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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 문제로 시험대 오른 MB 정부 외교력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 교과서에 실릴 예정, 외교전반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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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박성훈⁄ 2008.05.26 14:59:26

‘다케시마(竹島:일본에서 독도를 부르는 이름)는 일본 고유의 영토.’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신학습 지도요령 해설서에 이런 내용을 명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교과서나 해설서에는 독도에 대한 언급을 담지 않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당시인 2005년 3월 참의원 문교과학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처음 담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참의원 문교과학위원회에서 “차기 학습지도요령에서는 반드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일본은 올 2월에 새 해설서 내용을 공개하려 했으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이 대통령이 4월에 방일하면서 시기를 늦췄다. 일본에서는 이 해설서를 기준으로 교과서를 제작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해설서에 따라 2012년부터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전망이다. 일본은 올해 2월 독도는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팸플릿을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이번 정부 들어 독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번에 교과서에까지 이런 억지 주장을 싣기로 하는데까지 이른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도 일본 문부과학성이 침략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인정해 노무현 정부와 극심한 갈등이 일기도 했다. 결국 고이즈미,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보수 우파 총리가 6년여 간 마련한 계획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일 외교 ‘비상등’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일 실용외교’가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서 미래지향을 강조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도 형식적 사과나 반성을 한 것이 사실이나 일본에 사과나 반성을 요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시작으로 3·1절 기념사에서는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일본에 대한 역사적 긴장감을 늦췄고, 4월에 일본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에는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관련 망언에 대해 “수많은 정치인들의 얘기에 다 관심을 갖고 대응하면 어떤 나라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미래를 강조하는 말을 전했다. 외교 무대에서, 언론에서 보인 이 같은 발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실용외교’라는 말로 포장돼 왔다. 그러나 실용을 위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자고 다짐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우리가 먼저 미래지향적 태도를 취하면 일본도 과거사 문제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가 얼마나 순진한 판단이었는지 일본은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 당시 양국 관계가 급냉각된 주요 원인은 일본이 유발한 과거사와 독도 문제에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자고 다짐한 지 한 달도 안 돼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깊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때에 독도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양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입장 급선회한 이명박 정부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를 접한 청와대는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싣는다는 기사에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문제와 관련한 보도가 사실일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바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외교 관행과 절차를 볼 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절차는 몇 단계를 빼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유감표명 내지 성명 등이 생략됐다. 게다가 주한 일본대사를 부른 것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를 일본 고유영토로 교과서에 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날에야 이루어진 대응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밝혀 온 실용외교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이번과 같이 강경대응을 한 배경에 대해, 과거사를 넘어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건설해 가자고 합의한 지 한 달도 채 못 돼 일본 쪽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려는 태도를 보인 만큼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우리 국민과 정부의 엄중한 생각을 고위 레벨에서 전달하는 것이 사전에 소지를 없애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쇠고기 문제로 거센 국민적 저항을 만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일본 교과서’문제까지 ‘파동’으로 발전해 겹겹으로 궁지에 몰릴 가능성을 경계한 의도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주장한 ‘친일본’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문제는 한 번 칼을 빼들면 다시 넣을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정부도 그렇고 어떤 전문가도 일본이 독도 문제에서 우리 쪽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것은 일관된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변함이 없다”며 “이런 기본 방침(독도는 일본 영토)이 있는 가운데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6월 말이나 7월 초에 공표될 예정”이라며 기존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온 일본 시마네현은 문부과학성의 ‘독도는 일본 땅’ 교육강화 방침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들은 2005년부터 일본 정부에 독도문제를 학습지도요령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으며, 중학교 사회교과의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일본 측에 즉각 시정을 요구했는데 일본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지 이후 대응책도 뚜렷하지 않다. 또 다시 시정을 요구할 수도 없고, 이번에는 ‘과거’가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말한 ‘엄중한 대응’으로 인해 자승자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 대북관계 등 외교실책 드러나 이명박 정부의 실용 외교정책이 보인 실책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출범 직후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하는 등 야심찬 외교행보를 보였지만, 국내외적 혼란만 가져왔을 뿐 제대로 이루어진 사안을 찾기 힘들다. 이 같은 상황을 부른 첫 요인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규정하고 지난 정부의 정책과 무조건 반대로 가려는 시도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겉으로는 ‘실용’을 내세웠지만 실상 ‘이념’에 집착한 셈이다. 그 결과는 쇠고기 파동으로 완전히 묻힌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통미봉남정책으로 인해 북미 정황만 살피는 처지로 전락한 남북관계 등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통합민주당 신낙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상회담 때 일본은 이미 이 문제가 고시됐던 것을 슬쩍 빼놨다가 다시 넣었는데 아주 치졸한 속임수”라며 “이 대통령이 과거는 과거대로 맡겨 두고 미래로 나가자고 했는데 돌아온 것은 일본의 치졸한 속임수였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검역주권을 포기하더니,일본과의 정상회담 후에는 영토주권을 유린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관계 전략은 이념적 사고의 대표적 결과이다. 정부는 지난 세월 동안 한·미 관계가 악화된 이유에 대해 좌파정권의 포용적 대북정책이 미국과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손상된 한·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는 전략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이 지난 1년 간 얼마나 전향적으로 변했는지를 간과했다. 미국의 현재 대북정책은 과거 한국의 햇볕정책을 뛰어넘는 수준의 적극적 포용으로 변해 있다. 이런 판단 착오는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정부는 혼선을 보였다. 유 외교부 장관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보편적인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 올 경우 이를 검토해서 직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하면 식량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지원 요청 선결이란 기존 태도는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식량 상황 악화에 대해선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수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원칙을 고수하다 식량난을 외면한다는 비난에 직면해서야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화합을 강조해 왔지만,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 많은 국민이 또 다시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후쿠다 총리는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중 외교가 관건 일본이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는 독도뿐만이 아니다. 중국과는 중국해 가스전 문제로,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북방 열도) 문제로 다투고 있다.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지지 기반이 약해진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들이 독도 문제를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도 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데 있다. 한국 정부의 기본 방침은 독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억지 주장에 휘말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과서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한국 정부가 냉정하되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미국, 일본과의 외교가 친미·친일 논쟁을 일으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된데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중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일본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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