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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 실업자’…졸업하기가 겁난다

갈수록 심각한 인력난, 특단의 조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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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박성훈⁄ 2008.06.30 14:38:25

#1. S대학교 중어중문과 졸업생 K모 씨(27세, 남).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 과내 중상위권의 성적과 넓은 인간관계로 주변 학생 및 교수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평소부터 취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3학년 중반부터 토익 시험 등 영어실력 쌓기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취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학기간이 길수록 취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휴학 한 번 거치지 않고 졸업에 이른 그는, 실무면접에서 실수를 하거나 최종면접에서 아깝게 떨어지는 등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가 졸업한 이후 기업에 보낸 이력서만 80통. 지원한 기업도 삼성·엘지·대한항공 등 유수 대기업에서부터 신한증권·한국시티은행 등 금융권까지 다양하다. 졸업 후 1년 가량을 입사 지원하는 데 보낸 그는 매일 아침 학원에 다니면서 실무영어 준비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취업 스터디를 하는 등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2. K대학교 국어국문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P모 씨(32세. 남). 학부 시절부터 박사학위를 딸 때까지 공부해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대학원 시절 막바지에 돌연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공기업에 취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석사학위자에 대한 기피현상이 있는 것과 달리, 공기업에서는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다. 대학원 시절 학부 조교로 근무하면서 담당 교수들과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학계에 대한 염증이 생긴 것도 이 같은 결심을 하는데 한 몫 했다. 석사 논문을 조기에 마치고 과정 4학기 때부터 공기업 입사준비에 들어간 그는 1년 조금 못 미치는 동안 공부를 했으나 예상 외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게다가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공기업에 대한 비전이 흐릿해지면서 그는 공기업 취업을 접었다. 현재 그는 교육에 대한 포부를 다시 살려 학부시절에 취득한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임용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학 졸업=실업 시작’ 확률 25% 경제 침체와 더불어 기업의 신규 채용은 줄고 기업의 채용 패턴도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 형태로 변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청년층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여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루고 휴학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이태백’ 등 어려운 취업현실을 빗 댄 신조어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최근에는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의 시작일 확률이 4분의 1에 가깝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되었다. 6월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 한국의 대졸 이상 고용률은 76.8%로 30개 회원국 중 29위로 나타났다. 사실상 최하위라고 볼 수 있다. 남녀별로 OECD 평균과 대비하면 더 곤혹스럽다. 남성의 취업률은 89.6%로 OECD 평균 88.7%보다 높게 나타나나, 여성은 58.5%로 전체 최하위 국가인 터키의 63.6%보다도 아래다. OECD 집계 및 순위는 2005년도 상황이다. 통계청의 ‘2007 경제활동인구연보’에 따르면, 직장이 없는 기혼 남성은 198만여 명이었고, 이 중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가사를 전담하는 등의 남성을 제외한 95만여 명은 실업자이거나 그냥 쉬는 백수로 조사됐다. 이 같은 실업자 수치로 미루어 볼 때 고학력자의 고용사정은 더 열악해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5월의 취업자 수는 작년 5월보다 18만1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4%대의 저성장에 머무른데 이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것도 최근 취업난으로 소외돼 온 대졸 이상 고학력층, 소위 엘리트들의 미취업과 무관하지 않다. 낮은 고용률이 그대로 무능력한 실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추산된 실업률은 스스로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는 인구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요즈음 대졸자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소위 ‘신의 직장’이 나타날 때까지 취업을 미루는 현상도 적잖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재의 고학력화와 ‘괜찮은 일자리’ 감소 청년실업이 고착화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청년층 고학력자가 늘면서 직업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으나 ‘괜찮은 일자리’는 줄고 있어 청년층 노동 수급에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창출이다. 이명박 정부가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일자리 관련 공약에 기인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34만 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의미해 그만큼 서둘다 보니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일자리 해결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이고 수입도 많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새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상반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여러 기업에서 지난해보다 신입사원의 채용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기대감과는 달리, 기업 실적은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늘지 않고 있다. 한 취업정보업체가 최근 조사한 내년도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채용인원은 4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나 조선·중공업 등의 제조업 일변도에서 전자·금융 등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면서 고용인력도 이와 함께 줄어드는 추세이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에 근무하고 있는 정재훈 씨는 “기업성장에서 핵심인재가 가지는 중요성은 더하고 있지만, 채용에는 필요한 인력만 뽑을 뿐 양적인 부분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취업 위해 졸업 미루는 학생 급증 이 같이 표면상 드러난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의 졸업 유예기간이 길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졸업하고 나서 ‘백수’의 신분으로 시간에 쫓기며 취업준비를 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학생 신분으로 차분히 준비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다. 인크루트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평균 재학기간은 남학생 7년 2개월(85.6개월), 여학생 4년 8개월(55.7개월)로 각각 나타났다. 남학생의 최단 재학기간이 군복무 기간 2년을 포함해서 6년임을 고려할 때, 평균 1년 2개월을 휴학한 셈이다. 여학생도 평균 8개월 가량을 휴학했다. 이 같은 재학기간은, 2002년 남녀 대학생이 각각 6년 9개월, 4년 6개월 만에 졸업한 것과 비교해 남학생은 약 5개월, 여학생은 약 2개월 더 늦어진 것이다. 2003년부터 육군의 복무기간이 2개월 단축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남학생의 재학기간은 2개월 가량 더 늦어진 셈이다. 휴학과 복학 타이밍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산술적으로만 따져 본다면 약 7개월 이상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열린 채용이 확산되고, 내년부터는 입사시 연령제한이 금지되는 등 신입사원 입사연령 제한이 완화되면서 이 같은 졸업유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공기업 등에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심각한 기능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야말로 인재 대란(大亂)이다. 이른바 ‘구직난 속의 구인난’ 현상으로,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지원자 자체가 적거나, 지원자가 있어도 정작 쓸 만한 인재가 없거나, 인재를 뽑아도 금방 나가 버리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6월 초 중소기업 351개사를 대상으로 인력부족 현황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337개의 중소업체가 원하는 인재를 뽑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재 부족을 특히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문은 ‘영업직’이다. 현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직접적인 이윤을 가져오는 중요한 직무임에도 5개사 중 1개 기업에서는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현장직’도 기피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중소기업의 생산직은 대기업 생산직이 각광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구직자들에게 3D 직종으로 인식돼 있다. 의외로 ‘연구개발’과 ‘엔지니어·기술직’ 등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기술 계통 직무에서도 인력부족을 토로하는 기업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기업과 구직자 간에 의도가 맞지 않는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 다른 구인 구직 기준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구직자들이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인력난과 취업난의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면서 “무조건 대기업·공기업만을 찾기보다 목표부터 명확히 한 후 작지만 탄탄한 중기 입사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현실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역시 인재가 찾아올 수 있도록 채용 마케팅과 인재경영에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의 최병철 직업능력개발과장은 “각종 지원정책 등을 통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의 작업환경·임금·복지수준을 개선함으로써 청년실업층을 유인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3세계 인턴십 등 일자리 대안 실효 논란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는 금융과 문화 콘텐츠 사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기대만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해마다 10만 명의 청년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실업률 수치만 낮추는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국내에 돌아와서도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이 상존하는데, 이 정부에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보장된 대기업 일자리를 풀어 청년층의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좋은 일자리를 많이 가진 중소기업들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대기업 위주의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학 교육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실용적인 학문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산업 수요를 고려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개발 및 직업훈련 강화, 기업 중심의 직업훈련으로 현장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대학 측에서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로자의 능력개발 향상과 맞춤형 훈련을 통해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능력향상이 수반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의 최병철 직업능력개발과장은 “소수의 지식인을 위한 학문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취업에 도움이 되는 직업 교육으로 학교 교육의 방향이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특정 업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선택한 직업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청년실업 대책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일자리 창출 동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직업훈련 강화를 위한 노동시장 내 이동성을 높이는 등 실무적 방안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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