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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油價시대… 효자 펀드와 죽 쑤는 펀드

중동 펀드 ‘몰빵’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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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호 성승제⁄ 2008.06.16 16:18:47

국제 유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급등하고 있다. 6월 첫째 주 들어 이틀 동안 급등하며 배럴당 140달러에 바짝 다가섰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 인도분은 지난주 들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가 폭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유가와 연계된 산업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결국 휘발유·석유·경유 등을 사용하는 국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유가 관련 투자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오르고 자금이 몰리면 그만큼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있기 마련. 국제 유가 투자자들 역시 고유가를 계기로 쏠쏠한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떨까? 국제 시장에 밀접한 관련이 없는 상황이라면 유가 관련 펀드를 알아보자. 소액일지라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펀드가 이익률이 좋은 건 아니다. 고유가 추세와는 반대로 오히려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못한 펀드도 많기 때문이다. 효자 펀드와 죽 쑤는 펀드, 그 내용을 살펴봤다. 유가가 급등하면 산유국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다. 그렇다면 중동 관련 펀드는 어떨까? 애석하게도 이들 국가에서 버는 만큼은 아닌 듯하다.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유가 급등에 중동 국가가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돈을 너무 많이 벌다 보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펀드 수익률에는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 ■ 고유가로 중동 펀드 무조건 좋다는 ‘편견’ 버려라 최근 펀드 평가사 제로인이 집계한 중동·아프리카 지역 펀드의 6월 9일까지의 수익률(순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면, 연초 이후 수익률은 최고 7%에서 최저 2.4%, 최근 3개월은 최고 16.08%에서 5.94%, 최근 1개월은 최고 2.48%에서 -5.24% 범위에 분포해 있다. 이는 신흥국가 주식형 펀드나 기타 이머징 펀드 평균보다는 대체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연초 이후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가격이 이달 6일까지 44.31%나 오른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한 달을 보면, 국제유가가 무려 13.7%나 올랐음에도 중동·아프리카 펀드 수익률은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따로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무디스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중동 국가가 엄청난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고정환율제를 택하는 탓에 적절한 긴축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을수록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게 무디스의 일반적인 견해.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부는 근로자의 임금상승 요구와 복지관련 재정지출 부담을 갖게 되는데,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사회적·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요인으로 무디스는 이집트·요르단·레바논·모로코·튀니지 그리고 아랍 최대 경제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 등도 역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 중동 펀드, 꼼꼼한 현황 파악 ‘필수’ 그렇다고 중동 펀드가 전혀 메리트가 없는 게 아니다. 유가 상승의 수혜를 맛보기 위한 외국(600억달러)과 국내(7500억원)의 간접투자(중동 관련 펀드) 규모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 없이 ‘묻지마 펀드’를 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로 속만 태울 수 있다. 투자에 앞서 치밀하고 꼼꼼한 현황 파악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그렇다면 우선 중동 펀드의 실체부터 살펴보자. 중동 국가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일단 많지 않다. 중동 관련 펀드는 투자 지역 및 비중에 따라 3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펀드마다 특색 있는 구성전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투자성향과 현재 투자하고 있는 다른 지역 펀드의 내용을 고려해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설명서나 운용보고서를 참고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메나’라고 부르는 MENA펀드는 중동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80% 내외)이 가장 높다. 아랍문화권으로 묶여 있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에 투자한다. 대부분의 MENA펀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집트에 대한 투자가 많은 편이다. 중동 증시의 특성상 금융 섹터(부동산 포함) 비중이 매우 높다. 현재 중동 지역 투자 효과를 가장 많이 노려볼 수 있는 펀드라 할 수 있다. ‘이미아’ 또는 ‘이엠이에이’로 불리는 EMEA펀드는 펀드 이름에 ‘EMEA’나 ‘중동&아프리카’ ‘동유럽·중동·아프리카’가 포함된다. 동유럽·중동·아프리카 주요 국가에 골고루 투자하기 때문에 중동 국가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운용회사에 따라 남아프리카(JP모건, 피델리티)나 러시아(미래에셋, NH-CA)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중동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자원부국에 동시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 일부 EMEA펀드는 중동 투자 비중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프런티어 마켓 펀드 역시 중동펀드에 속한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에도 분산 투자하고 있지만 중동 비중도 높다. 이제 막 성장단계에 있는 나라들이라 위험요인이 많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 동유럽 ‘브릭스 펀드’중동은 메나 펀드가 대세 그렇다면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까? 해외 펀드 운용 담당자 대부분은 향후 수년 간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갈 나라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으로 대표되는 ‘브릭스’ 4개국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 상대적으로 중동에 전념하는 메나(MENA)펀드도 대세다. 이 밖에 이머징 마켓 중에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홍콩, 독일·폴란드·체코 등 동유럽 등도 비교적 좋은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나라별로 상승·하락 시기는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중 브릭스 4개국 가운데는 브라질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지금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유가와 환율을 고려할 때 브라질이 이들 나라 중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주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 관련 주식형 펀드(브라질·러시아·중동·아프리카 포함) 수탁액이 연초 이후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말 8351억원에 불과하던 수탁액은 2008년 5월 30일 기준으로 1조8592억원으로 증가했다. 5개월 동안 1조원이 불어났다. 이 같은 원자재 관련 펀드의 수탁액 증가율은 2008년 들어 브릭스 펀드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인기를 독차지하던 이머징 마켓 펀드는 차별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고, 성장성을 바탕으로 높은 PER(주가순이익비율)를 인정받았던 이머징 지역 투자매력도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은 매력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브라질·러시아 등 자원부국 펀드가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자원부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은 투자자라면 이 분야를 확대하고, 러시아나 브라질 펀드를 이미 보유한 투자자는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나 MENA 펀드를 선택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도 이 펀드들이 부침 없이 상승을 계속한다는데 모두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물가 인상으로 경제 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고, 이는 경기 둔화로 이어져 많이 오른 섹터는 덜 오르고 덜 오른 섹터는 제 가치를 찾아가는 ‘수익률 평균 회귀(Mean Reversion)’가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러시아나 브라질이 모두 더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는 하반기는 그 동안 거둔 수익을 관리하는 시기이지 새롭게 들어가서 수익을 올리는 시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연구원은 “소비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때는, 투자에서도 기대수익률을 그만큼 낮춰야 한다는 뜻”이라며 “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확정금리부 상품인 채권이나 정기예금 등에도 관심을 둘 시기”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연구원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는 지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할 필요가 있다”며 “동유럽과 중남미 지역, 그리고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지역들이 하반기에도 좋은 성과를 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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