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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최대 격전지‘정치 1번가’ 종로를 가다

민주당 손학규 vs 한나라당 박진 수도권 승부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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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박성훈⁄ 2008.03.31 17:18:17

18대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선거전이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불이 붙었다. 전통적으로 선거 때마다 여야가 상징성 있는 인물을 내세워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정치 흐름에 민감한 종로구는 ‘정치 1번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역대 총선마다 불꽃 튀는 승부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종로구에서 진검승부를 펼쳤다는 점은 그 정치적 의미를 실감케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나 종로 선거구에서는 여야간에 상징적인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 대표 vs 여당 ‘토박이’ 격돌 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종로 토박이’로서 이곳에서만 3선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박진 의원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등록 첫날인 3월 25일, 박진 후보는 “페어플레이, 깨끗한 선거,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경제성장을 위해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정치 1번지에 출마하는 후보로서 선봉장이 되어 총선압승의 태풍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손학규 대표는 후보등록을 마치고 나서 “지난 대선은 대한민국을 이끌 인물을 뽑는 선거였으나, 이번 총선은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 진정한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무소불위하게 일방통행하고 있다. 민생제일주의를 지향하는 통합민주당이 잘못된 길을 바로 잡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박진 후보와 손학규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대조적이었다. 여론조사에서부터 먼저 승리를 점치고 있는 박진 후보의 사무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손 대표의 사무소는 유명세 탓인지 많은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지지자들로 붐볐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손 대표가 손쉬운 상대를 선택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단도 있지만, 현재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는 딴판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현재까지는 박진 의원이 45.2%, 손학규 대표가 29.7%로 박진 의원이 훨씬 우세한 듯 보인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선두와 차등 후보가 0.7%라는 근소한 득표 차를 보일 만큼 많은 변수를 보인 격전지여서 누구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또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 지역 유권자들은 저마다 다른 견해와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어, 결과가 역동적인 종로 선거구의 특징이 18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선후배 간 ‘네거티브’ 작전도 볼거리 손 대표는 “이제 정치 1번지 종로가 정치 때문에 몸살만 앓는 종로가 되어선 안 된다. 종로가 정치적으로 영광을 받듯,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영광을 받는 종로구와 구민이 돼야 한다. 반드시 해내겠다”고 역설했다. 이에 질세라, 박 의원은 지역주민들에게 “종로는 지나치는 정거장이 아니다”라고 ‘종로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종로의 아들로서 우리 지역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손 대표가 아니라 박진”이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경기고부터 서울대, 영국 옥스포드대 박사까지 선후배 사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두 후보는 같은 선거구에 출마가 확정되자 서로 통화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열경쟁에 따른 네거티브 선거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진 후보 측에서는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과 지역연고 부족 등을 제기하고, 손 대표 측은 박진 의원의 지역구 활동 실적 부진과 한나라당 특유의 특권층 이미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종로에서 당선된 적이 있는 자유선진당의 정인봉 후보도 이 지역에서만 네 번째 출마라 인지도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자라는 점에서 삼파전 양상도 점쳐지고 있다.

■종로 노인들 ‘孫이 낫다’vs‘朴이 낫다’ 서울의 중심인 종로. 그 종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종묘공원에는 하루에도 4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벌써 코앞으로 다가온 4·9 총선 전망을 놓고 저마다 의견들을 늘어놓았다. 연륜만큼이나 선거경험이 많다 보니, 정치 전문가 뺨치는 분석력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전망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의 대표와 여당의 차세대 지도자급 인사 간의 일전은 공원에서 소일하는 노인들에게 매일 되풀이해도 싫지 않은 화제거리였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박진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지역이 갖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만큼이나 박 의원이 지닌 높은 상품성을 인정한 면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진 의원이 손학규 대표를 10% 이상 따돌리고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 파악한 민심 역시 박 의원의 강세적 우세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박진 의원을 지지한다는 이모 씨는 “낙후된 우리 정치를 바꿔 나가기 위해서는 박진 의원같이 참신하고 젊은 사람이 정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손 대표도 훌륭하지만 그 역시 구세대 정치인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의정활동이나 지역활동에도 모두 열심히 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안모 씨도 “손 대표가 어떤 연유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는지 모르겠다”며 탈당 경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살아왔다는 그는 “이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을 지지할 것”이라며 박진 의원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여당의 ‘실정’에 맞서기 위해서는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어 남은 기간의 선거활동에 따라 손 대표의 역전극도 가능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사에 박식해 보이는 백모씨는 “20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민주주의에 비해 한국은 광복 이후 군사정권 시대를 지나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민주주의가 그리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견제할 야당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주변의 청중들에게 정부·여당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던 한 모씨는 “손 대표가 지금 이런식으로 승부하면 조직력에서 힘들다. 손 대표는 당 대표로서 야당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과 상대해야지 일개 개인과 맞설 때가 아니다”라며 선거전략까지 주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드러내 지역 내 총선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네마다 지지후보 ‘제각각’ 17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간에 차이가 가장 컸던 평창동, 창신 2동 유권자들을 만나봤다. 양당의 득표 차가 작아 중립지대로 분류되는 종로 5, 6가동과 충신동, 사간동의 유권자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정치 1번지답게 대부분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박 의원과 손 대표의 출마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유선진당 정인봉 후보의 출마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창신 2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박 의원이 지역을 위해 별로 한 게 없다”며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불법을 해도 돈만 벌면 되는 세상이 됐다”고 여권 전체를 비판했다. 반면, 평창동에 거주하는 70대 주부는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이고, 한나라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여당을 두둔했다. 중립지대인 사간동의 30대 시민운동가는 자신이 진보 성향임을 내비치면서도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유는 “여러 세력을 원칙 없이 규합한 민주당이 견제세력으로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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