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호 김대희⁄ 2008.12.02 14:51:30
“내수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착실하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글로벌 경영은 우리 그룹이 역동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롯데 신격호 회장은 글로벌 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롯데는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글로벌 경영에서 찾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한국과 일본의 롯데를 넘어 아시아의 롯데, 세계의 롯데로 나아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펼치고 있다. 국내 유통·식음료·중화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롯데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그룹 성장의 미래를 걸고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는 각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세우고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올해 2월, 6일 간의 일정으로 중동 지역을 방문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이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석유화학 콤플렉스 건설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 그룹 글로벌화 석유화학 3사가 앞장 최근 롯데그룹의 글로벌화는 석유화학 3사(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케이피케미칼)가 앞장서고 있다. 롯데그룹에 석유화학 계열사가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석유화학이라는 업종상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 동안 롯데는 식품이나 유통으로 널리 알려져 온 영향이 크다. 그러나 롯데는 그 동안 중화학 분야에 대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하게 투자를 지속해 마침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했다.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인 호남석유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 3사는 고유가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국내 최초로 중동 지역에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05년 12월 말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움사(QP)와 공동으로 메사이드 공업단지 내에 총 투자비 26억 달러의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하는 합작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카타르 인터미디어트 인더스트리 홀딩스(QP가 100% 투자한 자회사)와 석유화학 콤플렉스 합작계약에 대한 기본계약(HOA)을 체결했다. 올 연말쯤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메사이드 공단에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롯데대산유화는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즈벡 국영석유공사와 함께 가스전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을 통해 자체 생산한 원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케이피케미칼은 러시아 현지 PET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공장이 설립되면 현지 생산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동유럽 시장 공략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롯데그룹은 강점을 가진 유통·서비스·레저 등의 분야에서 IT와 접목한 융합 모델을 창출해 내려는 의지도 눈에 띈다. 롯데정보통신은 산업 간 경계를 넘어 기업가치 극대화의 핵심자원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IT 서비스를 기업 성장 돌파구와 고부가가치화를 제공하는 IT 융합 모델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미래 전략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RFID, 지능형 빌딩 시스템(IBS), 홈네트워크, 스마트카드 분야에서 롯데그룹이 가진 유통·서비스·레저·식품·건설 등의 강점과 접목시켜 IT 융합 모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RFID 분야는 정부 시범사업 및 공공부문 기술 특화사업, 롯데그룹 서비스 특화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또한, 첨단복합빌딩 및 도시기반시설에 IT 기술을 접목시키는 원주 U-City USP 수행 등을 통해 IBS·홈네트워크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속적으로 그룹 내 계열사와 유기적인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해, 롯데그룹 내에 흩어져 있는 u-Business와 관련된 기술역량을 결집하고 사업 모델 개발과 실행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 식품·유통·IT·건설부문 해외진출도 활발 롯데의 대표 계열사인 식품과 유통 부문의 해외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3월 중국에 식품부문 지주회사인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로써 중국에 개별적으로 진출해 있던 한국과 일본 롯데의 독자 법인들이 하나의 롯데로 뭉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의 식품 자회사들을 통해 중국 내 식품 부문에서만 2011년에 매출 4,500억 원을 달성하고, 2016년에는 매출액 1조 원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제과업체인 비비카사를 인수했다. 비비카는 베트남 전국에 영업망을 보유한 회사, 롯데제과의 베트남 투자는 1996년 호치민 인근에 롯데베트남을 설립한데 이어 두 번째이다. 2004년 인도에 설립한 롯데인디아도 현지화에 성공하며 해마다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2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 모스크바점을 개장하여 국내 업체의 첫 백화점 해외 진출 성공을 필두로, 올해 8월에 중국 베이징에 해외 2호점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러시아와 중국 등에 추가 출점을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6월 베이징에 중국 1호점을 열었다. 롯데마트 베이징점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 마트 ‘마크로’의 7개 매장을 인수, 중국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한 롯데마트가 자체 상호를 내걸고 중국에서 선보인 첫 매장이다. 롯데마트는 향후 10년 간 중국에 300개의 할인점을 열 계획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베트남 호치민 시에 베트남 1호점을 연다. 롯데는 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해외 건설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 등지는 물론, 일본·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호텔-비즈니스센터와 롯데제과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인도에선 제과공장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선 백화점과 호텔·테마파크가 들어서는 10억 달러 규모의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플랜트 사업,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건설업의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먼저 플랜트 사업을 롯데건설의 핵심사업으로 꾸린다는 복안이다. 그룹사인 KP케미칼·호남석유·롯데대산유화·롯데제과 등과 해외 플랜트 동반 진출도 추진 중이다. 동남아와 중동 지역의 발전·환경 및 화공 플랜트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전통적인 석유·가스 보유국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는 환경경영을 미래 성장 축으로 인식하고 그룹 차원의 통합 환경경영 실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환경경영추진 사무국’을 신설했다. 그 동안 계열사별로 진행돼온 환경 관련 활동들을 통합·조율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며, 각 계열사 실정에 맞는 다양한 그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