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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서민물가 대란 오나

MB, 747 공약은 ‘꿈’?…서민들, 깊은 시름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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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성승제⁄ 2008.06.30 14:39:39

MB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747’(경제성장률 7% 달성·일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7대 강국(G7) 진입) 공약은 허황된 ‘꿈’이었을까? 고유가·고물가 등의 여파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일자리 창출 규모,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의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초래되고 있고, 하반기 서민물가 대란까지 예고돼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영향을 감안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각에서는 물가 급등에 따른 새로운 생활풍습마저 나오고 있다. 주부들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경제 뉴스와 알뜰 쇼핑 찾기에 골몰하고, 7~8월 여름휴가도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가뜩이나 장마·폭염에 휩싸여 짜증 나는 계절이다. 생활고에 겹쳐 엎친데덮친 현상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 진입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 경우 2001년 6월 이후 7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게 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간담회’에서 “이달 물가가 5월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5월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6월 물가는 5%대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물가 당국의 관리 목표치의 상단(3.5%)을 넘어 4%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가구당 341만5000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0% 늘었으나, 물가 급등에 따라 실질소득은 1.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가구당 241만9000원으로 같은 기간에 5.3%(실질 1.5%) 늘어나 소득 상승률을 웃돌았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봐도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연료비·전기료 등 광열·수도비 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4.6% 늘어났고, 차량용 연료비를 포함하는 개인 교통비 지출 역시 10.8% 증가했다. 특히, 최근 경유가격이 급등해 휘발유와 역전 현상까지 보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농어민과 자영업자 등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선택적으로 차량 운행 등을 줄여 고유가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일반 가계와 달리, 화물운송업자, 관광 버스 차주, 농어민 등 생계수단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이들은 경유 값 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인 ‘고통지수’도 200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지수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해서 구하는 지표다.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들어 5월까지 실업률(구직기간 1주 이상)과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산술평균 값을 더한 고통지수는 7.2로 2001년(7.3)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의 5.6에 비해 큰 폭으로 뛴 것이다. 고통지수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당시 12.8까지 치솟은 뒤, 2001년 이후로는 줄곧 7을 밑돌았다. 올 들어 고통지수가 급격히 높아진 데에는 유가 등 물가 급등의 영향이 컸다. 미국의 경제연구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쳐 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를테면, 물가상승률이 5%이고 실업률이 4%라면 고통지수는 9가 된다. 고통지수는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식 지표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숫자로 가늠하는 지표로는 유용하게 쓰인다. LG경제연구원이 별도로 실업률, 물가상승률, 어음부도율, 산업생산증가율 등 4가지 지표를 토대로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 역시 지난해 말 11.0으로 2001년(11.7)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고통지수 상승은 주로 실업 문제 때문이었지만, 최근에는 물가 급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이후 경제고통지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금융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에 예·적금을 넣어둔 사람들은 최근 몇 달 간의 물가 폭등으로 인해 사실상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소비자들은 이자를 챙기기는커녕 오히려 은행에 돈을 맡기고도 밑지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또, 국내·외 펀드 역시 최고 30~40%까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주부들, 물가급등에 드라마보다 경제 뉴스에 관심 물가 급등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 풍습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소비자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부들의 신생활풍습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경제 현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주부 김영란(38) 씨는 언제부터인지 TV에서 뉴스 프로그램만 나오면 시선이 집중된다고 한다. 할인마트·재래시장에 갈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실감하고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김 씨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5~6만 원이면 일주일 4식구 아침·저녁 찬거리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 돈으로 장을 보면 남편이 반찬이 이게 뭐냐고 투정 부릴 정도”라며 “물가 잡으라고 뽑아 놓은 대통령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동네 슈퍼에 가도 1000원 미만으로는 살 물건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며 “월급은 2년째 그대로인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요즘은 경제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알뜰 쇼핑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혜인(33) 씨 역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만 골라 봤는데, 이제는 경제 뉴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며 “나를 경제전문가로 성장하게 해준 나라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뉴스보다는 드라마를 더 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푸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직장인들도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연봉전문 사이트 오픈샐러리가 6월 9일부터 17일까지 직장인 482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가용을 보유한 직장인 중 49.0%(236명)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는 ‘주유비 부담’(56.5%) 때문이라는 대답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기분을 만끽하기 위해’(26.9%), ‘운전하기 귀찮아서’(3.0%), 기타(13.6%)보다 월등히 앞섰다. 또 아예 휴가계획이 없다는 직장인도 전체의 33.3%에 달했다. ■물가급등 원흉은 국제유가 폭등 이처럼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원흉은 역시 국제유가 폭등이다. 모든 재화와 용역의 기초 생산비를 좌우하는 기름인 만큼, 기름 가격이 뛰면 거의 모든 물건 값이 뛰고 서비스 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경기 후퇴가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2% 포인트 오르고 실질성장률은 0.2% 포인트 하락한다. 유가가 90달러에서 130달러로 40달러가량 오르면 산술적으로 성장률은 0.8% 포인트 가량 까먹게 되는 셈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국제유가가 90달러 전후일 때 전망치를 내놨는데 지금은 130달러를 웃돌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이 정도까지 갈 줄 몰랐다”고 성장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함을 하소연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하반기 성장률도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유가가 비록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경제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정부, 성장보다 물가 잡기 ‘비상’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성장’보다 ‘안정’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즉, 747 공약을 상징하는 성장 위주에서 물가관리를 통한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책 전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우선, 전통적 방식인 ‘금리 인상’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경기를 더욱 후퇴시킬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지적이 더 많다. 정책당국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물가를 잡는 동시에 경기 부양도 외면할 수 없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분야의 한 관계자는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은 곤란하다”면서 “물가안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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