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로비는 형님으로 통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잇달아 올라 참여정부 실세에 대한 전면 수사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종착지는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노 씨가 ‘친노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소문에 신빙성을 더해주면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노건평 씨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봉화대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의 둘째형인 노건평 씨는 68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약 10년 간 세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세무 공무원 교육 시험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여 두각을 나타낸 바 있으나, 77년 마산세무서 행정주사보로 재직 중 수뢰 혐의가 드러나 78년 6월 국세청에서 징계파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노 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봉화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으나, 2003년 동생의 대통령 취임 이후 끝없는 구설수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의 심기를 괴롭히기도 했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 남상국 사장 자살에 동기부여 했을 가능성 실제로 2003년 1월 인사개입설로 구설수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으며, 그해 9월과 10월에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또한, 2004년 2월에는 조선일보와 재산권 분쟁관계에 있는 방응모 전 조선일보 회장 아들인 방재선 씨와 4회 이상 만났다는 의혹을 추궁받은 바 있으며, 4월에는 검찰이 ‘민경찬 펀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남 사장을 자살로까지 몰고 갔던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전국에 방영된 청와대 춘추관 특별기자회견 석상에서 “지금까지 제 형님 노건평 씨는 저에게 세 번의 청탁을 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중략…/이번 남상국 사장 건은 청탁했다는 이유로 해서 민정(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인사보좌관실)에 지시해서 직접 청와대의 인사사항은 아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까지 행사해서 연임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여 뒤에 확인까지 했습니다”라며 남 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 말미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직장에다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때 시간이 2004년 3월 11일 오전 12시9분이었으며, 이 시간에 남 사장은 대우건설 법무팀에 전화를 걸어 “내 이름이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생방송에 나와 범죄자가 됐는데 어떻게 낯을 들고 살겠는가.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가겠다”고 말한 후 12시 28분경 서울 한남대교 위에서 투신자살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남 사장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 남 사장을 자살하게 한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시 대우건설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각종 비리로 구속된 측근 및 친인척들과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한 측근 정치인들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낸다’ ‘너그러운 평가가 있길 바란다’ ‘선의’ 등 다양한 표현들을 사용해가며 친인척과 측근들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형제가 함께 도덕불감증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시 검찰은 노건평 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법원이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 속에서도 불구속 기소된 노 씨 사건을 창원으로 이송시켜주기까지 했다. ‘봉화대군’이라고 불릴 정도인 노 씨의 안하무인은 같은 해 5월 창원지방법원 법정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제지를 묵살하고 피고인 출입문이 아닌 판사와 법관들의 전용 출입문으로 법정에 출입하여 물의를 빚는 등 극에 달했으며, 역시 같은 해 7월 재판에서 징역 1년이 구형된 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김해 시내 요지에 있는 빌딩 노건평 몫?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인수 로비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노 씨 측에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씨(62. 구속)와 동생 정광용(54. 구속) 형제가 받은 세종캐피탈 로비자금 80억 원 중 “절반 이상을 떼어주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일부가 경남 김해에 있는 부동산 형태로 노 씨 측에 건네진 단서를 잡고 계좌추적을 통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근 소환 대상자 A씨에게서 이 같은 진술을 받아내고 실제 이 규모의 자금이 돈 세탁 과정을 거쳐 노 씨에게 흘러들어갔는지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A씨는 사법처리선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며, 로비를 계획한 쪽에서 “절반 이상을 떼어줘라. 15억~20억 원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시를 정 씨 형제에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정 씨 형제에게 전달된 30억 원 중 일부가 참여정부에서 행정관을 지낸 정 씨의 사위 이영수 씨(33) 명의의 부동산 형태로 노 씨 측에 건네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는 한편, ‘노 씨의 몫’을 보장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세종캐피탈 대표 홍기옥 씨(59·구속)를 상대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말소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검의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11월 27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노건평 씨인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 시내 요지에 있는 10층짜리 빌딩의 지상 1층(269.68㎡)인 이 부동산은 이 전 행정관이 2006년 5월 29일 11억5000만 원(실매매가 9억2000만 원)에 구입했으며, 같은 해 6월 21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뒤 상가로 사용되고 있다. 홍 씨는 2006년에 5억 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올해 3월 근저당을 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매매가는 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04년 7월경으로, 이후 세종증권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는 2000원대에서 인수가 확정된 2006년 1월 말~2월 초에 2만4000원까지 올라 무려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견인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 100억 원어치를 사들여 178억 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노 씨 등 참여정부 실세 인사들이 대거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88년 노 씨로부터 “동생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 실행에 옮기면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검사 7명을 투입, 사실상 특별수사팀 성격으로 팀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수부장 아래 수사기획관을 정점으로 중수 1, 2과장이 주임검사를 각각 맡고 있다. 이번 수사팀의 개편으로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은 중수 1과에 박연차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사건은 중수2과에 맡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증권선물거래소가 2006년 3~7월 세종증권 매각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조사하다가 종결 처분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를 마쳤으며, 특히 증권선물거래소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조사건을 종결한 과정과 착수한 경위 등을 점검하는 한편,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포기설이 나왔을 당시 또 한 차례 주식을 사들여 70억 원의 차익을 남긴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한, 특히 국세청은 거액의 탈세 혐의로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 중수2과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미공개 주식을 이용해 확보한 돈은 ‘100+α’로 보고 있으며, 차명계좌도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며 “이 중 상당 부분은 휴켐스 인수대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차익을 남긴 박 회장의 자금 일부가 노 씨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에 수사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전방위적으로 측근 비리 파헤쳐 정밀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휴켐스는 농협의 자회사이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의 주식 46%를 1777억 원에 태광실업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무려 300여억 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그 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갑근)가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검토를 마치고 고발한 국세청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으나, 박 회장이 탈세한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확인된 비자금은 없으며, 국세청에서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넘기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빠르면 다음주 중으로 박 회장을 불러 조세포탈은 물론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해 노 씨가 동생인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사실 여부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11월 27일 일부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외부에 나가 있는 동안 (건평 씨가) 비서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으며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비서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건평 씨가) 금품을 받았느냐이지만, 현재까지 나온 것은 ‘금품받은 정황 포착’이 사실의 전부”라면서 “검찰이 (건평 씨를) 소환한다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지는 것이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확대보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 씨는 11월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한테 세 번이나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 나중에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전화하지 말라’고 해 섭섭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누구의 말이 맞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간에 전화를 주고받았는지 진실 여부를 떠나 현 시점에서는 노 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며, 노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하루빨리 검찰이 노 씨에 대한 소환 등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진실을 가려줄 것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특보는 KT·KTF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돼 이미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었으나, 대검 중수부가 최근 2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단서를 추가로 포착한 상태다. 검찰은 최근 사업가 조모 씨로 부터 “이 전 특보가 2004년 4월 총선과 2005년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구 동구 후보로 출마할 당시, 이 전 특보의 자금 관리인인 K사 대표 노기남 씨(49·구속기소)를 통해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의 부인인 김수경 우리들생명과학 대표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 및 세금포탈 혐의로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 측근에 제기된 의혹이 참여정부 실세가 연루된 참여정부의 총체적 비리 ‘친노 게이트’로 번질 경우 ‘사정정국 조성’이라는 야권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