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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기업 부당행위에 “더는 못 참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현실과 거리 멀다’…中企 개선안 법제화 추진, 공정위도 거들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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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6호 김대희⁄ 2008.09.30 16:23:18

#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하는 중소업체 A사는 지난해 9월, 국내 대형 통신업체 B사의 망을 분당 34원에 쓰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통신료를 일방적으로 분당 45원으로 올리는 불이익을 당했다. 이후 A사가 보증보험 한도(8,000만 원)를 초과하지 않았는데도 현금 입금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며 5개월 간 예고 없이 총 8회에 걸쳐 전화회선을 끊었다. 이로 인해 A사는 676명의 고객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는 등 16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중소 의류업체 C사는 올해 초 대기업 D사의 봄 신상품 여성용 재킷을 발주받아 3월에 납품했다. D사 검사 직원은 제품을 입고한 후 이미 품질검사까지 마친 상황에서 일부 재킷의 다림질을 요구했고, C사는 이를 수선한 뒤 제품을 다시 받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D사는 발주 자체를 취소했다. 또, 현금결제 조건과 달리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도 어음으로 결제했고, 어음 할인료도 지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D사는 C사에 대해 하도급분쟁 합의시 불공정 거래에 대한 비밀을 유지한다는 각서의 작성도 요구했다. # 국내 대형 SI업체인 E사는 정부 통합 DB 구축사업에 중소기업 F사와 협력을 약속했으나, 대기업 E사가 주사업자로 선정된 후 제품 검증 절차를 부당하게 운영해, 당초 계약내용과 틀리게 중소기업 F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타 경쟁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사례 발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횡포는 여전히 성행했다. 특히, 하도급 대금을 지연하거나 대금 지급 때 일방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거래단절 등의 보복조치가 우려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이 같은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해 말없이 당하기보다는 관련제도 개선을 위해 당국에 질의를 하거나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중소기업들 자구책 마련 발벗고 나서 중기중앙회는 대기업인 석유화학업계가 가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원자재를 중소기업에 먼저 공급한 후 다음달에 가격을 통보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관행을 문제 삼아 최근 위법 여부를 국세청에 질의했다.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인 아스팔트와 합성수지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아스콘과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체들은 사전에 원자재 가격의 변동 여부를 알 수 없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재를 받아 제품을 만들어 이미 판매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다음달에 해당 물량의 가격을 올릴 경우 이를 판매가에 반영할 수가 없어 손해를 고스란히 봐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을 사전에 알려주는 ‘가격예시제’를 시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기업들이 사후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와 함께, 납품단가 현실화를 주장하며 올해 초에 납품 중단을 벌였던 주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납품단가 연동제의 입법 운동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했지만, 업계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교섭력 차이가 크고 원사업자와의 거래단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납품단가현실화 특별위원회’는 7월부터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촉구를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납품단가 적정성 확보방안에 대한 자료집을 발간하며 연동제 법제화를 위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결과, 현재 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를 명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상태다. 또한, 환 헤지를 위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도 정부와 은행들을 상대로 피해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키코 가입이 은행과 중소기업간 계약에 이뤄지긴 했지만, 사전에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아 손해가 컸다는 이유다. 환 헤지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환 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민주당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키코 사태에 관해 국회 차원에서 국정감사를 추진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은행을 상대로 피해업체 130여개가 참여하는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나가면서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키코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유력한 지원책으로 검토되고 있는 프라이머리 CBO(P-CBO)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P-CBO는 다수의 기업들이 회사채를 모아 채권 풀을 구성한 후 이를 기초자산으로 신용도가 높은 유동화증권(CBO)을 발행, 시장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이 방법에 대해 정작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데, 최근 미국발 금융 쇼크로 돈줄 죄기에 나선 금융기관들이 채권 매입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술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이른 감은 있지만, 과거에 P―CBO가 부실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어 발 벗고 나서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中企 단체에 위임 요구 납품단가의 조정협의권을 중소기업 단체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연구단체인 ‘중소기업 살리기 모임’과 중소기업중앙회 공동 주최로 9월 1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승일 박사는 최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다수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등에 관한 불만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자격 있는 제3자에게 납품단가의 조정 신청·협의권을 위임하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제3자로 업종별 협동조합과 수탁기업체협의회 등을 예로 들며, 나아가 납품단가를 둘러싸고 위·수탁기업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심의·조정해줄 수 있는 ‘업종별 상생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특히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을수록 불공정성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로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개념을 하도급거래에 적용해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에서 조정협의 의무제의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에 대해 김 박사는 “시장을 통한 가격결정이라는 시장원리의 기본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보면 원가를 바로 가격으로 인정하는 논리가 넓은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원가 연동제의 적용 범위, 적용 상황 등에 대해 충분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상무는 이에 대해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니, 연동제에 대해 모두가 수용에 불가능하다고 하며, 조정협의권의 조합 위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며 대기업의 입장을 전했다. 이 상무는 “제도를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것은 시장의 판을 깨는 것”이라며 “시장의 힘에 의해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박상용 기업협력국장은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 있고, 기업들이 해외로 아웃소싱을 하게 되며, 해당 기업들이 기술혁신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며 납품단가 연동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국장은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정협의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계약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연동제가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하지만, 대기업 횡포가 우리나라처럼 심한 것 역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연동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원사업자의 영업이익에 따라 연동제를 차등 적용하고, 계약금액의 10~2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해 납품단가 관련 위반행위를 절대로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상습 위반업체 가중 처벌… 납품단가 부당인하 대기업 무더기 적발 공정거래위원회가 10월부터 반복적으로 공정거래 관련법을 위반하는 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가중 처벌키로 했다. 공정위는 9월 21일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가맹사업법·하도급법 등 4개 법률 위반으로 최근 3년 간 경고 이상의 조치를 3회 이상 받고 누적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업자를 상습 법 위반업체로 지정키로 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에서 운용하는 벌점제도를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률로 확대, 같은 법을 어긴 횟수뿐 아니라 위반 정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습 법 위반업체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조치수준별 벌점을 보면, 서면경고 0.25점, 경고 0.5점, 시정권고 1.0점, 시정명령 2.0점, 과징금 2.5점, 고발 3.0점 등이다. 최근 3년 간 하도급법은 누적벌점 2점 이상, 공정거래법 등 나머지 법률은 5점 이상일 때 상습 법 위반업체로 지정된다. 상습 법 위반업체로 지정되면, 4회 위반시부터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기본 과징금도 최저 20%에서 최고 50%까지 가중된다. 공정위는 가중 조치를 받는 상습 법 위반업체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고, 5회 위반부터는 고발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또, 하도급법 위반으로 누적벌점이 10점 이상인 경우 관련 기관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하고, 누적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영업정지를 요청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9월 22일 공정위가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낮추는 등 불공정거래를 한 대기업을 무더기로 적발해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올해 7월과 8월 두 달 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을 중소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부당 단가인하 행위 등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여 18개 대기업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을 통해 낙찰된 업체를 상대로 하도급 대금을 깎거나 당초 계약금액을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낮추는 등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한 업체가 많았다”며 “하도급 대금 미지급, 서면 미교부, 어음 할인료 및 지연이자 미지급 사유로 적발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들 18개 업체에 대한 제재 안건을 10월 중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며, 아직 혐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회사명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이르면 10월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품 계약서 작성시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명시토록 의무화했으며, 법 개정을 통해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법적으로 보장할 방침이다. 대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단가 협의를 거부할 경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당사자간 자율 협의를 무시하는 반시장적 제도여서 받아들일 수 없고, 납품업체가 구성하는 조합에 단가조정협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카르텔(담합)에 해당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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