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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고개숙인 MB, 성난 민심은?

정치권, 청와대 인사개편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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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호 심원섭⁄ 2008.06.23 17:32:32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야기된 국정 혼란을 초래한데 대해 “제 자신을 자책했다”며 또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28일만인 이날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이날 오후 2시 정각 춘추관에 입장해 단상에 선 뒤 고개를 숙였고, 회견문 낭독과 전체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머리를 깊이 숙이는 등 국민 앞에 세 번씩이나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은 취임 116일만이며,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공식적으로 대면한 것은 지난 4월 21일 미국, 일본 순방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59일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별기자회견에서 15분 가량 200자 원고지 32매 분량의 특별회견문을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차분한 어조로 읽어 내려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견문 초반에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청와대 뒷산에서 지켜봤다며 “시위대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말할 때에는 더욱 어두운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초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처음 원고에 “설명 드리고 또 사과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직접 추가하는 등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의 자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강조해 강도 높은 수위의 고심과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 한달 전 담화 때와 달라진 상황인식 보여 또한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며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 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하면서 과오가 있었음을 솔직히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미국과의 추가협상에 대한 의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다”며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분명히 밝혔다”고 소개한 뒤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출 보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고시도 못 하고 수입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절대로 한국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할 테니 국민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며 강한 어투로 목소리를 높여서 거듭 약속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회견장 우측에는 류우익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해 회견 내내 입술을 꾹 다문채 굳은 표정이었으며, 특히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개편의지를 언급할 때에는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회견문은 김두우 정무2비서관이 초고를 작성하고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가다듬고 이 대통령이 직접 최종 원고를 가감하면서, 특히 ‘아침이슬’ 부분은 이 대통령이 직접 서술해서 추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성난 민심’을 겪으며 오랜 고심과 긴장을 털어낸 듯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악수를 나눌 때는 입가에 미소를 띠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은 과연 돌아올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도 미지수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 여권 “매우 긍정적”, 야권 “굉장히 유감” 이 대통령으로서는 특별기자회견 당시 미국에서 추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20일 경 추가협상 결과가 마무리돼 ‘재협상에 준하는 실질적 성과’를 낼 경우 쇠고기 정국이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정치적 변질 논란 등으로 촛불 시위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 쇠고기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협상 내용이 국민들 요구에 미흡한 결론이거나 아예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지난달 22일 대국민 담화 이후 ‘장관 고시 강행’으로 쇠고기 정국을 정면 돌파하려다가 촛불시위의 거센 벽에 부딪힌 만큼, 이번에도 그와 같은 되돌이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 “광우병 위험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면 재협상을 또 다시 거부했다”며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하며, 끝내 국민을 버린 정부에 대한 저항과 심판의 촛불을 내릴 수 없다”고 혹평한 데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익히 알 수 있다. 또한 여권은 “매우 긍정적 메시지”라고 평가한 반면, 야권은 이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방침을 거듭 밝힌데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낸데서도 이러한 우려를 낳게 했다. 한나라당은 “집권 초기 실정을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는 회견이었다”며 “앞으로 쇠고기 후속 대책과 청와대 및 내각 인선을 현명하게 시행해 민심이 수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 야3당은 일제히 ‘본질을 놓친 담화’ ‘실망스러운 내용’ ‘대국민 항쟁선언’이라고 규정하고 보다 강도 높은 쇄신책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대목인 ‘뼈저린 반성’과 ‘자책’이라는 감성 코드의 진정성과 쇠고기 재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회견 내용의 실망감 가운데 어느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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