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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경제 살리기 에 ‘암초’

‘기술보안 불감증’ 심각…국가적 대응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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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김대희⁄ 2008.03.31 17:25:53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산업기밀 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요즘은 특히 산업기술에 대한 철저한 보안이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변수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100개 기업을 창업하기보다 30년 이상 잘 커서 수출하고 있는 1개 기업을 망하지 않게 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말까지 하는 전문가도 있다. 창업자 중 2~3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30년 이상 발전해온 중견기업이라면 뭔가 다른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기술들이 새어 나가도 속수무책이라면 경제 살리기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술은 여러 경로로 새어 나간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할 때 버려지는 서류나 장비, 임시직 채용을 통해서도 산업기술의 단서들이 빠져나간다. 아예 대상기업을 인수해 버리는 방법도 있고, 산업 스파이도 은밀히 움직인다. 우수 기술개발 능력이 국력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자금과 정책이 몰리고 있지만, 우리 산업기술의 유출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연구도, 방법론도 결여돼 있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듯이, 물 새듯 빠져나가는 산업기술을 막는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오랜 시간 걸려 기술개발…유출은 고작 몇 분에 끝나 자동차와 선박 기술에 이어 올해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까지 중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기술 책임자가 국가의 부를 살찌우는 핵심기술을 ‘억대 연봉’에 손쉽게 팔아넘기는 등 국부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난무한다. 검찰에 따르면, LG전자의 생산기술그룹장이던 정모 씨는 기술고문직(연봉 30만 달러)과 주택 및 승용차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중국 기업에 PDP 생산 핵심기술을 넘겼다. 유출된 자료는 PDP 공장에 설치된 각종 장비의 배치도 파일, 공장의 건축 및 생산설비 파일, 전력설계 자료 파일 등으로, 향후 3년 간 1조3,000억 원 상당의 매출액 감소가 추산되고 있다.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기술유출은 외장형 메모리에 컴퓨터 파일을 옮겨 담거나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는 단순한 수법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어떤 기술이든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하는데, 그 모든 기술이 5분 정도면 유출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발달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춰두고 이메일도 체크를 하는데, 아무리 첨단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뚫릴 수 있다”며 “보안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첨단 시스템이 있다면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5월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생산기술이 중국의 자동차 업체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돼 2010년까지 예상손실액이 세계시장 기준으로 22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 후 현대차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왔으며, 이후 1건의 유출사건을 조기에 적발해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어 산업보안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한 걸 알았다”며 “이번 사건뿐 아니라 예전의 사건을 볼 때도 ‘기술’이라는 가치에 대해 무감하고 또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죄의식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추산 피해액 1조3,000억 원은 중국 기업이 유출된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양산할 경우를 수치화한 것이어서, 재판에서 실제 피해액으로 산정할 수는 없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도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법원은 설계도 가격만 3,500억 원이며 피해 예상액이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 조선기술 유출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 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유출의 심각성을 인식한 법원이 경쟁회사의 핵심 인력 이동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단순히 ‘영업비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지식이나 정보도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다. 이직한 인력 13명 중 6명이 기술유출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경쟁업체로 이직을 금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주도적 위치의 전략 필요 특허청이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인용한 2000년 World Bank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TRIPS 협약 내용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경우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TRIPS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으로, 특허권·의장권·상표권·저작권 등 지적 재산권에 대한 최초의 다자간 규범이다. 특허청은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글로벌 경쟁에서 손실보다는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주도적 위치에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재권 선진국의 경우 지식재산정책 총괄기구의 신설 및 운영을 통해 지재권 정책을 총괄하며 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지식재산권법 집행조정위원회’를 2000년 1월 설치했으며, 일본은 ‘지적재산전략본부’를 2003년 3월에 설치했다. 그리고 중국은 ‘국가지식재산권전략제정위원회’를 2005년 1월에 설치했다. 지재권 보호 강화 노력이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 대응방안을 살펴보면, 첫째, 해외협력강화 방안이 눈에 띈다. 따라서 특허청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처의 업무조정, 민간기관과의 연계 강화, 특허 풀의 형성 지원 등 지재권 통상정책 조정기능과 국제 공동연구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WIPO(세계지적소유권기구)의 특허법 통일화 준비, WIPO 최빈국 IP 각료회의와 지재권전문가회의 적극 참여, WIPO Korea Trust Fund 확충 등을 통한 선진국과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마찰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 둘째, 해외 지재권 침해 대응방안이다. 정부의 대응방향으로 해외지재권보호센터 기능의 강화, 특허권 침해 물품의 국경조치 강화, 국제특허분쟁연구회 활동 강화, 국제특허분쟁 전문가 양성, 특허소송 관할법원의 집중과 심판제도의 마련 등을 수행해야 한다. ■기술보호주의 시대에 맞는 대응책 마련 시급 전 세계가 무역보호주의에서 기술보호주의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에 걸맞은 대응책이 필요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술보호주의의 부상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선진제품 수입을 통제하는 무역보호주의에서 자국의 선진기술 유출을 통제하는 기술보호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불법적인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법규 정비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인수·합병 등 외국 직접투자에 대한 심사 ▲보호대상 확대나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보호 관련 법규 강화 ▲핵심부품의 모듈화를 통한 분해와 조립의 원천 봉쇄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반도체·휴대폰 등 세계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우리 제품이 늘면서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노리는 산업 스파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시도가 적발된 적이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등 개도국뿐 아니라 미국·일본 같은 선진기업조차 우리 기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법 같은 법을 만들어 자국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처벌 규정도 강화해 피해기업의 신고 없이도 조사 및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민사상은 물론이고 형사상 처벌까지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수합병(M&A)을 까다롭게 하는 것도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무역보호에서 기술보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핵심 기술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의 기술유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중 기밀유출 방지 전담 조직이나 전문인력을 두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는 첨단기술 유무가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유출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의 공조 강화가 필요하며,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이 시스템 구축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내 보안체계 구축과 상시점검 체제 마련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술보호와 기술쇄국은 다르다. 각국의 기술보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세계의 기술교역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합법적인 기술은 철저히 보호하되 국제적 기술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은 강화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또 이와 관련해 무역보호주의에서 기술보호주의로의 전환과 불법적인 기술유출 방지의 강화 그리고 합법적인 기술 협력활동의 확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술유출은 기업 전체와 국가 전체의 총체적 문제로서, 보호해야 할 핵심기술을 파악하고 보안의식 강화와 관리능력 제고를 통해 보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의 제도적 전략과 개별기업의 노력에 더하여, 사회적으로 만연한 개개인의 기술보안 불감증을 해소할 때 산업기술 유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중기청, 중소기업 핵심기술 유출방지 지원 중소기업청은 ‘2008년도 중소기업 기술유출방지 사업’ 지원계획을 확정하고 사업 참여를 원하는 중소기업을 모집한다. 이번 사업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산업기술과 연구개발 결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기술 개발, 보안 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올해 산업보안 지원사업의 특징으로는 중소기업의 산업보안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영업비밀 관리 등 현장 위주의 보안교육을 강화하고, 교육을 이수한 업체가 국가 R&D 사업에 참여할 경우 우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베트남 등 해외진출 중소기업에 대한 보안수준 조사와 교육을 병행 실시한다. 중기청은 최근 기술유출 적발이 증가함에 따라 실태조사를 연 2회로 확대하고 대상 기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보안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기업을 선별해 기업의 핵심시설 출입관리 시스템 구축비용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보안장비 솔루션을 개발·보급해 핵심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유출 방지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기술 유출방지에 민간기관들 나서 최근 기업체의 정보보호를 위해 민간 기관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으로는 산업기술보호 관련 연구와 개발을 하는 한국산업보안포럼 출범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도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산업보안포럼은 50여 명의 발기인을 모집했으며, 공성진 의원(한나라당)을 초대 명예회장으로 추대, 4월 중순경 포럼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포럼은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상호 교류와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산업기술 보호에 관한 법·제도 연구 ▲국가 산업기술보호 시스템 및 정책 개발 ▲산업보안기술 개발 및 관련 연구 ▲산업기술 보호 전문가 양성 등의 사업을 할 예정이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10월 설립된 민간기구인 KAITS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올해 두 차례 설명회를 진행했고,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KAITS는 상반기에 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주요 광역시별로 순회 설명회를 하고, 하반기에는 경기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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