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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가격담합 ‘기획처’인가

주유소협회, 제분ㆍ제당업계 담합행위 잇따라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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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성승제⁄ 2008.03.31 17:15:57

전 세계적으로 식품ㆍ원자재난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담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컨대, 독과점 구조인 정유업계의 담합은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 식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설탕ㆍ밀가루 등 식품 제조업체의 담합 전력도 화려하다.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유류ㆍ식품 산업. 미국의 경제 불황과 중국ㆍ인도의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연일 급등하는 와중에 소비자 이익은 무시한 협회들의 문제점과 또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대책안을 짚어봤다. 지난달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앞서 주유소들이 미리 가격을 올려놓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 주유소협회가 가격담합을 주도한 사실이 당국에 적발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지역 주유소들이 판매가를 휘발유는 리터당 1399원, 경유는 1158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회원사의 86% 이상에 달하는 주유소들은 종전에 리터당 1315원~1369원 하던 휘발유를 똑같이 1399원으로 올려 받아 리터당 30원~84원의 폭리를 취했다. 경유도 주유소마다 1023~1085원에 판매되던 것이 하루아침에 1159원으로 통일돼 74원~136원의 추가 이득이 발생했다. 공정위는 “광주·전남지회 직원들이 전남 지역의 주요노선인 국도 1호선(나주-목포)과 국도 17호선(순천 톨게이트-여수 석창 사거리) 구간을 따라 주유소별로 직접 방문해가며 가격 담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남뿐 아니라 전북 지역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협회 전북지회는 지난해 3월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가격인상활동 등을 벌일 것을 결의한 뒤 공공연히 담합을 주도했다. 전북지회는 지역 내 저가 판매 주유소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정품이 아닌 불법유류품을 취급한다고 집중 추궁하는가 하면, 인근 주유소의 판매가격에 맞추도록 지시했다. 특히 전주-임실 노선의 주유소 대표들은 지난달 초 친목모임을 갖고 같은 달 12일부터 휘발유는 업체별로 83~115원 인상한 1375원, 경유는 56~135원 인상한 1135원을 받기로 담합했다. 정유업계 뿐 아니라 일선 주유소와 프로판, LPG 판매업자들까지 가격을 담합했다가 공정위에 들통이 난 적도 있다.

국민 식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설탕, 밀가루 등 식품 제조업체도 담합 전력이 화려하다. 공정위는 2006년 3월 밀가루 공급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8개 제분업체에 대해 과징금 434억1700만 원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와 5개 업체 대표를 고발했다. 또 작년 7월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업체가 1991년부터 15년간 출고물량과 가격을 담합해 1조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은 업종을 중심으로 담합이 만연함에 따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수입사들이 진출해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거의 전멸한 탓에 독과점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며 “고유가 시대에 정유사간 담합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합 근절, 근본 대안 없나 이에 따라, 왜곡된 유통구조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위험 품목은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마당에 가격인상을 노린 매점매석 행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의 가격담합 조사가 일반화돼 있는 업종에서도 자진신고 등의 방식으로 검찰 고발을 피해갈 수 있어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유업계의 담합을 깨기 위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주유소 가격 실시간 공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에 업체간 경쟁구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재룡 박사는 “담합과 사재기는 시장가격을 왜곡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는 만큼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ㆍ유통 구조를 경쟁 체제로 바꿔 원자재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MB 정부가 강조한 ‘서민생활 안정이 최우선’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담합ㆍ사재기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지난달 서민생활 안정 대책으로 공공요금 동결, 할당관세 조기 인하, 원자재 가격 부당 인상담합 방지 등 50여 가지 품목에 대해 특별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만 증폭시킬 뿐 실현 가능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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