 호남에만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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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호 박성훈⁄ 2008.03.04 09:46:46

통합민주당의 공천개혁 의지가 서슬 퍼렇다. 통합민주당은 쇄신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공천특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에게 공천심사를 위한 세부 규정과 기준 마련 등의 전권을 백지위임했다. 또한 민주당은 박 위원장에게 당의 고유권한인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권한마저도 전권 위임하기도 했다. 박재승 위원장이 누구인가? 막강했던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민원 청탁을 거절했다가 정부에 밉보여 제주지법으로 쫓겨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대쪽 같은 사람이다.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는 박재승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엄격한 공천쇄신을 요청했고, 박재승 위원장은 “나는 순진한 사람이니 두 분의 말을 액면 그대로 실천하겠다”고 화답했다. 개혁을 위해 엄한 분위기를 잡고 있는 양대 대표와 공천의 칼자루를 쥔 저승사자 박 위원장의 대담을 지켜본 여러 예비후보들은 아마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또한 비리·부정 등 구태의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를 제외하기 위한 방안 등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한 인적쇄신 방안을 공천심사에 반영하고, 공천심사의 대원칙으로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당선 가능성 등 5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등 입체적인 공천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8대 총선에서 완전히 달라지겠다는 통합민주당의 이 같은 노력이 자못 비장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공천개혁의 코어, ‘호남 물갈이’ 통합민주당의 공천개혁의 관건은 호남지역 안배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민주당의 최대 표밭인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대에서 공천을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의식이 의원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성향에 안주해 편하게 당선되겠다는 안일한 의식이 철폐되지 않는 한 당을 뼛속까지 씻어내기는 힘들다. 이 ‘지역주의 타파’라는 개혁원칙은 매번 총선 때마다 대두돼 왔으나, 총선이 가까워져 올 때마다 각 정당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기 위해 은근히 지역의 표심에 기대는 발언을 하는 등 지역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변함 없이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지역주의에 의지하지 않고 18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손학규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 시절에 공천과 관련해 “호남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호남 물갈이를 통한 개혁공천으로 당을 쇄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현재 예비후보들의 공천자격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박재승 위원장도 호남 지역에서 엄격한 잣대를 대서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호남 경쟁률 6.5명당 한명꼴, 영남권은 전멸 하지만 호남 물갈이가 그리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2월 23일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를 살펴보니,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 486명 가운데 호남의 31개 선거구에만 202명이 몰리는 등 예비 후보자들의 지역편중이 심각했다. 전체 공천 경쟁률이 평균 2대 1 정도에 머물렀지만, 호남지역은 경쟁률이 6.5대 1로 공천경쟁이 타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치열했다. 호남의 핵심지역인 광주에서는 7개 지역구에 58명의 예비후보가 경합을 벌이면서 경쟁률이 8.29대 1까지 치솟아 예비후보 신청이 현격히 편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비해 영남지역은 신청자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경상도 내에 있는 68개의 선거구에는 9명의 예비후보만이 공천신청을 했다. 60개 가까운 선거구가 후보 없는 선거구로 남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연고지 격인 울산에는 6개의 지역구에 단 한 명도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신청이 없는 지역이 72군데였고, 한 명만 신청한 곳도 64군데에 이르렀다. 예비후보의 공동현상은 수도권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선거구인 서대문 을과 한나라당에서 공천만 되면 당선이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표심을 꽉 잡고 있는 서초 을, 강남 을 등 4군데의 선거구에도 신청자가 없었다. 성남 분당, 과천, 의왕, 화성, 김포 등의 경기도 선거구에도 신청자가 없었고, 의정부, 평택 등지에만 한 명의 공천신청자가 나왔다. 당에서는 호남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안배를 골고루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선거지역 일선에서 뛰어야 할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당선될 승산이 없다고 판단된 곳에 공천신청을 하는데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당 차원에서 ‘호남 물갈이’ ‘개혁공천’을 외쳤지만, 전국적으로 예비후보자들이 나와주지 않아, 결국 ‘호남당’의 때를 벗을 수가 없게 될 판이다. ■호남권 의원들 반발 심각 결국 쇄신공천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호남에 예비후보로 신청한 의원들이다. 타 지역에는 단일 예비후보인 곳이 많아 공천에 큰 문제가 없으나, 호남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원회는 1차 30%를 탈락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호남의 예비후보들의 숨통을 더욱 조여왔다. 호남 의원들끼리 만나면 ‘30% 안에 들어갔어?’라고 묻는 것이 인사가 될 만큼 의원들 사이에서는 1차 발표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에 따라 호남권 의원이 대부분인 통합민주당으로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광주 동구에 공천신청을 마친 양형일 의원은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쇄신공천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설정한 30%의 근거를 모르겠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진행할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김동철(광주 광산) 의원은 “특정 지역 물갈이라는 식으로 총론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고,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은 “무조건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등장하게 될 후보들은 초선 도전이든 재선 도전이든 간에, 당에서 제시한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당선 가능성 등 5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A급 후보일 것이다. 하지만 호남 물갈이를 통해 초선에 도전하는 정치신인이 공천을 받아 후보로 등장할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기존의 재선의원들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럼에도 변화와 개혁 없이는 당의 발전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에 당 지도부는 호남 물갈이라는 고육지책을 펴게 된 것이다. 선거구의 심각한 지역편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통합민주당은 참여가 전무한 영남권과 후보자 신청을 받지 못한 72개의 선거구에 한해 후보신청을 더 받겠다고 한다. 만약, 전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해 243개의 선거구에 한 명씩 후보를 내는데 실패하면, 통합민주당은 호남 개혁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그나마 호남권에서 있던 힘도 잃어 원내 2당, 3당으로 밀리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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