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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괴자금 미스터리

미모의 여교수 핸드백 속엔 천만원 수표, 수천만원 귀금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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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호 류선재⁄ 2008.03.17 16:23:17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과 H대학 여교수로 알려진 강모 씨와의 거액 횡령 송사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명 ‘박철언 괴자금’의 실마리를 잡고 있는 옛 측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폭로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 당초 알려진 횡령금액 176억 원은 폭로와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1,000억 원대까지 달했다. 또한 박 전 장관의 괴자금 중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그 여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둘러싼 비자금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실세 시절의 측근 인사들이 수백억 원대로 추정되는 문제의 괴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선, 박 전 장관의 보좌관이었던 김 모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988~1989년 청와대 정책보좌관 겸 국회의원이던 박 전 장관에게 선거 때만 되면 대기업들이 60억∼70억 원의 돈을 싸들고 찾아왔다”고 폭로했다. ‘돈 세탁’ 역시 치밀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김 씨는 “각각 500만 원·1,000만 원씩으로 돈을 나눈 후 가명 또는 차명으로 미리 개설해 놓은 계좌에서 한 차례 세탁 과정을 거쳐 다시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됐다”며 “당시 비자금 관리인만도 최소 10여 명이고, 가·차명계 좌는 100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즉, 박 전 장관의 가·차명 계좌에는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이 아닌 1,000억 원대 규모의 자금이 묻혀 있을 거라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이는 박 전 장관의 고교 동창생이자 전직 S은행 지점장 출신이었던 서모 씨의 주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까지 박 전 장관의 돈 일부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서 씨는 “나와 내 가족 이름으로 한 번에 몇억 원씩 정기예금을 든 뒤 만기가 되면 이를 박 전 장관에게 돌려주거나 다시 정기예금을 드는 방식으로 관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1993~2007년까지 약 15년 동안 서 씨가 관리해온 비자금 액수만도 약 200억 원. 한때 6공 실세로 불리우던 박 전 장관을 향한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또 다른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A 씨는 아예 비자금 내역이 적힌 장부를 공개하고 나섰다. 박 전 장관이 직접 관리 한 것으로 보이는 이 관리장부는 차명 계좌 명의자는 물론, 금액과 통장번호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보좌관의 주장대로 비자금의 대부분은 2~3억여 원의 규모로 쪼개져 차명 계좌를 통해 관리돼 왔다. 또 장부에 적혔 있던 가·차명 계좌의 명의자는 앞서 언급한 측근들 외에도 이번 파문의 최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 교수를 비롯, 모두 60여 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괴자금 파문, ‘비자금’ 의혹으로 확산 이번 괴자금 파문은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불거졌다. 박 전 장관이 여교수 강 씨를 상대로 176억 원을 횡령했다며 소송을 걸자, 제2의 변양균-신정아 사건이 아니냐며 언론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 게다가 강 교수가 지난 2004년 4월 한 호텔 식당에서 분실해 도난 신고를 했던 400만 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에 천만 원짜리 수표와 명품 시계, 손지갑 등 수천 만원에 달하는 금품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물론 돈의 출처에 대한 의혹에 시선이 집중됐다. 정치권 역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김 전 보좌관이 폭로한 “박 전 장관이 수표 다발을 건네며 이 돈에는 영부인의 돈도 포함돼 있다”는 발언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보좌관이 말한 일부 돈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 전 장관의 측근이자 기업인 출신인 최 모씨가 서울 방배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장관의 40억 원대 통장과 100여 권의 비망록에 관한 재판기록을 공개해 또 다시 정계가 술렁인다. 최 씨는 “박 전 장관이 서울 마포의 오피스텔에서 100여 권의 비망록과 40억 원대의 통장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자, 그것을 되찾을 목적으로 2001년에 나를 절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며 당시 수원지법 재판기록을 공개했다. 증인심문조서에는 박 전 장관이 강 씨의 변호인에게 비망록 등을 원상회복시켜 주지 않으면 사기죄로 엮어 넣겠다고 한 발언과 40억 원대의 돈을 김 전 비서관이 횡령했다는 박 전 장관의 주장과는 다른 증언이 담겨 있다. 또 2001년 10월 수원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장관은 “비자금은 없으나 (김 전 보좌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자금을 일시 관리시킨 것은 사실”이라며 직접 증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의 한 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내용은 박 전 장관의 회고록에도 나온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시로 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에게 국정에 협조해 달라는 차원에서 전달한 돈이다”라고 전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의 주장대로 연구소 자금이라기에는 규모가 큰데다, 6공 당시 박 전 장관이 실세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돈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철언 “나는 억울한 피해자” 이 같은 증언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박 전 장관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돈의 출처와 관련해 그는 “1987년 한국복지통일연구소를 설립한 뒤 가족· 친지·친구 등이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모았으며, 유산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번 돈, 그리고 조건 없이 받은 협찬금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 교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내세워 말하지 않는가 하면 1,000억 원 비자금 발언엔 오히려 “김 씨가 돈을 다 해먹고 깡통 통장이 됐다”며 펄쩍 뛰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 씨가 횡령한 돈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압박하며 공소 시효를 다 놓쳐 버렸다. 이젠 고소를 해도 소용없지 않느냐”며 “김 전 보좌관과 김 씨를 불러 추궁했지만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미뤘다”고 말해 스스로 피해자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는 차명 계좌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깡그리 부정을 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그는 “자금을 모을 당시는 합법적이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정치인의 이미지상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사기를 당하면서도 차명 계좌를 유지하게 되었다. 불찰이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일부를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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