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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후폭풍 한국 車산업 ‘흔들’

국내외 경제위기 발목 잡혀…한국 자동차산업 딜레마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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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2호 김대희⁄ 2008.04.08 09:30:34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 물결은 그 동안 정체되었던 자동차산업 구조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자동차 업체 간의 인수 및 합병이 활발해지고, 전략적 제휴 또한 급속히 늘어났다. 그리고 IT 기술을 자동차산업에 접목시켜 생산의 효율성 증대를 꾀하고 있으며, 이질적인 산업과 자동차산업 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환경적 변화 속에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끓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선진 업체들은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면서도 자시만의 핵심역량을 기르는데 보다 많은 힘을 쏟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發) 세계 경제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작된 미국 경제 침체가 세계 자동차 업계에 불황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면서 한국 자동차산업도 자칫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 자동차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움직임, 신흥시장의 경쟁 심화 등 대외적 불안요소에다 내수시장 정체, 노사불안 등 내부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이제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해 온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 전략을 다시 한 번 강구할 때이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 급감 미국의 2월 자동차 판매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과 소비심리 악화, 고유가 등으로 전년 동월대비 6.3% 급감한 117만 대에 그쳤다. 업체별로는 혼다와 닛산을 제외한 대다수 업체들의 판매가 줄었으며, 특히 미국 ‘빅3’의 부진이 심화됐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적어도 상반기에는 판매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경제 침체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700만 대에 육박했던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1,61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에도 큰 폭의 둔화가 예상된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는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을 1,570만 대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GM은 지난 2005년 적자 전환 이후 모두 3만4,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북미지역 12개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지난해에도 387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포드는 오는 2010년까지 10개의 북미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4만6,000여 명의 인력을 줄였다. 포드도 올해 플릿 판매를 전년 대비 30% 감축한다는 당초 목표에서 최근 10% 추가해 총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BMW는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을 SUV 생산체제로 재편할 계획이다. 최근 스파튼버그 공장 확대 계획을 발표하여, 올해 SUV X6를, 2010년경에 소형 SUV X3를 추가 생산하고, Z4 생산은 독일로 이전할 예정이다. SUV 전문 생산기지로 재편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환율 헷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며 미국 시장 변화에 좀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등극이 확실시되는 도요타도 판매가 부진한 대형 픽업 트럭 및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미국 현지 생산을 감축하고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넛크래커’ 현상 맞은 한국 자동차산업 지난 10년 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자동차산업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진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넛크래커’(Nut Cracker·호두까기 속의 호두를 일컫는 말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류기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흐름인 생산적·협력적 노사관계로의 대전환이 필수요소”라며 “생산적·협력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약화는 물론 벼랑 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시장 규모가 150만 대 미만인 국내 시장을 더욱 키우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및 수소 자동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2조7,000억 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일본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저공해차 기술개발에 오는 2012년까지 8,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4~2007년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 지원 총액은 931억 원에 불과했고, 오는 2010년까지 환경친화 자동차 기술개발 사업에 1,40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어서,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문 부회장은 “자동차산업은 10%만 성장해도 약 2만5,00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출이 50억 달러 이상 늘어나는 등 그야말로 국민경제를 선도하는 최고의 산업”이라며 “정부가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해 고부가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차값 인상 딜레마 “원자재값 올랐는데…” “철강·타이어 등 원자재값이 떨어질 줄 모른다. 더 이상 감내할 수준을 벗어났다. 차값 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인상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해도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 더 이상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해서 뭐하나?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인데….” 그 동안 원가절감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원자재값 인상 여파를 흡수하겠다고 공언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차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또한, 차체 관련 모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최악으로 치달아 폐업신고를 하는 등 울상이다. 이미 A자동차 회사는 차값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관련 부서에 공문을 보내 차값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한편, 사회적 파장 분석에 들어갔다. A자동차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경영진 회의의 주제는 모두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에 대한 것”이라며 “강판·타이어는 물론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 개 부품가격 인플레로 차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김모 사장은 “물량이 당초의 절반으로 줄었는데 납품가격은 그대로라서 공급하면 할수록 손해가 난다”며 “완성차 업체가 애초에 약속했던 납품물량을 받아 주지 않으면서 납품단가는 오히려 내리려 하고, 원자재값은 계속 올라 견딜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협력업체가 문을 닫게 되면, 완성차 업체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부품이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완성차 공장의 생산이 어려워지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차값 인상을 결정하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B자동차의 관계자는 “주물 원재료비 인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승용차 한 대당 보통 1t의 철강제품이 들어갈 만큼 철강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최근 철강값 급등추세가 원가상승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원가급등 부담에도 차값 인상 시점을 늦추는 역할을 했던 원·달러 환율도 내림세로 돌아서 자동차 업체들이 기댈 언덕도 사라졌다. C자동차의 임원은 “사실 철강업체들이 지난 2월에 20% 가까이 냉연강판 가격을 인상했을 때 중형차 기준으로 20만~30만 원 정도 차값을 올려야 했다”며 “그러나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환차익이 커진 시점이라 차값 인상 얘기를 꺼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030원까지 올라섰던 원·달러 환율이 이제 960~970원대로 떨어진 상태이고,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환차익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회사의 구매부서에서는 포스코가 4월 중에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는 20~30%대의 강판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한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차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원가인상 요인을 묵혀 두다 한꺼번에 왕창 올려 욕을 듣느니, 조금씩이라도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차값을 올리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단가 인상 요구도 들어주기 힘들고, 이 경우 납품거부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무엇보다 완성차와 협력업체 간의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완성차 업체가 내부적인 원가절감 노력에도 소홀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협력업체에만 원가절감을 강요한다면, 국내 부품업계의 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 국내 부품업계가 이익을 못 내 재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끼인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누가 먼저 찻값 올리나…눈치 살피기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원가인상 요인 중 어느 정도를 내부적으로 흡수하고 얼마만큼을 차값에 반영할지, 그리고 누가 차값 인상의 총대를 메느냐이다. A자동차의 임원은 “정부가 물가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자동차값을 앞장서서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누군가가 차값 인상의 총대를 메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철강제품 값이 크게 올라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추가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한 대당 1t가량 들어가는 냉연강판의 경우, 지난해 말 t당 6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84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자동차 내부 부품용으로 사용하는 용융 아연도금 강판도 t당 69만 원에서 4월 1일부터 92만 원에 판매됐다. 타이어 값도 오름세다.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주요 타이어 생산업체들은 올해 들어 이미 평균 5%가량 타이어 값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업체들이 추가 가격 인상을 안 해주면 납품도 중단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차값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자동차 업체들이 실제 차값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한국 자동차산업은 이래저래 심각한 고민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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