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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되는 ‘박근혜 역할론’

MB, 박근혜에게 ‘통합의 리더십’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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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6호 심원섭⁄ 2008.12.09 14:05:06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총리설이나 대북특사설 등 정치권에 소위 ‘박근혜 역할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력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통합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카드로 박 전 대표만한 ‘구원투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선에 치열하게 맞붙었던 정적(政敵)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과 맞물리며, ‘박근혜 중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이(親李)계 인사들은 최근 걸핏하면 정권 출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중용할 마음이 없지 않았다는 해명도 꼭 곁들이면서 ‘박근혜 총리론’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친이계의 한 핵심 당직자는 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수위 당시 조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총리 인선을 두고 여러 얘기들이 있을 때 이 대통령이 직접 ‘박 전 대표가 어떠냐’고 언급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중간에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어 무산됐으나, 이 대통령이 그렇게 말할 정도였으면 인수위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상당히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YS도 “두 사람 힘을 합해야 한다”고 주장 여기에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하여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도 ‘박근혜 역할론’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박 대표는 11월 30일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전 대표이고, 지금도 중진 의원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임 정책위의장은 “세계적 금융위기 앞에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얘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나온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적극성’을 띤 구애(求愛)는 아니지만,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진영을 향한 메시지임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당내외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다 여권의 ‘큰 어른’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박근혜 역할론’에 관심을 끌게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1차적 과제로 ‘통합’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박근혜 역할론’ 자체가 한나라당 내 의원들의 상향식 의견 표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일정 부분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최근 연일 ‘여의도’에 나타나 친박 인사들과 회동을 가져 ‘박근혜 역할론’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청와대 정정길 비서실장이 1일 저녁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김세연·유재중·이진복·허원제·현기환 등 친박계 의원들과 마포구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만나 1시간 20분 동안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과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역할론’은 당 지도부나 친이 진영에서 언론에 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전에 양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인사들이 만나서 조율하는 등 진정성 있는 물밑 접촉이 선행돼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정 실장에게 건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상호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 진정성 없이 언론을 통해서 회자되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여느 때와 변함 없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바라고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입장이자 진심”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정말 고마운 말씀이고 참 좋은 얘기”라며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잘 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통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정길, 친박 의원들과 잇달아 회동 가져 정 실장의 수첩에는 연말까지 수도권 지역 친박 성향 초·재선 의원들과의 잇따른 회동을 비롯해 당내 인사들과 면담을 이어가는 스케줄로 빼곡히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이날 여의도에서 한선교·유기준·현기환·김선동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박 기획관은 “지난 17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가까운 분들과 만나는 자리”라며 정치적으로 확대해석 되는 것을 경계했으나, 역시 ‘박근혜 역할론’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일단 여권 내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당에서도 그렇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그렇고 공식적으로 건의된 적도 논의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한 핵심 참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박 전 대표에 대해 ‘국정의 동반자’라고 선언한 만큼 그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의 경제위기 해법으로 박 전 대표가 등장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고 역시 부인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는 다양한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 흘러나왔던 ‘박근혜 총리론’이나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에 제기됐던 ‘박근혜 당 대표론’이 섣불리 공론화되는 바람에 무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진정성 없이 애드벌룬만 띄웠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면서도, 자칫 공론화될 경우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불신의 벽’이 예상보다 높고,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를 중용할 경우 여권 내 ‘계파정치’ 인정과 ‘지분보장’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일단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반 전 대표의 총리나 대북특사 등 어떤 역할에 대한 제안도 받은 바가 없다며 ‘역할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오바마 당선인뿐 아니라 대처·루스벨트·제퍼슨 등의 공통점은 위기상황일 때 상대 진영의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여 갈등을 단합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이라면서도 “그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 꼭 정답일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 의원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연말 회동설에 대해 “이심전심으로 하는 것이지 꼭 드러내놓고 해야 하느냐”며 “그런 저런 주장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백의종군하고 대통령 임기 초반 동안은 대통령이 소신대로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있겠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하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처럼 친이계와 친박계 간에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일단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정상화를 비롯해, 몇 가지 장벽들이 해소돼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박근혜 역할론’이 현실화되더라도, 과연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경제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홍 원내대표가 12월 1일 한 라디오 프로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양쪽 진영에서 경선하고 있는 줄 착각하는 것이 부끄럽다. 소위 친이 진영도 옹졸히 대처해서는 안 되고, 친박 진영도 응석을 부리고 앙탈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밝힌 얘기는 여권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박근혜 “정치란 나를 버려야 하는 것” 여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통합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이후 1년 넘도록 ‘국정의 동반자’라는 정치적 수사 이상의 실질적 관계 회복을 이루지 못한 것을 보면, 신뢰 구축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의 한 핵심 의원은 “대통령이 얼마나 절박감과 위기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신뢰관계가 회복돼야 그 다음이 가능할 것이지만, 두 사람이 안 변하면 결론이야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정치는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한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 말이 정답이지만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서는 네거티브가 너무 많았다”고 주장하며 신뢰 구축의 어려움을 부연했다. 그러나,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의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에 제기됐던 ‘박근혜 총리론’과 함께 ‘친박인사 중용론’을 거론했다. 원 의원은 12월 3일 한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집권해서 권력의 모든 인사나 정책 결정권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 대통령과 그 그룹들 아니겠느냐. 그러면 그 쪽에서 환경을 조성해주면서 탁 털어놓고 (박 전 대표 측에) 협력해달라고 허심탄회하게 갈 수 있는 가슴을 열어 놓는 대화를 서로 성사시킬 수 있는 중간의 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 의원은 “대통령 외에 한나라당 내에서 국민의 지지도를 가장 많이 얻고 있는 박 전 대표를 따르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흔쾌히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친박계의 중진인 홍사덕 의원도 12월 2일 “박 전 대표는 '애국심 덩어리'로 이 나라를 위해 못할 바가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이 정말 위기라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그 애국심을 국민과 당이, 대통령이 적절하게 활용해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홍 의원은 “머지않아 국민들이 보기를 원하는 일들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박근혜 총리론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무슨 까닭으로 서로 맞들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얘기한 뒤에 일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홈피 방문 800만 명을 기념하여 열린 김장 담그기 행사에서 기자들이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여기까지 와서 정치 이야기를 하기는...”이라며 언급을 회피하는 등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다만, 11월 21일 부산 부경대에서 명예 정치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뒤 인사말을 통해 “정치란 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며, 그동안 내 정치철학에 박근혜는 없었다”면서 “나를 위해서 사심을 갖거나 내 주위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그런 정치는 이미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해 최근 자신의 심경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정치란 잠시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며 “나를 버릴 때 원칙과 약속도 지킬 수 있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권력투쟁이라고 하지만, 나를 버릴 때 정치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되고, 비워진 바로 그 곳에 국가와 국민을 채울 수 있다”고 강조해, 최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움직임을 비롯하여 친정체제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친이 진영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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