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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철철’ 中企는‘돈가뭄’

中企, 시중금리 급등 속 단기자금 몰려… ‘중소기업 희망대출’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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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호 성승제⁄ 2008.07.22 15:15:17

증시 약세와 부동산 침체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해 대출 기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중금리마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이 다음달 콜 금리 인상 정책안을 예고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의 자금조달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넘쳐나는 시중자금과, 이와는 반대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지 그 현상을 짚어본다. #1. 경기도 화성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속품을 사기 위해 거래은행에 20여억 원의 대출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사장은 “최근 고유가로 원자재 값이 급등해 2년 전보다 납품 물량을 60%나 축소했는데도 자금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직원들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2.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10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는 B 사장은 요즘 죽을 맛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은행에서 먼저 대출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와, 낮은 이자를 주는 곳을 찾아다니는 일명 ‘골라 선택하는 재미’를 만끽했지만, 요즘엔 은행에서 연락은커녕 대출신청을 해도 대출액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기 때문. 심지어 거절당하기도 일쑤다. B 사장은 “이러다간 납품물량 축소는 물론, 얼마 되지 않는 임직원들도 절반 이상 줄여야 할 판”이라며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국내 경기는 현재 심각한 하강 압력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중소기업은 고유가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반면, 부동산·증시가 폭락하면서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은 넘쳐나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지난 상반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5.4%에서 하반기 3.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 유동성은 빠르게 늘고 있고,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지난 5월 15.8%로 1999년 6월(16.1%)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악화되고 유동성이 넘치면 이론적으로 금리는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9일 연 5.66%에서 14일에는 연 6.17%로 한 달도 안 돼 0.51%포인트나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지난 2일 연 5.37%에서 14일에는 5.48%로 높아졌다. 2주일 만에 0.1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내달 콜 금리를 인상할 것을 시사해,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장기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에 목을 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웬만한 우량기업이 아니면 채권 인수를 꺼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회사채를 받아줄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증시 사정이 악화돼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도 받아갈 사람이 없어 무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셈. 펜타마이크로·쓰리소프트·엔케이바이오·에버리소스 등은 모두 최근 유상증자 또는 전환사채 등의 증시 자금조달을 시도했다가 청약자가 한 명도 없어 실패했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20억 원 수준의 소액 자금 모집을 시도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았다. 이들 기업이 실패한 이유는 기관이나 큰손을 포섭할 만한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작년까지 ‘불패신화’를 계속해 왔던 기업공개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재무구조가 견실한 중견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길도 막막하다. 이들은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하지만, 채권을 받아줄 투자자들이 없다는 게 문제다. 모 중소기업 관계자는 “회사채 차환물량 발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그나마 괜찮은 상태”라며 “은행 당좌거래 한도와 여신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자금줄을 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은 왜 벌어지는 걸까?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증가는 단기적으론 금리 하락 압력이지만, 중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 역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긴축 정책 가능성과 향후 경제 상황이 불안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자금, MMF 등 단기성 자금에 몰려 대신, 단기성 자금은 늘고 있는 추세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58조970억 원 수준이던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은 7일 현재 74조9910억 원으로 급증했다. MMF는 주로 CP 등에 투자해 단기수익을 올린다. 여기에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제조업 현금 흐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전년도의 90.5%에서 88.7%로 1.8%포인트가 낮아졌다. 이는 영업활동 현금 수입은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단기 차입금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 현금흐름보상비율은 기업의 단기 차입금 상환과 이자 비용 지불 능력을 나타낸 지표로,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수입액으로 이자 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소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전년도의 33.1%에서 29.0%로 하락해 지난 2005년 이후 3년째 내리막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997년 23.4%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안정성 비율에서도 중소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투자안정성 비율은 유형자산 투자 감소와 영업활동 현금 수입 증가로 전년도의 132.2%에 비해 18.5%포인트가 상승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영업활동 현금 수입 감소로 전년도의 91.7%에 비해 89.0%로 하락해 지난 2000년 76.3%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전년도의 133.9%에서 136.3%로 소폭 개선됐고, 투자안정성 비율도 142.0에서 166.1%로 24.1%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수입은 1149억7800만 원이었으며, 투자활동 현금 지출은 1108억4700만 원으로, 영업에 따른 현금 수입과 투자를 위한 현금 지출의 차이는 41억 3100만 원 가량이 남았다. 대기업들은 현금이 남았음에도 차입금을 220억 원 가량 추가로 일으켜 한 해 동안 90억 원에 달하는 현금 보유액이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에 따른 현금 수입은 17억8400만 원에 그쳤음에도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지출은 37억5900억 원으로 수입의 3배에 달했다. 이로써 19억7500만 원의 마이너스가 났으며, 외부 차입금은 13억5600만 원으로 늘었다. ■기업은행, 2조 원 ‘中企 희망통장’ 출시 기업들이 자금난에 목을 태우는 가운데, 기업은행은 일시적이나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희망통장’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 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 희망통장’으로 마련된 2조 원의 대출재원으로 기존 중기 대출 금리에서 3%포인트 낮은 ‘중소기업 희망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 희망통장’을 출시해 39일 만에 2조 원 이상을 조달했다”며 “이를 통해 이달 말부터 저금리의 중소기업 희망대출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희망대출과 관련, 낮은 대출 금리로 약 8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이는 인건비 및 에너지 절감과 경영효율화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출 방식은, 우선 5000억 원은 소상공인 네트워크론이라는 상품을 통해 카드 매출을 근거로 영세 소상공인에게 지원하고, 3000억 원은 성장유망 기업, 2000억 원은 기술혁신형 기업과 경영혁신형 기업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성장유망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윤 행장은 이날 “이번 (희망대출 전략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가장 어려운 부문”이라며 “이는 소상공인 네트워크 카드 매출액이 연간 어떻게 되는지 흐름을 보고, 또 중소기업의 매달 매출액 등을 알고 대출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기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선 성장유망 기업 대출을 어떻게 하고 리스크(위험) 요인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정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부품소재개발연구원·산업개발연구원 등과 협조해 건전하고 자생력 있는 기업을 선별해 올 하반기에 확정 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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