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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다시 고개 드는 여권의 ‘참여정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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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78호 박성훈⁄ 2008.08.05 18:42:46

최근 여권에서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한탄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는 경기 침체를 비롯해, 최근 쇠고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도 지난 정부의 실책들이 이어진 결과라는 불만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대북소통이 힘들었던 점과 북한 관련 정보가 부족해 애를 먹었던 점에 대해서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 경제도 세금도 다 “노무현 때문” 한승수 국무총리는 7월 18일부터 시작된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수 차례 노무현 정권을 비판했다. 한 총리는 22일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현 정부의 경제위기에 관해 질문하자 “문민정부 당시에는 성장잠재력이 7.5%였는데, 그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4%대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제위기는 참여정부 때 흥청망청 쓴 것을 갚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경제체질 개선에 실패했고, 여기에 고유가·원자재가 상승 등의 세계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복합적으로 경제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논리다. 결국, 참여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피해의식이 존재한다. 또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재산세에 대해서도 참여정부의 세금폭탄 때문이라는 공격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세제 개정을 통해 세 부담을 낮추면서 공공요금의 인상에 대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과정에서 참여정부 책임론이 연이어 불거진 것이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솔직히 세금폭탄을 터뜨렸는데, 이는 시한폭탄을 터뜨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재산세 과표 인상률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다가 금년부터 과표 현실화율이 50%에서 55%로 되다 보니 자동적으로 10%는 무조건 오르는 구조가 됐다”며 지난 정부의 재산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재산세는 지방세에 속하는 세금이다. 논란의 시발점인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끼리 재산세가 역전한 문제는 일부 구청에서 재산세를 최대 50%까지 깎아준 탄력세율 제도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한나라당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볼 때 한나라당도 책임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는 없다. ■ “햇볕정책이 첩보능력 약화” 북한 관련 정보의 부재도 지난 10년 간 북한에 끌려 다닌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주장도 여러 번 등장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7월 2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금강산 사태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은 지난 좌파정권 10년 간 햇볕정책을 기화로 국정원 등 우리 정보기관들의 대북 첩보전력을 약화시킨 데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도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변화하며 전통적인 대북 정보수집 기능이 취약해졌다는 지적에는 동감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남북의 대화가 단절돼 있는데 반해, 참여정부 당시에는 대북 대화 채널(핫라인)이 정부 간 공개 또는 비공개 채널 등 4개가 존재했다. 통일부에서 관리한 판문점 연락관과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 서해상의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군사 직통전화, 국정원에서 관리한 핫라인 등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때도 미사일 발사 때 쌀 지원 중단 등으로 일부 통로가 두 차례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지금처럼 전면적으로 막히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경협사무소가 이미 철수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으로 (대화 채널이) 모두 막혀버렸다”고 전했다. ■ 뒤 이은 쇠고기 설거지 공방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참여정부 설거지’ 공방이 펼쳐졌다. 한나라당 위원들은 ‘참여정부 시절에 사실상 30개월 이상 쇠고기 개방에 합의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2007년 11월 17일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의 회의 결과 문건을 공개하면서 “참여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조치)를 시행하면 OIE 기준을 완전 준수해 쇠고기를 월령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결론 지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홍 의원이 제시한 문건은 한덕수 총리가 주재하고 임상규 농림부 장관, 김종훈 외교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로, 그 내용이 이미 쇠고기 협상을 두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사이의 책임 논란이 뜨거울 때 알려진 바 있다. 또한, 7월 16일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도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같은 자료를 인용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묵은 자료를 앞세워 여권이 다시 설거지론 재점화에 나섰다며 전·현 정권의 협상기록을 모두 공개해 밝혀보자고 대응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그런 회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부처 간 이견을 놓고 최종 결정하는 결정권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은 전혀 별개 문제이고, 쇠고기 수입은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것까지 양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고 단호히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국정조사와 관련, 정부에 200건 가까운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 건도 오지 않다가 21일 밤 문제의 장관회의 자료만 왔다”며 “홍 의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가 나가기 직전 정부가 여야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명백한 언론 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도 나섰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해법은 간단하다”면서 “과거 정부의 쇠고기 협상 과정과, 현 정부가 출범한 후 4월 18일까지 합의에 어떻게 도달하게 됐는지 모든 대미 협상 서류를 똑같이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 노무현 탓, 오히려 역효과 날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에서는 ‘남 탓하기’ 행보가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며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7월 23일 “노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죽었던 노무현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와 달리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비쳐지는 정치적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뜻이다.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지적에 불만을 토로한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초선의원은 “경제문제나 쇠고기 협상의 경우 일부 문제는 있지만, 출범한 지 불과 5개월 된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 동안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전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전임 정권의 신용카드 남발 정책으로 ‘카드 대란’과 ‘신용불량자 300만 명’ 시대를 맞으며 출범했다. 김대중 정부도 ‘금 모으기’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외환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7년 1월 신년 특별연설에서 “카드 남발, 신용불량자, 가계 부채 등으로 2003년에는 잠을 편히 잘 날이 없었다”고 국민의 정부를 혹평했다.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라며 김영삼 정권의 IMF 사태와 김대중 정권의 신용카드 남발 등을 탓하는 발언을 해 여권의 비판을 받았던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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