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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銀 빅4, 하반기 경영전략 대전환

탄력적 조직개편…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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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호 성승제⁄ 2008.07.07 18:04:19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불안이 국내 빅4 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연일 급등하는 국제유가로 저성장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가중되고 있고, 또 일각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올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빅4 은행들이 하반기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연체율 낮추기와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눈물겨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은행과 보험·증권을 하나로 묶는 ‘자금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은행업계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딩 뱅크를 지키려는 국민은행과 1등을 향해 돌진하는 신한·우리은행. 그리고 최근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하나은행까지…. ‘영원한 1등은 없다’고 외치는 빅4가 올 하반기에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갈 것인지 분석해 봤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좀처럼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 은행 자금이 펀드나 주식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 사태로 자금난에 빠졌으며, 작년 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 또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3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시행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앞두고 있어 은행업계의 자금난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룹 형태의 은행들은 지난해 증권·보험사 인수에 열을 올렸고,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체제로 일관해 온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우선, 은행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슈로는 자통법을 꼽을 수 있다. ■우리·하나, 탄력적 조직개편 국민, 지주사 황영기 회장 사실상 내정 자통법이란 말 그대로 은행과 증권·보험의 장벽을 없애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증권사의 경우 은행 등에 연계돼 계좌를 개설·운용해야 하지만, 앞으론 독자적으로 은행 및 증권계좌 기능이 통합된 종합계좌를 설계·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외국환 업무도 취급할 수 있어 환전 업무 등도 가능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더욱 다양하고 입맛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고유 업무를 증권이나 보험사에 빼앗겨 경쟁사들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가장 먼저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 조직개편에 나섰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2일 전략기획팀을 경영전략실로 확대개편하고 이사회 사무국을 신설했다. 지주회사 차원에서 자회사들의 영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자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해외사업통합팀을 설치하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IB육성팀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영업지원본부를 폐지하고 4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했다. 또 수석 부행장직을 도입하는 한편, 시너지추진실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10여 개의 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조직개편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빅4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이 아닌 은행체제로 운용했지만, 오는 9월 지주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4일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을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4일 임시회의를 열어 지주회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만장일치로 황영기 후보를 KB금융지주회사(가칭)의 초대 회장 후보로 선출했다. 회추위는 지주회사 회장 추천을 위해 리더십·추진력 및 인품, 글로벌 경영능력, 대규모 조직관리 역량, 인수합병(M&A) 역량, 금융 전문성 등 5개 부문의 자격기준을 정하고, 복수의 전문조사기관과과 내부 추천을 통해 총 22명의 후보 풀(Pool)을 만든 후, 내부 심사를 거쳐 10명을 추려냈다. 또, 이를 다시 4명으로 압축해 평판조회를 실시하고, 회장 후보 자격기준 부합 여부 검증을 위한 인터뷰를 통해 황영기 씨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후보는 오는 8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KB금융지주회사의 회장으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코드 인사와 경쟁 은행장을 회장에 앉힐 수 없다는 이유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날 류현숙 국민은행노조 노동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주사가 처음 출범하는데 KB금융지주는 지분이 97%인 은행이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는 게 바람직한지 분리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인물을 정해 놓고 경영지배 체제를 결정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회장과 행장의 경영지배 체제를 먼저 결정해야 하는데, 황영기 씨가 회장이 되면 분리가 되는 것이고 강정원 행장이 회장이 되면 겸직이 되는 것은 그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반기 중 모든 방향이 결정되고, 이에 따른 변화와 경영전략도 새로 바뀌게 된다는 게 은행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주사로 전환하고 황 회장이 최종 확정되면 여기에 걸 맞는 조직개편도 불가피한 상태다. 신한은행도 ‘내실있는 외형성장’을 목표로 비이자 수익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우리·하나에 비해 움직임은 다소 둔한 편이다. 이는 자통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리딩 뱅크를 따라잡는 은행이 있다면 단연 신한은행이 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형 경쟁 그만…내실 다지기 전환 빅4 은행은 또 그 동안 외형 경쟁으로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내실 다지기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는 올 상반기 여신 확대를 주도한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과열되면서 연체율 상승 등 수익성이 떨어지고 금융감독당국의 견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들이 당분간 질적 향상을 꾀하다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게 되면 다시 ‘볼륨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2일 월례 조회에서 “금리 경쟁은 고객 유치와 은행 자산을 키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고객을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해 엄청난 대가를 수반하게 한다”면서 “고객과 시장을 보다 더 정밀하게 분석, 적합한 고객을 선별하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겠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라 앞으로 증권회사가 은행과 더불어 지급결제 시스템의 일부를 함께 사용,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을 계속 확보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게 됐다”면서 “영업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경쟁에 따른 몸집 불리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환경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내실 경영에 대한 ‘톤’은 강 행장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더 강했다. 신 행장 역시 이날 월례조회에서 “은행의 경상마진(이익)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한 만큼, 은행 자신도 적정한 순이자마진율(NIM)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올해 상반기에 넓힌 은행영업의 외연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행장은 또 “통합카드사 출범을 계기로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열 하나은행장 역시 단순한 대출 ‘양’의 증가 대신 ‘질’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하반기에는 예·적금 등 은행수신의 증대와 아울러 자산관리계좌(CMA)와 수익증권,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판매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신용카드 부문 확대, 종합자금관리시스템(빅넷) 계좌 증대 등 영업기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경영전략 변화는 은행권 순위 고정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빅4’체제가 굳어지면서 규모 경쟁에 대한 욕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CMA의 증가에 따라 저원가성 예금은 줄어드는 반면 영업전은 과열되고 있던 상황”이라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도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대신 빠져나갈 돈만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던 만큼, 순위 경쟁 대신 내실 경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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