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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도박공화국’

우리나라 도박중독자 353만 명…도박중독률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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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9호 박성훈⁄ 2008.08.12 16:25:51

“부작용을 안고 급성장한 사행산업을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국가 주도의 사행산업으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도박을 척결해서 ‘도박공화국’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위의 내용은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이우갑 대표가 쓴 칼럼의 일부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암처럼 퍼져 있는 사행산업이 국민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는 사행산업이 사회에 끼칠 해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수많은 사회적 병폐를 초래했다. 경마와 경륜·경정 등 도박성 스포츠가 그 예이다. 역대 정부는 이를 단순한 오락 경기인 듯 홍보까지 하면서 국민에게 관람을 장려하기도 했다. 정선 일대의 강원랜드로 대표되는 카지노 사업은 과거 정부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관광상품인 것처럼 육성한 대표적 아이템이다. 카지노가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합법적으로 판을 벌여 놓고 성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관광산업 방침이 이러하니,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외국인 카지노와 경마 장외발매소를 유치하는 등 사행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고, 전국적인 사행산업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 여전히 음성적으로 성행하면서 곳곳에서 적발되는 ‘바다 이야기(불법 사행성 오락기 또는 업체명. 많은 이들이 간판을 보고 횟집상호인 줄 착각했었다)’는 참여정부 시절에 수많은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에 막대한 병폐를 끼쳐 법의 심판을 받은 바 있으나 되살아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사행산업의 횡행은 우리 국민의 인식에 자리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자수성가 정신’dmf 한 번의 요행이면 팔자 고친다는 일확천금의 ‘한탕주의’로 탈바꿈시는 병폐를 낳았다. 한방에 인생역전을 꿈꾸게 하는 도박의 유혹은 강렬하다. 그러나 도박의 끝은 마약과 같은 극심한 중독을 가져올 뿐이다. 도박중독이란 도박성 게임에 대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뜻한다. 도박에 중독되면 게임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자신이 경제적 파탄상태에 들어가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개인의 인격과 대인관계를 망치고 법적 문제도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우리나라 도박중독률, 라스베거스 소재 네바다 주보다 높아 현재 우리나라에는 도박중독에 빠진 성인이 부지기수로 발견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약칭 사감위)가 8월 5일 가진 워크숍에서 공개한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은 2007년 도박중독자의 수치를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9.5%나 되는 353만 명이 도박중독자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중독자 비율은 선진국 평균 도박중독 유병률(병적 중독 수의 비율) 4.0%와 비교해 2.3배 높은 수치이다. 이 같은 도박중독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2006년에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는 18세 이상 성인 전체의 6.5%에 이르렀다. 수치상으로 보면 약 250만 명의 국민이 도박중독자라는 이야기다. 당시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2006년 만 18세 이상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사행사업 이용실태 조사를 한 결과, 문제성 도박자와 병적 도박자가 각각 4.9%와 1.6%로 집계됐다. 선진국들의 도박중독률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중독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국의 도박중독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도박중독률을 볼 때, 측정범주 이외의 숫자까지 포함하면 도박중독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2년 조사한 ‘병적 도박실태 조사 및 치료 프로그램’ 연구용역 보고에 따르면, 성인 9.3%(320만 명)가 도박중독자이고, 3.8%(130만 명)는 병적 도박중독자로 추정됐다. 조사 기관과 시기·방법에 따라 도박중독자의 수치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각 조사결과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성인 6% 이상이 도박중독자라는 결론이다. ■ 합법 사행산업도 성행… 경마·경정·경륜·카지노 등 줄줄이 한편, 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 만 18세 이상 국민 중 66.8%가 조사 이전 1년 간 1회 이상 사행활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사행행위는 로또 등의 복권구입이나, 스포츠토토, 경마·경륜·경정, 슬롯머신 게임, 도박 인터넷 사이트 이용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 중 로또 구매가 6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행행위에 1회 참여할 때 평균 소비시간은 포커나 화투와 같은 ‘테이블 게임’이 3시간 30분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인터넷 도박(2시간 54분), 경마(2시간 50분), 게임기(2시간 5분)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도박활동 유형별 월평균 소비금액은 ‘바다 이야기’와 같은 게임기가 12만5560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경마(12만1040원), 테이블 게임(11만9110원), 인터넷 도박(7만7050원), 경륜(6만6470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도박업체 주고객 실업자·저소득층… 주부·학생도 드나들어 사행업소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접하면서 도박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도박중독자들은 정당한 대가로 돈을 벌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때문에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결국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부가 2006년에 사행사업장을 찾은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무직이 12.5%로 밝혀졌다. 또한,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의 직장인이 32.0%에 달해, 1/3 가량이 저소득 서민계층임을 알 수 있다. 도박장을 찾는 사람의 대다수는 성인 남성이지만, 조사결과에서는 주부와 학생도 적잖게 발견돼(각각 18.9%, 5.4%) 도박의 영향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중독자가 늘면 실업자가 양산되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 자살 등 사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과도한 베팅으로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해, 결국 경제 및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는 도박중독으로 인해 중독자의 가족과 친척, 직장 동료들까지 부작용의 그늘 밑에 있음을 의미한다. 학계에서는 1명의 도박중독자가 4가정 이상에게 금전 및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도박중독자가 250만 명이라면 1000만 가정이 도박중독 후유증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뜻이다. ‘도박공화국’이라는 지적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감위는 “도박중독은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범죄증가 등 부작용을 심화시킨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행산업이 성장하면 단기적으로는 고용증대 효과라는 이점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과 성장성 악화로 이어져 전체 고용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이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사감위에서는 사행산업 총량을 2007년의 GDP 대비 0.67%에서 2011년까지 OECD 평균인 0.58%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감위는 사행산업 건전화를 위해 영업장을 허가할 때 사감위의 사전동의제와 유효기간제 도입을 추진한다. 도박중독의 위험성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온라인·모바일 베팅 제도는 2011년 말까지 폐지하고, 인터넷에서 운영되는 전자식 복권도 내년 하반기 중 폐지를 적극 검토 중이다. 도심지 속의 도박장과 다름없는 경마·경륜·경정의 장외발매소 운영도 대폭 개선된다. 현재 경마와 경륜·경정은 본 경기장보다 장외발매소를 통한 수입이 전체의 70%까지 차지할 정도로 기형적인데다 건전 레저와는 거리가 먼 베팅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편으로는, 불법 도박과 사행업소에 대한 ‘소탕’ 수준의 단속의지를 정부가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만연하는 도박과 사행을 뿌리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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