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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비상… 금융위기 실물경제로 향한다

정부 10·19대책발표, 글로벌 금융 패닉 여전… 민생안정대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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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0호 박성훈⁄ 2008.10.28 15:01:22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한국을 강타하면서 이제는 실물경제로 이어진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서민들이 실물경제 위기로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린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금융업계는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낮은 경제성장률과 고물가·경기침체 등 현실을 직시하면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물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단연 제조업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가 주요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식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불안으로 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그 충격도 크다. 실물경제 침체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많아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8월 기준 제조업 경기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이 0.38%다. 작년 8월의 8.81%에 비해 8.43%포인트로 급락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1월의 -0.77%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 경기지수 역시 잔뜩 흐리다. 올 8월 현재 전자부품 경기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81% 증가에 그쳤다. 작년 5월의 1.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년 넘게 두자릿수 경기지수 증가율을 보이며 호황을 자랑해 오던 전자부품도 경기침체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화학업의 올 8월 기준 경기지수는 6.69% 감소했다. 2005년 10월(-10.25%)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0% 내외 경기지수 증가율을 나타내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올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업은 올 8월 경기지수 증감률이 -10.16%로, 작년 8월 31.97%와 비교해 크게 추락했다. 지난 7월의 -12.13%보다는 약간 호전됐지만,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나머지 업종별 경기지수 증감률(올 8월 기준)은 섬유 -11.09%, 일반기계 -3.08%, 철강 9.74%로 전월과 비교해 각각 1.38%포인트, 12.73%포인트, 3.59%포인트 하락해 전반적인 실물경제 침체 양상을 증명했다. ■ 코스피, 금융위기 공포 ‘1000 붕괴’ 주식시장은 더 심각하다. 10월 24일 코스피 증시가 해소되지 않는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로 또다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년 4개월 만에 1000포인트 아래로 하락한 935.75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금융기구(IMF)에 손을 벌리고 있는 국가가 10여국이나 된다는 보도 등으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5% 이상 추락하면서 아시아 증시 또한 동반 급락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한때 6% 이상 하락하면서 8000 붕괴를 눈앞에 뒀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한때 5% 이상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코스피, 코스닥 양 증시는 또다시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이틀 연속 사이드카 발동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코스피 증시는 장중 내내 지수 1000 붕괴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환율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등하면서 증시를 옥죄었다. 원 달러 환율은(23일) 개장 초에 69.40원까지 치솟으면서 금융시장을 흔들었으며, 장중 내내 1400원을 상회하다 다음날인 24일 15.2원 급등한 1424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는 전날보다 잦아들었지만, 이날은 투신 등 기관의 매도세가 높았다. 특히, 증권사 중심으로 지수연계증권(ELS) 헤지 물량 청산으로 유발된 프로그램 매도가 지수를 억눌렀지만, 오후 들어 선물 청산 물량이 줄어들면서 낙폭 축소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1001억 원, 기관은 629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개인은 1352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은 차익이 2626억 원 순매도, 비차익이 1804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계와 비금속광물·보험·건설·전기가스업이 10% 이상 폭락했으며, 철강과 섬유의복·유통업이 8% 이상 하락했다. 주로 글로벌 시황이 어둡거나 경기에 민감한 내수주들의 하락폭이 드셌다. ■ 정부, 실물경제 악화 막아라… 총력 이처럼 실물경기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산업별 위기대응체제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비중이 큰 건설업이 계속 침체돼 있는 한 투자·고용 등이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주택건설 경기의 침체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16만 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주택이 빌미가 돼 업체들이 주택건설을 꺼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더 방치했다가는 건설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주에 발표될 대책에는 건설업체에 대해 금융기관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신규 대출도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돌아오는 2조5000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선별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고, 건설업체들이 금융기관과 손잡고 새로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미분양 주택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건설업체들의 자금이 묶여 투자 부진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줄도산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펀드를 조성해 미분양 해소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미분양 펀드에는 다양한 혜택을 줘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미 2, 3개 업체에서는 투자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 한국토지공사가 건설업체에 분양한 공동주택용지의 계약 해지를 허용, 중도금을 돌려주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업체들은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추가로 이자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아직 납부하지 않은 일부 중도금과 잔금에 대한 부담도 사라지게 된다. 환 헤지 상품인 키코(KIKO)로 타격을 받고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한계상황에 처한 중소기업도 구제 대상이다. 지난 8월 말 이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50% 이상 줄어들고, 시중은행 사이에선 대출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흑자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도산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이 이미 시행 중이다. 이달 초 4조3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 회생 가능한 기업에 지원하면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도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내년까지 회생특례자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3300억 원을 긴급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키코 중소기업의 경우 정책자금을 만기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해줄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부 각 부처와 지방정부에 흩어져 있는 재원을 모아 소상공인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당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은행에 1조 원의 현물출자를 단행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생명줄인 기업은행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 현재 10.49%로 국내 은행 평균인 11.36%를 밑돌고 있다. 1조 원 출자를 통해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대출여력이 생긴다. 정부는 이에 따른 기업은행의 대출 여력이 12조 원 가량 추가될 것으로 추정했다. 민생안정 대책도 검토 중이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경기 악화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을 감안해 처분조건부 주택담보 대출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시한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주고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고용시장을 위해서도 추경예산을 연내에 100% 집행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은 주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실물경제의 동반 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금융 불안의 해법을 1차적으로 외화유동성에서 잡고 원화유동성, 증시, PF로 확대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다만 대책 발표가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정현진 부행장은 “외환 거래에 대한 정부 보증은 외국 은행이 자금 회수를 가속화하는데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세계 은행들이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서바이벌 게임에 들어갔고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외화자금 경색이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금융시장의 문제는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하게 선제 대응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얼마나 진정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추가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의 추가 대책으로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주거나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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