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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 손해 볼 것 없는 금융사… 소비자만 속 탄다

순익 수수료 제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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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호 성승제⁄ 2008.03.24 17:13:35

1980~90년대 서울·경기도 지역에 부동산 열풍이 일어났다. 이 열풍은 2000년대 초반, 아니 불과 3~4년 전까지 이어졌다. 서울의 집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루었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 당시 여유 있는 투자자들은 은행보다 부동산에 몰렸고, 아파트와 땅은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했다. 이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0년대 중반에는 각종 규제로 투기를 막았고, 갈 곳 없는 투자자금은 다시 금융계로 쏠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펀드 상품에 가입하며 투자자들을 금융계로 유도하고, 2006년 증시 호황으로 펀드는 2~3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너도 나도 펀드 가입에 열을 올려 이제는 1가구 1펀드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급하면 체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코스피 지수는 2000에서 1600대로 급락했다. 주식연계 상품인 펀드 수익도 당연히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수익이 없으면 투자자들의 불만은 터지기 마련. 이때부터 일부 불안한 펀드 투자자들은 하나 둘 환매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환매를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또 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투자 수익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답답한데 운용사에 수수료를 또 줘야 했기 때문이다. 펀드 이익률이 온다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고객만 손해 보고 운용사는 수수료를 따로 챙겨 운용사만 남는 장사였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 달 만에 총 4조7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3개월 만에 1조 원을 까먹었다. 투자자금을 잃은 펀드 투자자들의 속은 타지만, 반대로 미래에셋은 한껏 여유 있는 모습이다. 운용 수수료로 150억여 원을 챙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상품은 운용수수료가 여타 해외 펀드에 비해 50% 더 높은 1.5%여서 미래에셋이 챙긴 수수료는 약 1백억 원에서 2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고객 돈을 미래에셋 마음대로 운용하고 손해를 봤지만,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손해 보지 않은 셈이다. 이는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펀드는 증권사가 운용하고 판매는 은행에서 하는 구조인데, 은행 역시 수익과 상관 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이다. ■은행들 펀드 사전 설명 없이 판매하면 그만 모호한 구조 때문에 은행들은 펀드에 대한 사전 설명 없이 판매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최근 한 시중은행 상품 판매 담당자는 “외국계 투신사가 운용 중인 해외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환 헷지 여부나 비율은 잘 모르겠다”며 운용 투신사에 문의해 보기를 권유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판매 중인 해외 펀드 상품을 운용하는 투신사에 재차 전화로 확인한 후 환 헷지 여부를 확인시켜주는 눈치다. 상품을 직접 사는 투자자들에게는 설명이 더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약관에 써놓고 동의를 구한다고 하지만, 판매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 환 헷지가 이뤄졌는지 구두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뻔하다. 국내와 달리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경우, 투자 자산 자체의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환율이 수익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일본 펀드의 경우, 니케이 지수의 고공행진으로 주식 자체로는 수익을 냈지만, 엔화 약세(엔·원 환율 하락)로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환율이 해외 펀드 수익률에 결정적인 변수인데, 해외 펀드 상품을 파는 시중은행들은 투자자들에게 환 헷지 여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정부의 비과세 혜택 방침에 편승해 상품 팔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투신권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시장과 브릭스(BRICs) 등 성장률이 높은 국가에 투자할 경우 환 헷지를 아예 하지 않거나 환 헷지 비율을 낮추는 것이 통상적이다.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높은데다 경제성장률 등 펀더멘털이 좋으면 통화도 강세로 가, 주식과 통화 양쪽에서 수익을 극대화 할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러 가지 요인으로 통화가치 급락이 예상되는 곳과 선진국에 투자할 때에는 환 헷지 비율을 높인다.

■펀드 수수료 줄이려면 똑똑해져라 “똑똑해져라. 그리고 쫀쫀해져라.” 이는 최근 원금 본전조차 만만치 않은 펀드 투자의 트렌드다. 이미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수수료 비용이 나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나 자신이 치밀하고 똑똑하게 알아보아 수수료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말 그대로 쫀쫀해져야 한다. 우선, 대부분의 펀드는 가입한 지 석 달이 못 돼 환매하면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토해내야 한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가입’이 아니라 ‘불입’ 후 3개월이 지나야 환매수수료가 없다. 이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 게 적립식 펀드의 환매다. 지난해 2월 초 3년 만기로 은행에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돈이 필요해 이 달 초 환매를 했다면, 가입한 지 3개월이 훨씬 지났으니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내야 한다. 돈을 넣은 지 3개월이 안 된, 즉 올해 넣은 돈에 대해서는 환매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달 10만원씩 투자해 매달 3%씩 수익을 냈다면, 마지막 석 달 동안 낸 수익 1만8,000원(10만원×9%(3개월)+10만원×6%(2개월)+10만원×3%(1개월))에 대해서는 70%, 곧 1만2,6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의 환매를 고려한다면 3개월 전에 불입을 중단하는 편이 낫다. 또 펀드도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다. 아직까지 온라인 펀드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깎아준다. 인터넷 뱅킹을 활용하면 수수료를 싸게 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펀드는 대개 이름 끝에 E 혹은 e가 붙는다. 오프라인에서 파는 펀드와 똑같이 운용되는데 수수료 체계만 다른 펀드다. 예를 들어, 온라인 펀드인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혼합형자 1 Class-Ce’는 총 보수가 연 3.12%인데 비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파는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혼합형자 1 Class-C’는 총 보수가 연 3.39%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0.27%포인트의 비용을 덜 내는 셈이다.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amak. or.kr)를 통하면 펀드별로 수수료를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다. 이름이 같고 뒤에 붙는 알파벳(수수료 체계)만 다르다면 온라인으로 가입해 수수료를 아끼도록 한다. 요즘처럼 시장이 널뛰기할 때는 장세에 따라 투자 대상과 지역을 바꿔가며 펀드 투자를 하고 싶다. 그렇지만 펀드 가입과 환매를 반복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펀드 교체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땐 ‘엄브렐러(우산) 펀드’를 노려볼 만하다. 엄브렐러 펀드는 하나의 세트 안에 여러 가지 종류의 펀드가 들어 있어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 하위 펀드는 운용자산에 따라 주식형·혼합·채권형 등으로, 혹은 분야에 따라 IT·소재·소비재 등으로 구성된다.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와 함께 움직이는 인덱스와, 이와 거꾸로 움직이는 리버스 인덱스 등을 세트로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CJ 자산운용의 ‘CJ 엄브렐러 펀드’의 경우 수수료 없이 인덱스·리버스인덱스·채권혼합 등 3개 펀드를 마음대로 갈아탈 수 있다. 장세가 좋아 보이면 인덱스에, 조정이 예상되면 리버스 인덱스에, 잘 모르겠다면 채권혼합에 돈을 넣고 기다리면 된다. 제로인의 한 관계자는 “엄브렐러 펀드의 경우 투자 선택을 잘못하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다만, 최근에는 삼성투신운용 등을 비롯한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참고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 엄브렐러 펀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만약, 아직 펀드 환매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기준을 정해보자. 1. 계약기간에 구속받지 말라. 펀드는 대부분 만기가 없다(만기가 있는 펀드는 극소수다). 적립식 펀드든 거치식 펀드든 가입시 정하는 기간은 만기가 아니라 계약기간일 뿐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중도에 환매가 가능하다. 또한 중도환매의 불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고 단기 투자만 하는 것보다는 시장을 보고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2.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일단 환매. 펀드 가입시 목표한 수익률에 도달했다면 일단 환매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 그것은 수익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수익률에 도달해도 유지하는 경우가 좋은 경우도 있다. 3. 시장 폭락시 적립식은 유지, 거치식은 50% 매도. 일반적으로 펀드는 주식 펀드가 많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펀드도 손실이 난다. 폭락하더라도 적립식 펀드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적립식은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을 매월 분할투자하는 것이므로 폭락이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가 된다. 한편, 거치식은 목돈 투자이므로 폭락하면 그 손실도 크다. 따라서 거치식의 경우에는 시장 폭락시 50% 환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4. 주가 최고점 경신하면 환매하지 마라. 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하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최고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은 개인투자자가 수익이 최고라고 환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때는 적립식이든 거치식이든 계속 유지하는 것이 낫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하면 추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매는 그러한 상승세가 꺾였을 때 고려하면 된다. 환매는 최고수익률을 경신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추세가 꺾였을 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5. 관리자를 잘 만나라. 개인투자자로서 펀드 환매를 잘 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관리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펀드를 많이 판매하는 펀드 판매왕이 좋은 관리자가 아니다. 펀드를 잘 설명해 주고 대응방법을 제시해 주는 금융 직원이 좋은 관리자다. 이를 위해서 개인투자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발품을 팔아 좋은 관리자를 찾아야 한다. 그럴 여건이 안된다면 스스로 펀드를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하여 자기 판단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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