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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시식은 대통령부터

닭고기·오리고기 몸소 시식한 MB “쇠고기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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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호 박성훈⁄ 2008.05.19 17:42:11

육류 파동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몸살을 앓는 사람들은 축산업계 종사자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협상 이후 광우병 여파로 수입쇠고기에 대한 불신감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한우 값도 덩달아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산지 농가에 의하면, 최근 한우 가격은 수소(소의 수컷)가 360만 원 안팎으로 지난 3월의 450만 원에 비해 90만 원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더 값을 쳐주는 암소도 460만 원대에서 420만 원대로 40만 원 급락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이 내려진 지난 18일에 비해서도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안 팔리기는 닭고기·오리고기도 마찬가지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지난 3월부터 전북 김제 지역을 거쳐 최근 서울 광진구와 송파구에서도 발견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북 김제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AI가 퍼진 상태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빠지면서 가금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닭고기 값은 AI 발생일인 4월 1일 ㎏당 1,349원에서 4월 21일까지 1,284원으로 5%가량 하락했고, 오리고기 값도 1,933원에서 1,670원으로 14% 떨어졌다. 닭 매출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농협 하나로클럽 4대 매장의 닭고기 매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1,483만 원에서 489만 원으로 67%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닭고기와 오리고기 가격 하락과 함께 조류독감에 감염된 오리의 살처분으로 농가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AI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AI가 발생한 농장은 물론 반경 3㎞ 내에서 사육되는 가금류에 대해서도 동반 살처분하는 등 방역작업을 강화하면서 이날까지 살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모두 695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MB, 닭고기·오리고기 시식해 ‘모범’ 보여 이에 따라, 양계 농가의 고충을 덜고 가금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청와대가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피해농가의 고충을 덜겠다는 차원에서 지난 8일 춘추관 식당의 점심 메뉴로 삼계탕을 내놓았다. 이를 시작으로, 청와대의 구내 식당에서는 닭고기와 관련된 메뉴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해진다. 청와대에서 삼계탕이 점심으로 나온 8일, 이명박 대통령은 춘추관을 ‘깜짝’ 방문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으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파문, 청와대 조직 개편 등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전날에는 전북도청의 업무보고를 마친 뒤 훈제 오리고기로 점심을 해결해 조리된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거’를 몸소 보여 줬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국내 가금류 소비가 40% 정도 줄었다는 말을 듣고 점심에 구내식당을 찾았다. 이날 구내식당에서는 훈제 오리고기가 메뉴로 등장했다. 조류독감으로 가금류 소비가 줄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이 대통령은 오리고기를 식판에 양껏 담았다. “오리고기나 닭고기를 먹으면 좋지”라는 말과 함께. 대통령이 조리된 닭 요리와 오리 음식의 조류독감 안전성을 몸소 증명해 보인 셈이다. 옆에서 함께 식사하던 직원은 “대통령이 오리고기를 드셔서 소비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농림 장관 쇠고기 먹자는 말에 공무원 ‘화들짝’ 그렇다면 이제는 쇠고기이다. 협상에 대한 장관고시가 완료되고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재개방되면, 수입된 쇠고기를 가장 먼저 시식할 사람들은 아마도 정부 청사와 과천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일 듯하다. 5월 8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서슬 퍼런 쇠고기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공무원 구내식당에 1년 내내 미국산 꼬리곰탕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정책 책임자들이 안 먹어 보고 국민더러 먹어 보라고 하는 것이 전국민적 분노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과천 청사나 중앙 청사 구내식당에 예고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이나 내장탕을 공개적으로 올릴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정 장관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응수했다.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는 표시이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일선 공무원들은 화들짝 놀란 분위기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정 장관의 발언 이후 곧바로 성명서를 내 “공무원을 ‘광우병 마루타’로 삼을 작정이냐”고 강력 비난했다. 격노한 공무원 노조는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자기네들이 안전하다고 확언한 미국산 쇠고기를 점심으로 좀 먹자는 것인데, 사퇴까지 하라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국민에게는 먹으라 하고 공무원은 먹지 않겠노라는 어깃장인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는 15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구내식당에서 급식된다면 이를 먹지 않겠다고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공노는 지난 13일부터 과천 정부청사 내 공무원들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음식을 구내식당에서 급식한다면 먹을 것인가’라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4%가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1994명의 전체 응답자 중 1862명이 먹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홍성호 노조 위원장은 “공무원을 압박하는 정부의 태도에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공무원들에게 단체 급식시켜 국민들에게 안전하다고 홍보하려 했다면, 이는 강제퇴출에 이어 공무원을 정치적 희생양, 마루타로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MB “쇠고기 내가 먼저 먹어야 할까봐” 공무원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이렇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8일 삼계탕을 곁들인 점심식사에서 한 ‘배포 큰’ 기자는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쇠고기도 한번 드셔야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를 내가 먼저 먹어야 할까보다”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닭고기의 안전성을 몸소 검증해 보였듯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도 국민들 앞에 입증해 보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 쇠고기를 먼저 먹겠다”면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웃음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해서 나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이후 이 대통령이 먼저 시식을 하는 모습을 보여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켰으면 하는 것이 세인의 바람이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 청원을 감행해 논란을 빚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쇠고기 시식을 위한 청원이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 시식 청원’이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포함한 각 부처 장관의 직계 자손 1인을 동반한 시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청원은 5월 5일 시작돼 15일까지 873명이 서명을 마쳤다.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된 이후에 ‘실천하는 대통령’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시식 약속’이 지켜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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