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호 박성훈⁄ 2008.10.28 15:00:09
PB 상품(Private Brand)은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직접 생산·판매하거나,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부착·판매하는 제품으로, 제조업체 브랜드인 NB 상품(National Brand)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단계 축소와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제조업체 브랜드와 품질이 유사한 상품을 저가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유통업체는 가격결정권 강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품질관리가 어렵고, 상표 인지도가 낮아, 품질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치솟는 물가로 주부들의 근심이 늘어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할인점의 PB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품질은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대형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제조업체 브랜드(NB)보다 가격은 낮지만 소비자만족도는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8월 이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7개 주요 대형할인점에서 판매하는 37개 식품·생활용품의 PB 상품과 NB 상품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대상업체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유통·GS마트·홈에버·메가마트 등이다. 먼저, 가격은 조사대상 대형할인점의 상위 자체브랜드(PB) 상품 위주로 37개 품목을 선정하여 해당 PB 상품과 규격·용량이 같거나 유사한 NB 상품의 평균 단위가격을 비교한 결과, NB 상품 대비 PB 상품 가격이 평균 24%로 저렴했다. 동종·동급에서 판매 1위인 NB 상품 대비 PB 상품 평균 가격차이율은 25%였고, 동일한 제조업체에서 제조된 NB 상품과 비교하면 PB 상품이 20% 저렴했다. 품목별로는 화장지·세제 등의 생활용품 가격차이율(30%)이 식품(22%)보다 크고, 생활용품 중에서는 미용티슈(40%)·칫솔(40%), 식품류에서는 단무지(45%)의 가격차이율이 컸다. ■ 일부 PB 상품, NB 상품보다 주요성분 함량 적어 그러나 일부 PB 상품은 NB 상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주요 성분이 적게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가득 불고기햄’과 ‘하나가득 비엔나소시지’는 PB 상품이 NB 상품에 비해 각각 11.1%, 29.9% 저렴한 반면, 주요 성분인 돼지고기가 30% 이상 적게 함유돼 있고, 대신 닭고기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 스타믹스 모카골드’, ‘홈플러스 좋은상품 모카골드 커피믹스’, ‘와이즐렉 모카골드’는 NB 상품보다 단위 가격이 6.3~30% 저렴하지만, 커피 함량이 각각 12%, 12.5%, 11.7%로 NB 상품에 비해 ‘인스턴트 커피’ 함량이 0.7~1.6% 차이가 났다. 이 밖에, 지식경제부에서 고시한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의 단위가격 표시의무 해당 품목(18개 품목, PB 56개 상품, NB 125개 상품)인데도 단위가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품이 PB 상품 5.4%(3개), NB 상품 5.6%(7개)였다. ■ 대형할인점, PB 상품 해마다 증가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PB 상품의 매출 비중 또한 확대되고 있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매출 비중이 2006년 평균 9.6%에서 2007년 12.2%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할인점별로는 2007년 기준으로 홈플러스가 20.0%로 가장 높았으며, 롯데마트 13%, 이마트 12.2%, 농협유통 8.5%, GS마트 6.1%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홈플러스가 22.8%, 이마트 13%, GS마트가 8.2%, 농협유통이 7.6%, 홈에버 4.3%로 집계됐다(롯데마트와 메가마트는 제외). 이러한 매출신장률에 힘입어 대형마트들은 PB 상품을 강화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7개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PB상품의 수는 45개, 품목은 2만3,911개에 달했다. PB 상품이 가장 많은 곳은 이마트로 15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롯데마트가 14개, 홈플러스가 8개 순을 보였다. 품목수로는 홈플러스가 8,200개로 가장 많았고, 롯데마트가 7,030개, 이마트가 3,993개 순으로 집계됐다. 45개 품목 가운데 의류·신발과 같은 패션 브랜드가 33.3%(15개)로 가장 많았으며, 전품목에 해당되는 브랜드는 28.9%(13개), 생활잡화 브랜드는 20.0%(9개)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과 유사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일반 PB 상품 브랜드가 73.3%를 차지해 가장 많은 주류로 조사됐다. 국가별로 PB 상품의 비중에 따른 순위를 살펴보면, 스위스가 가장 높은 45%, 독일이 30%, 영국 28%, 스페인이 26% 등의 순이었고, 한국은 1%에 불과했다. ■ PB 상품, 가격은 ‘만족’, 안전성은 ‘글쎄’ 소비자원이 대형할인점을 방문한 소비자 7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형할인점 PB 상품의 규모에 대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68.6%로, PB 상품의 확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이유로는 ‘가격이 저렴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35.8%로 가장 많았으며,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29.3%,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준다’ 26.4%의 순이었다.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는 PB 상품은 ‘가격’, NB 상품은 ‘안전성’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가격을 제외하고, 품질·안전성·A/S·포장·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는 PB 상품이 NB 상품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졌다. PB 상품을 구입한 후 불만을 느끼거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30.3%였으며, 피해 경험자 10명 중 1명은 보상은 받았지만 일반 상품에 비해 보상 절차와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대형할인점과 제조업체 간에 PB 상품을 공동개발하는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불공정거래를 방지하면서 PB 상품의 생산 및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PB 상품에 대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제조업체 브랜드와 차별화된 용량과 특성을 가진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형할인점이 PB 상품을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라 품질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다고 안내하는 만큼 주요 성분이 차이가 나는 PB 상품에 대해서는 매장 내 게시물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도 표시 사항을 꼼꼼히 확인한 뒤 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