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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인재를 죽인다

인재 살리는 기업문화, 인재 죽이는 기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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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호 김대희⁄ 2008.06.16 16:20:15

말 한마디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말 한마디에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말 한마디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기도 하고, 오랜 고민 끝에 던진 한마디가 불행을 주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말 한마디가 천 냥이라는 엄청난 빚도 탕감해 줄 만큼 대단한 힘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처칠이 영국의 수상이 되어 국가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예고 없이 처칠의 숙소를 방문했다. 때마침 처칠 수상은 목욕을 하던 중이었고, 무안해진 루즈벨트가 방문을 닫으려 하자 처칠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영국의 수상은 미국 대통령에게 아무 것도 감출 게 없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루즈벨트는 처칠을 친구 이상으로 신뢰하게 되었고, 처칠 수상은 기대 이상의 방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인재전쟁(Talent War)’ 시대에 외부 인재의 유치 못지 않게 내부 인재의 활용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성공하는 기업이 되려면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뛰어난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장 걱정하는 경쟁사가 어디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라고 대답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을 데려오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골드만삭스에게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역시 인재 확보를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인재들을 확보해 이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일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로 인재가 기업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인재를 끌어 모으는 데 아낌없이 돈도 쓰고, CEO까지 발로 뛴다. 가히 인재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장난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이것밖에 안되냐”, “○○에게 맡길 걸 그랬군…”,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등등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말들이다. 흔한 표현들이지만, 이런 말 한마디가 인재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인재를 죽이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라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LG경제연구원은 ‘인재를 죽이는 말 한마디’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언담(言談)을 기업 내에서 인재를 죽이는 대표적인 말로 꼽았다. 연구원은 애써 뽑은 신입사원, 비싸게 주고 영입한 인재가 정작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뽑을 때는 뛰어났던 사람이 그저 그런 범재로 바뀌어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떠나는 이유로, 인재를 제대로 키워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는 기업환경 문제를 꼽았다. 대개의 우리 기업문화는 비판에는 후하고 칭찬에는 인색한데, 이럴 경우 ‘열심히 해봐야 무엇 하나’ 하는 식의 생각을 갖게 만들고 인재들의 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인재를 죽이는 환경의 대표적인 요인은 ‘사람의 기를 죽이는 다른 사람들, 특히 리더의 말 한마디’라고 연구원은 설명한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열심히 일하는 인재를 죽일 수 있는, 그래서 직장 상사로서 삼가야 하는 표현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일을 열심히 해온 사람에게 “이것밖에 안되느냐”는 질책이 반복될 경우, 기운이 빠지고 열심히 해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잘해야 본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점차 일을 덜 열심히 하게 된다면 아무리 인재가 모인 조직이라도 성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할인점 체인인 월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은 “가장 좋은 동기부여의 방법은 직원들이 잘한 일을 리더가 충분히 잘했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LG경제연구원은, 피드백을 시작할 때 “애썼어. 이건 잘했군”이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먼저 한마디 말해주고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인재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동기부여의 방법은 샘 월튼의 말처럼 직원들이 잘한 일을 리더가 충분히 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연구원은 인재라 하더라도 저마다 뛰어난 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리더가 강점이 아닌 단점에 주목한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을 쓸 기회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상사에게 “왜 ○○씨같이 못하나, ○○씨에게 맡길 걸 그랬군”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보다는 “당신은 논리력이 좋고, ○○씨는 정보력이 뛰어나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능력발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잭 웰치는 GE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자기 시간의 75%를 인재를 배치하고 보상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미 뽑아놓은 사람들을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고, 그들이 낸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보상하는 일에 가장 많은 노력을 집중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기업들에서도 권한 위임과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소비재 제조업체인 A사의 경우 생산 라인을 개혁해 종업원 각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작업을 맡겨, 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업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직원들은 새로운 일을 배우는 보람과 재미를 느꼈고, 전반적인 생산성도 월등히 높아졌다고 한다. 끝으로, 연구원은 “당신은 그래서 안 돼”라는 말은 그 사람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말이기 때문에 인재를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당시를 회상하며 그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 리더의 한마디가 성공의 계기라고 이야기했다. 부상으로 낙심해 있는 그에게 히딩크 감독이 건넸던 “당신은 정신력이 훌륭하니 반드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를 악물고 뛰어 그 당시 그림 같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은연 연구위원은 “기업 사회에서 인재의 기를 살려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재를 죽이는 일”이라며 “그래봤자 말 한마디라고 가벼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근본적인 경영사상을 이루고 반영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뛰어난 사람이 낸 성과를 제대로 보상하고 그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해 장기적으로 기업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 이런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리더의 한마디가 직원에겐 천국과 지옥 士爲知己者用(사위지기자용·사마천의 ‘사기’ 中)이란 옛말이 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인데, 이 같은 고어가 오늘날 직장인의 리더십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직장인 1,121명을 대상으로 충성을 이끌어내는 말, 마음을 떠나게 하는 대화의 유형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하직원을 알아주는 리더의 말 한마디가 충성을 다하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이 꼽힌 말은 ‘고생한다는(또는 ‘잘 하고 있다는’) 거 내가 다 알고 있어’(13.1%)란 말로, 평소 내색은 잘 안 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말이다. 다음으로, 일상적인 ‘수고 많았어, 계속 애써 줘’(11.4%)란 말도 많이 꼽혔다. 기본적인 격려의 한마디도 부하직원에게는 큰 힘이 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보면 이런 보편적인 말 한마디도 실제로는 잘하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된다. 다음으로, ‘자네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또는 ‘자네밖에 없네’)(9.5%)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 주는 말, ‘너를 믿는다, 알아서 해’(8.9%)라며 무한 신뢰를 보이는 말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어 ‘네가 최고야,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야’(6.3%) ‘우리 함께 끝까지 가자’(6.0%) ‘역시 능력 있고 일 처리가 깔끔하군’(5.1%) ‘고맙네, 다 자네 덕분이야’(2.6%) ‘파이팅하자!’(1.0%) 등이 충성심을 드높이는 말로 조사됐다.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백 마디 미사여구보다 부하직원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말 한마디가 마음으로부터 감동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뿌리”라며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달해도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리더십의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상사에게서, 또 회사에서 마음을 떠나게 하는 말도 있다. 제일 많이 나온 응답은 ‘겨우 이 정도밖에 안돼?’(16.0%)란 얘기로 능력을 한정 지어 버리면서 실망감을 노출하는 경우다. 충성하게 하는 말과 반대로, 직장인들에게 이런 얘기는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을 것이다. ‘제대로 하는 일이 뭐가 있나?’(10.7%)란 응답도 많았다. 무능함을 기정사실로 확정해버리는 경우다. 지금까지 애써 왔던 일들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말로 느껴 결국 마음까지 떠나게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다짜고짜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나?’(8.7%)라는 질책성 응답은 세 번째로 꼽혔다. 대놓고 사표 내기를 종용하는 ‘그렇게 할 거면 그만두게’(4.8%), 아예 관심 자체를 안 보이는 ‘무시, 무관심, 무반응’(4.5%)형, 포기한 듯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4.5%)라는 말들도 상사나 회사에서 마음을 떠나게 하는 말들이었다. 그 밖에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3.8%) ‘생각 좀 하고 살아라’(2.8%) ‘너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가’(2.6%) ‘OO씨는 잘 하던데 그 친구처럼 못 해?’(2.5%)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우리는 모두 리더다 역사적으로 보면, 리더나 주변 사람들이 죽이려 들어 인재들이 그대로 죽음을 당한 경우도 많다. 이순신 장군, 남이 장군, 계륵의 고사로 유명한 조조의 모사 양수는 같은 편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오늘날 기업 사회에서 인재의 기를 살려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재를 죽이는 일이다. ‘그래 봤자 말 한마디’라고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근본적인 경영사상을 이루고 반영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뛰어난 사람이 낸 성과를 제대로 보상하고, 그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해 장기적으로 기업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지름길이다. 떠나간 인재를 대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의 연봉의 1.5배나 된다고 한다. 인재를 죽이는 문화를 가진 기업에는 절대로 인재들이 모이지 않으며, 그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인재를 죽이고 살리는 말들은 우리 입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런 뜻에서 우리는 모두 리더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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