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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M&A 바람 거세

금융권, 덩치 키우기에 주력…국내계, 외국계 금융기관 인수 바람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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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호 성승제⁄ 2008.04.14 18:09:31

요즘의 금융권 최대 이슈를 선택하라면 단연 ‘자통법’을 꼽을 수 있다. 자통법이란 자금시장통합법을 줄인 말로,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의 영역을 하나로 묶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본시장 규제를 완화해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대형화·전문화를 촉진한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4월 6일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자통법 시행령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날 정부가 발표한 자통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이며 또 금융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정부가 발표한 주요 뼈대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금융투자업(증권사)에 지급보증과 브릿지론을 허용했다. 이는 IMF 시절 지급보증에 의한 대형 증권사 도산사태 이후 금지됐다가 다시 허용된 것이다. 또, 업종 세분화 규제 완화, 영업활동 규제 완화와 전문 금융투자업자와 대형 IB(투자은행) 등장 지원을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먼저, 특화·전문 금융투자업자 진입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인가등록 업무단위가 현 26개에서 42개로 확대된다. 부동산·증권 등 운용에 특화하는 집합투자업의 인가단위, 금전만을 신탁받는 신탁업의 인가단위 등이 신설됐다. 업무단위 세분화에 따라 적은 자본으로 회사 설립과 허가가 가능해져 특정분야의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 설립이 예상된다. 현행 100억 원인 자산운용사 최저자본 규모는 자통법상 집합투자업으로 변화되며 80억 원으로 낮아진다. 또, 부동산 특화 집합투자업의 경우 20억 원만으로도 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에는 자기자본을 절반 경감해 준다. 투자자문업은 5억 원만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은행권, 지주사 전환 본격화 그렇다면, 이번 자통법 시행이 금융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금융계, 그 중에서 은행권의 가장 큰 변화는 지주사 전환 가속화다. 현재 국내의 금융지주회사는 우리·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의 계열사를 둔 우리금융지주, 신한은행·굿모닝신한증권·신한생명·신한카드 등의 계열사를 둔 신한금융, 그리고 하나은행·하나대투증권·하나IB증권·하나생명 등의 계열사를 둔 하나금융 정도다. 하지만, 국민·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이 내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기업은행과 농협 등도 지주사 설립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이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은행권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은행 중심의 금융기관들이 기존에 보유한 증권·보험·캐피털사를 강화하고, 또 새로 증권사나 보험사를 신설하거나 인수해 금융 그룹화를 이뤄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실 다지기와 덩치 키우기 차원의 인수합병(M&A)도 잇따를 전망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4월 월례조회에서 “강화된 체질과 월등한 자본력을 토대로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키워 나가겠다”며 추가 M&A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 행장은 이미 여러 차례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자체 성장을 위한 역량 강화는 물론 외형 확대를 위해 국내외 M&A 시장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은 매트릭스 조직 개편 과정에서 M&A와 재무·전략 라인에 막강한 새 진용을 구축했다.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역시 기업은행 인수 의사를 밝히고 이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 증권사 인수 활발, 증권ㆍ보험사 무한경쟁 대기업과 보험사들의 변화도 예고된다. 우선, 대기업의 경우 지금까지 금융회사가 각자 고유의 영역을 갖고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회사의 겸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자산운용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증권사 진출·인수 바람이 거세지는 추세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신흥증권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 최근 ‘현대차IB증권’을 출범시켰다. 또,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은 지난 1월 위탁매매 중개사인 BNG증권 중개를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했다. LS그룹도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 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작업을 논의 중에 있다. 아직 구체적인 자금규모나 계획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이트레이드 증권을 인수해 증권업계 진출할 예정이다. 반면, 증권사는 종합금융 투자업 진출에 필요한 자기자본 한도가 업계 전망치인 1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2000억 원으로 결정되면서 회사의 무분별한 난립, 혹은 무한경쟁 시대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자통법이 본격화되는 내년 초부터는 증권사들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도태될 곳은 도태되고 살아남을 곳은 살아 남는 현상이 초래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비(非)은행 금융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를 맞아 자본금을 확충하는 동시에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하나HSBC생명보험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302억 원에서 402억 원으로 늘렸다. 하나HSBC생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증자에 힘입어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34%에서 250%로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나HSBC생보는 이번 증자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대리점과 텔레마케팅 채널 영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보생명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창재 회장은 “그 동안 다져온 내실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성장을 이야기할 시점”이라며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해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오는 2015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당기순익 1조 원 이상을 달성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퇴직연금 등 신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린화재도 현장밀착형 영업을 강화하고 조직단위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 예고… 위험요소는 높아 이번 자통법 시행의 또 다른 이슈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IB가 탄생하는지 여부다. 또,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가증권 위탁 업무를 하는 ‘미니 금융회사’ 설립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정부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산업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판 골드만삭스 시나리오의 경우를 살펴보자. 금융선진국의 내로라하는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의 대형 IB는 각각의 특색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내 대형사도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들(자기자본 2조 원 이상)은 아직까지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IB의 자본금 규모가 25조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2조 원의 자기자본 규모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에서 증권사가 기업공개(IPO)나 M&A을 추진하는 기업 자금이 부족할 경우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허용하고, 기업이 증권인수와 M&A 진행시 신용공여와 지급보증을 허용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나 대출기관을 끼지 않고도 M&A 대형 딜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이로써 주요 대형사들의 IB·자기자본투자(PI) 업무 확대가 필수적이고 이는 생존을 가름하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우리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 공격적인 인수영업을 전개하고 투자를 수반한 자문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PI를 활용한 인수점유율을 증대하고, M&A 자문시장에서도 대규모 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2020년까지 글로벌 톱 10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리스크 범위 내에서 자기자본을 활용한 자산운용 사업을 확대하고, PI와 사모투자 펀드(PEF) 등 신사업 영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BK), 자산관리(AM), IB 영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해 지난 2006년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M&A 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대규모의 자기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한다. ‘운용업진출추진본부’와 ‘연금신탁본부’를 신설, 자산관리영업과 IB, PI 투자, 퇴직연금 등 핵심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대신증권은 IPO와 인수주선 등 기존 IB 업무 영역을 넘어서 부동산금융, PEF, 장외파생상품, 해외투자 등 중장기적인 투자부문 집중육성에 나선다. 또, 아시아 지역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각 국가의 주식을 갖고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위탁영업을 하는 글로벌 IB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약육강식 강화, 국내시장 외국 금융사에 잠식당할 수도 반면, 자통법의 기본취지가 ‘대형 금융회사 육성’인 만큼 ‘금융산업 내 약육강식’의 법칙이 확실해지고, 많은 순기능의 이면에 문제발생 가능성 역시 숨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은행·보험업법 등과의 중복 규제로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통법 수혜 제외 구역인 은행업과 보험업의 경우, 관련 법규는 획기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자통법 규정에 따라 부분적으로 영업행위 규제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규제준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은행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경우 자통법의 투자자 보호 규제를 받지만, 파생상품 취급은 은행법에 부수 업무로 규정되어 있어 금융 투자회사에 비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는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시스템 불안정’이나 ‘금융 소비자 피해 증대’ 등의 문제점과 함께 국내 금융사들이 경쟁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새롭게 진입한 외국계 금융회사에 국내시장이 크게 잠식당할 가능성 등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또 부족한 인력과 정보기술(IT)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대형화를 추진하더라도 결국은 사람과 시스템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상품을 하나 개발하더라도 아이디어와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법이 요구하는 효율적인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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