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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격에 안보 시스템‘우왕좌왕’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MB 대북정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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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호 심원섭⁄ 2008.07.22 15:43:25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 개원 시정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한 날 새벽에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을 피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정부와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숨진 고 박왕자 씨의 부검 결과와 사건 현장 방문 결과를 각각 발표했지만, 자세한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의혹만 증폭되고 있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아산 측이 전한 북측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는데다, 현장 조사 없이 박 씨 사체에 나타난 총상을 조사한 부검만으로는 당시의 현장 상황을 재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윤 사장이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건의 경위에 대한 설명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사뭇 다른 점이 있어 사건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총격, 두 발인가, 네 발인가 우선, 북한군의 총격 시간이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북한은 사건 당일인 지난 11일 현대아산을 통해 총격 시각을 ‘오전 5시’라고 밝혔다가 다시 오전 4시0분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다가 또 이날 윤 사장의 발표에 따르면, 북측은 5분 늦춰진 오전 4시 55분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박 씨가 묵었던 금강산 비치호텔의 CCTV를 판독한 결과 사고자가 숙소를 나선 시간은 4시 18분이었음이 확인돼 당초 알려진 31분보다 13분 빠른 시각이었다. 시간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GPS 장치를 통해 확인한 결과 CCTV 설정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12분 50초 빨리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 씨의 이동거리도 달라졌다고 전한다. 사건발생 당시 박 씨의 시신은 해수욕장 경계 펜스에서 북측 군사지역으로 200m 더 들어간 지점에서 발견됐고, 또한 박 씨가 북한 초병에 의해 제지당한 곳은 이보다 1㎞ 더 들어간 북한 초소 인근이었다는 북측의 주장을 현대아산은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에 박 씨가 총격 받은 지점은 경계 펜스에서 300m 떨어진 곳이고, 또한 박 씨가 북한 초병과 맞닥뜨린 곳은 기존 1㎞보다 200m 덜 간 800m였다고 윤 사장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북측 설명에 따르면 당초 제기됐던 박 씨의 비상식적인 거리 이동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일방적인 북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총격 시간은 북한군이 박 씨를 쏠 당시 주변 식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어 주목받았던 대목으로서, 북한이 “관광객인 줄 모르고 쐈다”고 밝힌 만큼 북한군이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로 주변이 밝은 상황에서 총격을 가했다면 과잉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명승지총국 주장에 따르면, 북측 초병이 박 씨를 목격한 시각은 새벽 4시 50분이었으며, 당시 박 씨는 빠른 걸음으로 기생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른 새벽이었으므로 북측 초병이 박 씨를 알아보지 못했고, ‘섯, 움직이면 쏜다’를 3회 반복했으나 박 씨가 정지 요구에 불응하고 뒤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정지 불응’ 근거리 조준 사격? 박 씨는 평지처럼 다져진 해안가를 이용해 달렸고, 북측 초병은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 위로 추격하다 보니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는 것, 이에 공포 경고사격을 했으나 멈추지 않자 세 발의 조준사격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사망 지점은 경계선으로부터 300m 떨어진 지점이었고 시간은 새벽 4시 55분이었다고 전했으나, 사격거리 등 쟁점사항들은 함구했다. 사격거리는 총격 시각과 함께 박씨 가 관광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서, 북한군이 가까운 거리에서 쐈다면 박 씨가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설명과 대치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박 씨의 부검에서 정확한 사망 시각을 추론해 총격 시각이 밝혀지길 기대했으나, 국과수 부검 결과를 브리핑한 통일부는 “사망 추정 시간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관광객인 줄 모르고 쐈다’고 밝힌 만큼, 북한군이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로 주변이 밝은 상황에서 총격을 가했다면 과잉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당초 북한군 초병은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쏜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번 윤 사장의 발표에서는 경고사격 1번에 조준사격 3번 등 모두 4발이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 목격자인 대학생 이인복 씨와 또 다른 증인인 여성 관광객 이모 씨는 “총소리가 5시 20분경 두 발 밖에 안들렸다”고 공통되게 주장했다. 북측은 5시쯤으로 추정했으나, 두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하고 여성 관광객 이 씨는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이들의 증언의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군 초병이 박 씨의 신분을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증인들은 사고 당시 현장이 훤히 밝은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윤 사장도 현장 답사를 통해 해당 시각이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아산과 북측이 실측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했다며 내놓은 설명마저 의혹을 부추기고 있어 이번 설명 또한 ‘말바꾸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군이 사용한 총이 유효거리 550m의 AK-74라고 추정하고, '2m 이상' 거리에서 박 씨를 사살했을 것이라는 점만 밝힌 사격 거리는 속시원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합동조사단이 “굉장한 속력으로 탄환이 몸을 관통했다”며 “유효 사거리 이내의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됐을 것”〃이라고 말해 의혹은 더욱 커져 가는 상황이다. 아울러, 당시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이 두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설명한 점과 북한이 ‘1발의 공포탄과 3발의 실탄을 쐈다’는 해명이 다른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밖에도, 북측에서 주장하는 펜스 주변에 설치된 ‘CCTV' 오작동’부분과 펜스 주변에 또 다른 초소가 있었는지 여부도 새롭게 떠오르는 의문점이다. ■ 청와대-합참, 대통령에 ‘늑장보고’ 진실 게임 한편, 이 대통령이 11일 국회 개원 시정연설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향해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에게 ‘늑장보고’한 핵심 이유를 들며 합동참모본부의 ‘질병사망설’ 보고로 인해 최종보고가 지연됐다고 주장했으나, 합참은 “억울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1일 오전 11시 30분에 통일부가 현대아산에서 보고를 받은 뒤 잠시 ‘총격사망’이 아니라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그러다 보니 오후 1시 30분에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통일부에서 보고를 받은 뒤 합동참모본부 측에서 오전 11시 40분에서 45분 사이에 외교안보수석실에 ‘질병으로 사망한 것 같다’는 보고를 올려 혼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현대아산은 통일부에 이날 오전 11시 30분 박왕자 씨 피격 사실을 보고했고, 통일부는 10분 뒤 청와대 상황실에 보고했으며,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오전 11시 50분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정 실장과 김 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피격 사건을 보고한 시각은 이날 오후 1시 30분으로, 현대아산이 통일부에 최초 보고한 지 1시간 50분 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는 “군 당국은 ‘피격 사망’에 대해 통일부나 현대아산 측에서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질병으로 사망했는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공식 보고’가 아니라 ‘대화’의 형식으로 청와대의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청와대가 이를 마치 합참의 공식 보고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등 청와대 주장과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합참 측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통일부가 이 사건에 대해 군 당국에 처음으로 연락한 시간은 오전 11시 40분으로, 당시 합참 측은 “당시 남측 통문 요청 공문에는 ‘환자로 인한 긴급 입경’이라고만 써 있었을 뿐”이라며 “당시 CIQ 상황장교가 ‘왜 진단서가 없느냐’고 묻자 그제서야 ‘환자가 아니라 사망자’라고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합참 상황장교는 곧바로 남북출입사무소(CIQ) 상황장교와 남측 통문 개방에 대해 논의했는데, CIQ 장교가 사망 원인에 대해 “사망 사고인데 질병 여부는 잘 모르겠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청 “잘못된 보고 때문에...”, 합참 “억울” 청와대 관계자가 합참 상황장교에게 전화를 건 시각은 오전 11시 50분. 당시 합참 상황장교는 “금강산에 특이사항이 없느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질문에 “금강산 관광객 중 여자 한 명이 사망해서 통문을 개방할 예정인데, 사망 원인은 잘 모르겠고 CIQ 장교 말에 따르면 질병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더라”고 전했다. 따라서, 합참 측은 청와대에 ‘공식 보고’를 한 게 아니라 청와대 측의 문의에 대해 “사망 원인을 아직 파악 못 했다”는 요지로 답했을 뿐인데 “합참 측이 ‘질병사망설’이란 잘못된 보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합참이 국방부로부터 박왕자 씨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실을 통고받은 시각은 오전 11시 55분. 이미 청와대 측의 질문에 답한 뒤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방부 관계자는 박왕자 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국방부 관계자는 “통일부에서 통보받은 게 아니라, 청와대에 파견한 국방부 소속 장교에게서 박왕자 씨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합참과 국방부 모두 통일부에서 ‘박왕자 씨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청와대의 질문에 답변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군 당국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정보에서 배제된 이유는 뭘까? 합참 관계자는 “이번처럼 통일부가 피격 사망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통문 요청을 하면 그 진위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통상 남북관리구역 통행과 관련해 합참은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지휘 계통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문 개방 절차에는 관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추정한 정보를 청와대에 알렸다가 ‘늑장 보고’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남북관리구역 관련 공식 보고 체계는 ‘현대아산→통일부→청와대’로, 군은 보고 체계는 물론 지휘 계통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측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3일에야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며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반성의 뜻을 내비친 가운데, ‘늑장 보고’를 두고 청와대와 군 당국의 공방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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