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반적으로 ‘창의성’을 남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정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 창의성에 대한 최소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의외로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창의성에 대한 정의나 개념은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최근에는 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창의성 연구의 선두주자인 하버드 대학의 가드너 교수와 아마빌 교수, 시카고 대학의 칙센미하히 교수는 “창의성은 새롭고 유용한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인적인 능력이다”라고 정의한다. 즉, 기존의 방식과 무언가 다른 새로운 방식이 아니면 창의적이라 할 수 없고,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황당해 현실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창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따라서, 창의성은 인지적인 면(IQ)과 성향적인 면(EQ)이 동시에 작용하는 종합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창의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나 암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얼마만큼 많은 지식을 습득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가,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다. 실제로 기업 내에 탁월한 인재가 아무리 많아도,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으로 가공해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옥돌도 쪼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개별 구성원의 창의성을 발현시켜 조직의 창의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본다. ■창의성 발현이 관건…좋은 아이디어라면 실패도 칭찬하라 요즘 경영의 최대 화두는‘혁신’이다. 사실 혁신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해 변하지 않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혁신의 본질은 새로운 방식으로 고부가가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있다. 이러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품이나 경쟁사의 상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 전체적으로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일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창의적 기질을 보유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일과 일하는 방식도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요소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창의성 발현의 10가지 비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영의 최대 화두인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다른 비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패할 경우 통상적으로 그 잘못된 결과에 대해 비난과 책임만 뒤따르지만, 창의성을 위해서는 그 과정과 아이디어가 좋았다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새로운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원을 채용할 때 창의적 기질 여부를 판단하는데 출신대학·학위·전공 등 이력사항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으로 드러난 화려한 이력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우수한 학점의 명문대 출신이 반드시 창의적인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남과 다른 사고 스타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도전정신 등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적 기질이나 특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으로 유명한 기업들은 사원을 채용할 때 이력보다 창의성과 관련된 기질·품성을 더욱 중시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보고서는 먼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요건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자신의 전공분야나 관심영역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스킬이 있어야 한다. 둘째, 창의적인 사고 스타일이 필요하다. 셋째로는 동기(Motive)를 꼽았다. 이와 함께,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의 창의성을 유인하는 제도와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한 주요 비결 10가지로 ▲이력보다는 기질을 먼저 살펴라 ▲다양성을 꾀하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라 ▲대화가 살아 숨쉬는 회의를 하라 ▲아이디어의 소재, 고객 니즈에서 찾아라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라 ▲멋진 실패에 상을 주어라 ▲창의성 발현의 걸림돌을 제거하라 ▲리더가 창의적 사고/행동을 솔선수범하라 ▲실패를 바라보는 리더의 시각부터 바꾸어라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KT가 올해부터 프로젝트에 실패한 직원이나 부서에 오히려 상을 주는 ‘베스트 챌린지(Best Challenge) 제도’를 시행하는 예를 들 수 있다. KT는 임직원 업무평가 때 성공실적 못지 않게 실패사례를 분석하여, 교훈적 사례의 해당 부서나 직원에게 챌린지상을 주기로 했다. 이 상의 평가기준은 실패 과정이 얼마나 교훈적(도전성·실행성·창의성·고객지향성)이냐에 있다.
■기업들 우수인재 활용도 떨어져 급변하는 시장, 빠른 기술 변화, 글로벌 경쟁의 심화 때문인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창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일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창의적인 기술과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다수 기업들은 직원의 창의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포인트가 하나 있다. 창의적 인재는 확보도 중요하지만, 활용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기업들이 정작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이를 기업의 성과로 연결 짓는 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우리 기업의 인재활용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 기업들은 1등 인재를 뽑아서 2등 인재로 활용하고 바보로 만들어 내보낸다”는 지적이었다. 우수한 인재들의 채용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장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즉, 인재활용에서는 단순·반복적인 일이나 저부가가치 일에 집중시키기보다는 머리를 쓰며 지혜를 내는 창의적 업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한편, 제도·시스템 면에서는 구성원들의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과제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촉진하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CEO들의 가장 큰 ‘성장통’은 우수인재 부족 반면에 위의 결과와는 다르게, 기업의 CEO들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크게 겪은 성장통은 높은 안목과 역량을 갖춘 우수인재의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경영자 대상 사이트인 세리 CEO를 통해 CEO 회원 3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크게 겪은 성장통으로 높은 안목과 역량을 갖춘 우수인재의 부족이 가장 많은 34.1%의 지지를 받았다. 우수인재의 활용이 적절치 못한 우리 기업의 문제점과 비교할 때 아이러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어, 현재의 성장 흐름을 이어갈 차기사업 발굴 애로가 21.9%, 고객을 확대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부재가 14.5%로 CEO들은 응답했다. 또한,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생기는 조직효율 저하(11.4%), 사업확장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금결핍(9.4%), 점점 높아져 가는 고객의 수준을 맞춰줄 만한 기술력 부족(6.8%) 순을 보였다. 연구소는 CEO들이 복잡한 사업환경 아래에서 핵심인재의 확보가 사업성공의 중요한 열쇠라고 여기지만, 정작 창의성과 식견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뜻대로 잘 안 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EO들은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32.4%가 핵심인재의 발굴 및 스카우트를 꼽았으며, 조직관리 및 조직문화 혁신(21.9%), 역량을 배가하는 사업 파트너 확보(13.5%), 체계적인 고객 및 시장관리 체계 구축(12.4%), 업무 프로세서 혁신 및 표준화(9.9%), 기술 및 디자인 역량 증대(8.7%)를 제시했다. ■창의성 키우는 조직문화 시급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화되면서 창의성의 중요도는 한층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단순히 지적인 능력만으로는 학업성취나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는 없다. 창의성은 요즘과 같은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 더 요구된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사라지는 기업을 구분하는 유일한 잣대는 기업이 얼마나 혁신적인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나오는데 한계가 있다. 구성원들이 함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른 혁신전략, 외부와의 네트워킹, 충분한 자원투자 등도 중요하지만, 혁신 성공의 기본 토대는 바로 구성원들의 ‘창의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